"비싼 수업료로 치겠다더니…2년 간 뭐했나" 반복된 '요소 사태'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 2023.12.06 16:49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중국 세관이 한국에 대한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하면서 2차 요소수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사용 후 비어있는 요소수 통들이 쌓여있다. 2023.12.05.
"뼈아프게 생각한다. 전화위복이 되도록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겠다"(2021년 11월 1일. 유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이른바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 2021년 유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관련 대책에 대한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른 것 치곤 지난 2년간 정부가 배운 것은 없었다. 최근 중국이 한국으로 수출되는 요소의 통관을 막으면서 제2의 대란 발생 우려가 커졌다.


이유도 불확실..."2년간 뭐 했나"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요소수 관련 현장 점검에 나선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박석재 점장의 설명을 들으며 진열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3.12.06.
2021년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 당시 정부는 호주 등에서 요소를 긴급 수입하고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등 우선 '급한 불'을 끄는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중장기 대안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했다.

당시 유 실장은 "장기적으로는 국내에 적어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재고는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내에서 중단된 것을 늘리는 것, 라인을 다시 살리는 것과 더불어 요소수와 같은 제2, 제3의 것도 보고 같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2021년 12월 요소 수입 다변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요소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협의체를 바탕으로 종합상사와 주요 요소수 수요 기업이 요소 단체 구매, 수요 확대와 정보 공유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2년의 지난 지금, 상황은 더 악화됐다. 최근 중국이 다시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산업계는 곧바로 비상이 걸렸다. 중국 의존도가 2년 전보다 오히려 높아진 탓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차량용 요소 중국 수입량 비중은 2021년 83.4%에서 2022년 71.7%로 낮아졌지만 올해(1~10월 누적) 91.8%로 뛰었다. 요소 대란 이후 업계가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워낙 높아 중국 의존도가 다시 높아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 요소 수출 제한의 원인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측의 공식 답변이 없어서다. 최근 인도가 중국으로부터 요소를 평소보다 훨씬 많이 수입해 중국이 자국 수요 충족을 위해 수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도 명학치 않다. 정부가 현재까지 파악한 요소 수출 제한 대상국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최재영 기재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부단장(국장)은 "(이번 사태로) 불편함을 끼쳐서 아쉽고 죄송하다"며 "지난 2년간 공급망기획단을 설립해 핵심 품목을 점검하는 한편 '공급망기본법' 제정 추진을 통해 공급망을 어떻게 안정화할지 검토하는 등 노력해 왔지만 국민이 보기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2년 전과 다른 것은 '학습효과'가 있어 정부 대비 능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법 통과 아직...국내 생산도 '글쎄'


(서울=뉴스1) = 최재영 기획재정부 공급망기획단 부단장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중국 차량용 요소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3.1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그나마 2년 전보다 나아진 것은 요소 재고량 정도다. 2021년에는 수주일 수준 재고만 있었지만 현재는 약 3.7개월치가 확보됐다. 차량용 요소와 요소수 국내 재고, 베트남·일본 등 중국 외 국가로부터 수입 예정분을 더한 것이다. 아울러 현재 6000톤(1개월 사용분) 규모인 차량용 요소 공공 비축 물량 규모를 빠른 시일 내 1만2000톤(2개월분)으로 두 배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수입선 다변화 등 근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정부는 "향후 중국발 수입 차질이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경우와 같이 긴급히 제3국 수입이 필요한 경우 국내 업체가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하는데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지원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근거 법률인 공급망기본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재정 지원 여부 역시 확정하지 못했다.

공급망기본법은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신설, 공급망안정화 기금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정부는 개정된 소부장특별법이 조만간 시행되기 때문에 1차적으로 이를 근거로 민간의 요소 수입 다변화를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기업 지원은 공급망지원법이 제정되면 공급망안정화기금 조성을 통해 이뤄지게 되는데 이는 내년 하반기부터 하게 될 것 같다"며 "소부장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긴 했는데 현재로선 예산과목 내에 민간 지원을 위한 사업 내역은 없다"고 했다. 다만 "(재정 지원은) 정부 의지의 문제"라며 "2년 전처럼 큰 혼란을 겪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재정을 투입해 지원할 수 있는데 어떤 방법·형태로 할지는 깊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에서 요소를 직접 생산하거나 비료용·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당장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최 국장은 "우리나라가 과거에는 요소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였지만 탄광 폐쇄로 (요소의 생산 원료인) 석탄 생산을 중단했고 생산성 부족 등을 이유로 민간도 사업을 중단한 역사가 있다"며 "(국내 생산은) 민간과 시장에서 결정할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 "순도가 낮은 비료용·산업용을 순도가 높은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업계에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논의는 있지만 이는 중장기 문제"라며 "이번 같은 사건에서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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