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MVP '역대급' 인생역전, 한국서 단 13억→ML 197억 초대박 계약... '韓은 약속의 땅이었다'

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 2023.12.06 13:49
에릭 페디.
2023시즌 역대급 활약을 펼치며 KBO리그를 평정했던 우완 에릭 페디(30)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로 복귀한다. 행선지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다. 한국에서 13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페디는 이제 미국에서 총 197억원을 받는 사나이가 됐다. 인생 역전. 한국은 그에게 있어 약속의 땅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6일(한국시간) 소식통을 인용, "에릭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한화 약 196억 9000만원)의 계약에 합의했다(Chicago agreed to terms on a two-year, $15 million deal with free agent pitcher Erick Fedde)"고 보도했다.

또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의 제프 파산 기지도 같은 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페디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을 맺었다. 2년 총 1500만달러의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메디컬 테스트 등 추가 절차가 끝나면 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이 공식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옵션 등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체 규모로 볼 때 연평균 750만달러(약 98억 4600만원), 총액 1500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라 할 수 있다. 페디는 한국으로 오기 직전인 2022시즌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215만 달러(약 28억원)의 연봉을 수령했는데, 불과 2년 사이에 몸값이 3배 이상 뛴 셈이다. 한국에서는 2022시즌보다 적은 100만달러(13억원)의 금액을 수령했으니, 가히 인생 역전이라 할 만하다.

앞서 MLB.com의 마크 파인샌드 기자는 전날(5일) "에릭 페디가 아직 특정되지 않은 팀과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연봉은 500만 달러(한화 약 65억원) 이상(Erick Fedde is believed to be nearing a deal with an unspecified team, per source. He's likely looking at a two-year deal worth more than $5 million per year)"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결국 그 특정되지 않았던 팀의 정체는 바로 시카고 화이트삭스였다.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사실 페디는 한국 무대를 밟기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 네바다 주립대학교를 졸업한 페디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명을 받았다. 201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페디는 빅리그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에 출장해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의 성적을 거뒀다. 총 454⅓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2019시즌 워싱턴 내셔널스가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5선발로 뛰었다.

MLB.com은 "페디는 빅리그에서 압도적이지 못한( underwhelming) 6년(2017시즌~2022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KBO 리그로 가져갔고, KBO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가 됐다"면서 한국에서 거둔 성적을 설명했다. 페디는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20승 6패(승률 0.769)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을 올렸다. 아쉽대 1점대 평균자책점을 놓친 페디는 총 180⅓이닝 동안 투구하면서 137피안타(9피홈런) 35볼넷 209탈삼진 46실점(40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5, 피안타율은 0.207.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투구는 21차례 성공했다.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평균자책점과 다승 및 탈삼진(209탈삼진) 부문을 모두 석권하며 대망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한 건 1986년 선동열(해태) 이후 37년 만이었는데, 외국인 투수로는 최초의 역사를 쓴 페디였다. 이전까지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선동열(1986·1989·1990·1991년)과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만 달성한 기록이었다. 결국 페디는 평균자책점과 다승, 탈삼진 타이틀상을 비롯해 올해 신설된 투수 부문 수비상 및 가장 영광스러운 MVP 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MLB.com은 이런 성적을 전하면서 "한국에서 사이영상과 같은 최동원상을 받았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그러면서 MLB.com이 주목한 건 바로 과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다가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진출, KBO 역수출 신화를 써 내려간 메릴 켈리(35)였다. 켈리는 2015년 27세의 나이에 KBO 리그에 입성한 뒤 2018년까지 4시즌 동안 119경기에 등판,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올리며 꾸준하게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후 켈리는 2019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2년 최대 1450만 달러(한화 약 196억원) 계약을 맺은 뒤 메이저리그 무대로 향했고 연착륙에 성공했다. 2022시즌을 앞두고 2023시즌부터 2년간 1800만 달러(약 243억원)의 계약을 또 체결했다. 2023시즌 켈리는 30경기에서 177⅔이닝을 던지면서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9를 마크,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발로 등판하는 등 주축으로 활약하며 준우승을 경험했다.


켈리가 10월 18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2023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선발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왼쪽부터) 페디의 아버지 스캇 페디, 임선남 NC 다이노스 단장, 페디, 한동희 통역이 시상식 후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페디.
페디의 아버지 스캇 페디(왼쪽)와 페디. /사진=뉴스1
MLB.com은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페디가 애리조나 켈리의 최근 성공을 따라 밟기를 기대하고 있다. 페디는 딜런 시즈와 마이클 코펙, 마이클 소로카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계획이다. 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돌아온 5명 중 한 명인 좌완 재러드 슈스터와 우완 닉 나스트리니 역시 선발진 후보"라고 했다. 크리스 게츠 시카고 화이트삭스 단장은 "우리는 선발 로테이션에 다양한 선발 자원을 추가하려 한다. 확실히 선발 자원은 뎁스가 두텁지 않은 편"이라면서 선발진 강화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계속해서 MLB.com은 "MLB 파이프라인에 따르면 페디는 2016년과 2017년 톱 100 안에 드는 유망주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해 140이닝을 넘긴 시즌이 없었다. 또 6시즌 동안 단 한 번도 평균자책점을 4.29 아래로 떨어트린 적이 없다. 2022시즌에는 워싱턴 소속으로 27경기에 선발 등판, 평균자책점 5.81을 기록했다. 127이닝 동안 98탈삼진, 58볼넷, 12피홈런을 마크했다"고 전했다.

이어 "KBO에서 페디는 29.5%의 탈삼진율을 기록,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탈삼진율(17.5%) 기록을 뛰어넘었다. 또 KBO 리그에서 4.9%의 볼넷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이 기록했던 볼넷률(9.5%)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또 땅볼 유도 비율은 70%로 굉장히 뛰어나다"면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기록으로 상세하게 소개했다.

앞서 메이저리그 이적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대체로 타자 친화적인 다른 리그에서 빼어난 경기력은 메이저리그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또 페디는 자신의 투구 패턴을 전면적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it seems he overhauled his pitch mix)"고 했다. 페디는 워싱턴 포스트에서 워싱턴 내셔널스 담당을 맡고 있는 제시 도허티 기자와 인터뷰에서 "슬라이더에 수평적인 움직임을 더욱 많이 가미했으며, 체인지업의 그립을 수정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올 시즌 KBO 리그에서 위력적인 구종 가치를 보였던 스위퍼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페디가 올겨울 메이저리그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 배경엔 새롭게 장착한 무기도 한몫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페디가 미국으로 진짜 떠나면서 NC 팬들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워낙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페디 역시 지난달 말 열린 KBO 시상식에 참석, 자신의 향후 거취에 관한 질문에 "아직 NC 다이노스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내게는 훌륭한 에이전트가 있다. 그 이후에는 다른 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저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크다. 일단 어떤 결정을 하든지, 가족을 우선시할 것이다.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고 했다. 또 NC와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론이다. NC는 내 마음속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면서 진심을 전한 바 있다. NC 구단 역시 다년 계약 카드를 꺼내는 등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사실상 메이저리그 거대 구단과 머니 싸움에서 이길 수 없었다. 이제 NC 팬들은 페디가 메릴 켈리나, 조쉬 린드블럼, 크리스 플렉센을 능가하는 KBO 역수출 신화를 써주길 바라며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메릴 켈리.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시절의 에릭 페디.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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