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나겠어? 설마설마 한 '홍콩 ELS'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 2023.12.05 05:30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는 판매 당시 손실 발생 확률이 10%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 확률은 낮지만 한번 손실이 발생하면 그 규모가 커지는 ELS 특성이 손실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만기 예정인 홍콩 H지수(HSCEI)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A상품(ELS)은 판매 당시 수익률 모의실험에서 손실확률이 9.66%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은 H지수가 전일 수준(5721.42)을 유지하면 만기 손실률이 49.5%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1월에 판매한 A상품은 △홍콩 H지수 △EUROSTOXX50 △S&P500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3가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지수형 ELS는 2021년 상반기에만 약 7조5000억원이 발행되며 가장 인기를 끌었던 형태의 ELS다.

A상품의 수익률 모의실험은 1998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매일 동일한 구조의 상품을 매입하는 것을 가정했다. 매일 동일한 상품을 샀을 때 만기수익률을 표본으로 추출했다. 20년간 총 4930회를 구매할 경우 손실이 나는 확률은 9.66%였다. 특히 2009년 이후에는 손실 사례가 없었다. 반면 A상품이 4.6% 이상의 수익을 낼 확률은 25.4%이고, 2%대의 수익을 낼 확률은 64.9%였다. 해당 구조의 ELS 상품이 인기를 끈 이유 중의 하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안정적 수익률은 ELS의 재구매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라며 "2021년 상반기에는 정기예금 금리가 0%대였기 때문에 수익률이 3~4%만 돼도 소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때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1년 상반기 이후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 관련 상품 가입자 대부분이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특히 손실이 발생하면 그 규모가 크게 나타나는 ELS 특성도 손실액을 키웠다.


ELS는 이익으로 상환될 확률이 높게 설계돼 있으나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규모가 커지는 '꼬리위험(tail risk)'가 있는 상품이다. A상품도 손실이 발생하면 최소 마이너스 25%부터 손실 규모가 시작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손실이 발생한 확률 관련 정확한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판매 당시 손실보다는 안정적 수익에 초점이 맞춰져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두고 배상기준 등을 검토 중이다.

다만 재구매율이 90%이고, 대부분이 이미 수익을 경험한 상태여서 높은 배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금융상품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최근 테슬라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서도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달 21일 만기가 도래한 해당 상품의 손실률은 약 32%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판매가 규모가 크고, 손실액이 크다는 이유로 배상이 결정되면 다른 상품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불완전판매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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