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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산유국' 가이아나의 위기…베네수엘라 국민 95% "합병하자"━
베네수엘라는 1899년 영국 요청에 따라 파리에 있는 국제기구인 중재법원이 정해준 현재 국경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가이아나에 협상을 요구해왔다. 스페인 식민시대부터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에 속해 있었고, 현재 국경은 강대국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소 판결 당시 가이아나는 영국 식민지였고, 196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공화국을 선포했다.
그런데 독립 몇 달 전 영국은 '제네바 협정'을 통해 베네수엘라와 국경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고 약속했다. 베네수엘라는 이 약속을 근거로 가이아나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가이아나는 중재법원이 정한 내용을 준수하라며 유엔에 중재를 요청했으나 중재 실패로 사건은 ICJ(국제사법재판소)로 회부됐다. ICJ 재판은 내년 봄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미국 거대 정유기업 엑슨모빌은 이 지역에서 대규모 유정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원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엑손모빌이 개발 중인 에세키바 스태브록 개발구에 11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엑손모빌은 스태브록 원유 생산량을 일 62만 배럴까지 끌어올릴 계획인데, 지난 9월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이 집계한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이 일 73만5000배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특히 가이아나 인구는 약 76만명에 불과해 1인당 원유 생산량으로 세계 최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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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다 물러설 곳 없어…무력충돌 가능성"━
가이아나는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간 미 육군 제1보안지원연대와 회동하는 등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가이아나가 에세키바 지역에 미군 작전을 허용했다면서 베네수엘라가 비난 성명을 발표한 바 있지만, 가이아나는 "거짓 정보"라며 부인했다.
이번 투표에 앞서 브라질은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접경지역에 레오파드 전차를 배치하는 등 만일에 대비해 군사작전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ICJ는 베네수엘라를 향해 현 상황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외교협회(CFR) 전문가 폴 앙헬로는 CNN 인터뷰에서 "일촉즉발"이라고 평했다. 앙헬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제법을 무시하고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며 "이 같은 선례가 마두로 대통령의 야망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고 했다.
국제위기그룹(ICG) 소속 전문가 필 건슨은 CNN에 "권위주의 정부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애국심을 고취할 만한 소재를 찾곤 한다"며 "마두로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경제난으로 위기에 처한 마두로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위해 정치 이벤트를 벌였다는 취지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동맹국 지지 없이 에세키바를 침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양쪽 다 물러설 곳이 없는 입장이라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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