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시 시작된 내구재 디플레…내년 인플레 2% 밑돌 수도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3.12.04 11:26
미국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뒤 3년 만에 내구재 중심의 상품 디플레이션, 즉 가격 하락을 경험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전제품과 가구, 중고자 등 내구재 중심으로 일부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이 결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내년 하반기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치인 2%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1월30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내구재 가격은 지난 10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10월 내구재 가격은 지난해 9월 정점에 비해 2.6% 떨어졌다.

이 같은 내구재 가격의 하락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전년비 상승률을 지난해 9월 5.5%에서 지난 10월 3.5%로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반면 주택 임대료와 자동차보험 같은 서비스 가격은 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서비스 가격은 지난 10월에 전년비 4.4% 올라 상승폭이 지난 9월 4.7%보다 둔화됐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높은 상승폭이다.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경제 전반의 디플레이션은 드물게 나타나는 만큼 심각하다. 이는 경제 전반의 수요가 침체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반면 특정 분야에 국한돼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은 흔한 현상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내구재 가격은 세계화로 인한 인건비 하락과 생산성 향상으로 199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9%씩 떨어졌다.

내구재 가격은 코로나 팬데믹 때 상승 반전했는데 이는 공급망 불안정과 공장 폐쇄로 인한 생산 축소,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현금이 늘어난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내구재 물가는 지난해 2월에 전년 대비 10.7% 폭등하며 정점을 찍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애덤 사피로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사이에 인플레이션 상승의 절반가량은 공장 폐쇄나 배송 차질로 인한 공급망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공급망은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는 반면 수요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소비자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기 전 기준으로 전월비 0.2% 늘어나 지난 5월 이후 증가폭이 가장 낮았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지난 11월30일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해 이후 인플레이션 하락의 80%는 수요 약화로 인해 더욱 두드러진 공급망 개선 덕분인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플레이션 상승을 주도했던 신차 및 중고차, 자동차 부품 가격은 지난 10월에 전월비 0.4% 하락하며 5개월째 전월비 내림세를 이어갔다. 가정용 가구 및 설비 가격은 지난 10월에 전월비 0.2% 떨어졌고 컴퓨터 장비 같은 가정용 오락용품은 0.4% 내려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9월에 상품 가격 하락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약화와 원활해진 상품 배송의 결과하며 주택을 제외한 서비스 인플레이션도 함께 하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의 경제분석팀은 공급망 개선과 수요 약화로 인해 핵심 상품의 디플레이션 현상이 내년 중반까지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같은 핵심 상품 가격의 하락이 서비스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상쇄하며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결과 모간스탠리는 연간 PCE 물가상승률이 내년 9월에는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낮은 1.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았다.

반면 UBS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내년 4분기에 1.7%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간스탠리와 UBS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지난 9월에 공개된 연준 위원들의 전망치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지난 9월 연준의 경제전망요약(SEP)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2026년에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연준은 내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오는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에 새로운 SEP를 통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 실업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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