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위기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 필독서

머니투데이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23.12.04 09:57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책 제목만 봐도 누가 읽어야 할지 바로 판단이 선다. 지역경제를 이끄는 자치단체장과 공무원의 필독서다. 한국의 지역소멸위기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를 막는 길은 사람이 찾아오고, 살고 싶어 하는 강소지역을 만드는 것뿐 다른 도리가 없다. 뭐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되 기왕 하는 것 세밀한 기획으로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그런 이유로 지역마다 절벽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잔도가 놓이고, 볼 만한 풍광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뭐라도 스토리가 된다 싶으면 그럴싸한 조형물에 축제가 열린다. 도시에서 이사를 오면 직장과 집을 주겠다는 지역도 있다.

속 모르는 도시의 방문객은 ‘대체 저곳에 왜 저게 서 있느냐’, ‘자연환경을 이렇게 훼손해도 되는 거냐’, ‘혈세 낭비다’며 불평이지만 그것들에는 어떻게든 소멸을 막아보려는 지역인들의 눈물겨운 투혼이 배어 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통영, 여수, 순천, 고성, 보성 등 괜찮은 성공을 거두는 지역도 나온다. 제주 올레길을 뒤따르는 전국 둘레길은 산티아고 순례길 못지않게 커질지도 모른다.

2023년 3월 양승언 작가가 기행소설 『득량, 어디에도 없는』을 펴냈다. 득량만(得粮灣)은 전라남도 장흥, 보성, 고흥 사이에 있는 바다다. 양승언 작가는 충남 공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데 아무 연고도 없는 득량에 내려가 채집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썼다. 책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일 삼아 득량을 찾는 도시인이 늘자 다른 지역에서 작가에게 스카우트(?)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외딴 득량 바다에 작은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이 시작된 것이다.

관광이 스토리의 힘이라면 덴마크 코펜하겐의 안데르센 동화와 인어공주상, 미국 동화작가의 우화를 마치 사실인 양 둔갑시킨 네덜란드 스파른담의 맨주먹 방죽 소년 한스 블링커를 K-한류의 우리가 못해낼 이유가 없다.

춘천에 소양강처녀상이 있고 임실에는 오수개상이 있다. 남쪽 땅끝 고흥반도에는 ‘지붕 없는 미술관 연홍도’가 있다. 오늘도 용문사 은행나무를 보려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중국에 그만한 나무가 없어서일까? 그들에게 먹히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관광 트렌드 인사이트 2023-뜨는 관광에는 이유가 있다』는 오사카, 타이베이, 선양,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하노이, 울란바토르, 방콕, 두바이, 알마티, 후쿠오카, 토론토 등 해외 도시나 지역이 쇠락이나 소멸위기를 극복한 창조적 재생사례를 다뤘다. ‘창의적 콘텐츠(creative), 다시 새롭게(rebranding), 지속 가능한(sustainable), 협력(collaboration), 혁신(innovation)’을 주제로 전 세계 32개 지역을 엄선했다.

일본 가가와현에는 산업폐기물과 공해로 황폐해 사람들이 떠나버린 섬을 ‘현대 미술의 성지’로 우뚝 세운 나오시마가 있고, 후쿠오카 사가현 가시마 사카구라는 망해가는 전통 양조장 거리에서 ‘술 권하는 거리’로 부활했다. 중국 저장성에는 떠나는 어촌에서 찾아오는 관광지로 변신한 저우산이 있고, 대만은 정부가 ‘청년 마을 문화 행동 프로젝트’를 실행해 청년의 아이디어와 농촌의 재생을 성공적으로 잇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장은 자기 지역과 가장 비슷한 환경과 비전을 가진 곳으로 실무 공무원과 견학 떠날 일만 남았다. 모방은 실력이자 제2의 창조고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직접 봐야 영감도 빠르고 강하게 얻는다.
『세계 관광 트렌드 인사이트 2023 -뜨는 관광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관광공사 지음 / 그래비티북스 출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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