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암 잡아라" 다국적 제약사 각축전… '위암' 발표 주목

머니투데이 싱가포르(싱가포르)=이창섭 기자 | 2023.12.01 16:13

[ESMO Asia 2023]
MSD·AZ·로슈 등 다국적 제약사 다수 참가
한국인 교수 2명, 같은 날 위암 관련 데이터 발표해 주목
MSD '키트루다'·AZ '임핀지'… 각각 전이성, 조기 위암에서 생존율 개선

1일부터 오는 3일까지 싱가포르의 선텍(Suntec) 컨벤션&전시 센터에서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학술대회(ESMO Asia Congress 2023)가 개최된다./사진=이창섭 기자
"We won't stop until cancer does."-Pfizer(암이 멈출 때까지 우리도 멈추지 않습니다.-화이자)

암을 정복하려는 제약사들의 의지가 한 곳에 모였다.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학술대회(ESMO Asia Congress 2023)가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개막했다. 이달 3일까지 3일간 이어지는 이번 학술대회에선 유수의 글로벌 회사들이 아시아 암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개선한 연구를 발표한다. 특히 신규 환자 75%가 아시아에서 발생한다는 위암을 잡기 위해 2명의 한국인 교수가 MSD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약을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싱가포르의 선텍(Suntec) 컨벤션&전시 센터는 오전부터 붐볐다. 기업 관계자와 종양학 전문의, 언론인 등 전시장을 찾은 인파로 가득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마지막 날까지 사흘간 3만 명 이상이 행사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SMO Asia는 아시아·태평양의 대표적인 암 학회다. 세계 3대 암 학회 ESMO(유럽종양학회)의 자매 행사다. 매년 아시아인 암 치료의 최신 치료법과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다.
1일부터 오는 3일까지 싱가포르의 선텍(Suntec) 컨벤션&전시 센터에서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학술대회(ESMO Asia Congress 2023)가 개최된다./사진=이창섭 기자
아스트라제네카·MSD·로슈 등 항암제로 유명한 대기업 전시 장소에 참가자가 몰렸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의 전시 부스는 전시장 입구 바로 앞에 있어 더욱 돋보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의 항암제 '타그리소'와 '엔허투'를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타그리소는 폐암에서, 엔허투는 유방암에서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개선한 약이다. 타그리소는 EGFR 변이가 있는 초기 비소세포폐암의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허가받았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10명 중 9명이 5년 뒤에도 살아있었다고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타그리소와 엔허투를 향한 참가자들의 관심이 제일 뜨겁다"며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해서 그런지 오전부터 최소 수백명 이상이 부스를 방문한 것 같다"고 말했다.
1일부터 오는 3일까지 싱가포르의 선텍(Suntec) 컨벤션&전시 센터에서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학술대회(ESMO Asia Congress 2023)가 개최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의 항암제 '타그리소'와 '엔허투'를 집중적으로 홍보했다./사진=이창섭 기자
로슈는 혈액암 치료제 '폴라이비'를 강조했다. 혈액암의 일종인 거대B세포림프종 환자의 사망 위험을 27% 줄였다고 홍보했다. 유방암 피하주사 치료제 '페스코' 광고도 눈길을 끌었다.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꿔 4시간 투약 시간을 20분으로 줄인 치료제다. 페스코로 유방암 환자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화이자는 3세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 '로비큐아'를 내세웠다.

이날 한국인 교수 2명이 발표한 위암 치료의 최신 연구도 눈길을 끌었다. 위암은 아시아인에게 특히 위험하다. 신규 발생 환자의 75%가 아시아인이라고 알려졌다. 한국에선 발생률 3위, 사망률 4위의 암이다. 진행성 단계에서 진단받는 환자 비율이 70%다. 이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에 불과하다.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1일 싱가포르의 선텍(Suntec) 컨벤션&전시 센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학술대회(ESMO Asia Congress 2023)에서 KEYNOTE-811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라선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날 오후 2시 'KEYNOTE-811'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라 교수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이용한 HER2 양성·음성 전이성 위암 임상시험을 주도했다.

KEYNOTE-811는 절제 불가능한 HER2 양성 진행성 위암·위식도접합부 선암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기존 치료법에 추가해 효과를 알아본 임상시험이다. 이 임상시험을 토대로 키트루다는 2021년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위암 1차 치료제로 가속승인을 받았다. 2009년 허셉틴과 화학항암제가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허가받은 뒤 무려 10년이 넘어서야 등장한 치료법이다.

전이성 위암 환자 698명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투여받은 환자의 OS(전체 생존 기간)는 20개월이었다. 기존 치료법에선 1년 남짓 살던 환자의 생존 기간이 1년 8개월로 늘어난 것이다. 환자의 사망 위험은 16% 낮아졌다. 암세포 크기가 30% 이상 줄어드는 ORR(객관적 반응률)은 72.6%를 기록해 위약군(60%)보다 높았다.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조기 위암·위식도접합부 선암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의 효능을 평가한 'MATTERHORN'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는 위암 치료에 사용되는 복합 화학항암제인 'FLOT'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임핀지'를 같이 투약받았다. 수술 후 잔존 암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뜻하는 pCR(병리학적 완전관해) 비율은 임핀지 투약군이 19%로 위약군의 7%보다 12%p(포인트) 높았다. 임피지 투약군에 474명 환자가 참여했는데 아시아인 비율이 19%(90명)였다.

오 교수는 "MATTERHORN 연구는 절제할 수 있는 위암에서 FLOT 요법에 임핀지를 더한 최초의 임상시험이다"며 "임상적으로 의미 있고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환자의 pCR 비율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지하철서 지갑 도난" 한국 온 중국인들 당황…CCTV 100대에 찍힌 수법
  2. 2 김호중, 뺑소니 피해자와 합의했다…"한달 만에 연락 닿아"
  3. 3 "1.1조에 이자도 줘" 러시아 생떼…"삼성重, 큰 타격 없다" 왜?
  4. 4 빵 11개나 담았는데 1만원…"왜 싸요?" 의심했다 단골 된 손님들
  5. 5 한국 연봉이 더 높은데…일 잘하는 베트남인들 "일본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