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 사이코패스 성향 보여"…살인·폭행 아닌 '상습 사기'인데 왜?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12.01 14:42

[정심교의 내몸읽기]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전청조가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송파경찰서에서 서울동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3.11.10.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의 결혼 상대였던 전청조(27)가 수십억대 투자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전 씨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소견이 나왔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박명희)는 전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전 씨는 지난 3~10월 국내 유명 호텔 프랜차이즈의 숨겨진 후계자 행세하며 온라인 부업 세미나 수강생에게 접근해 투자 명목으로 27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는 지인을 대상으로 약 3억5800억원을 편취했다. 피해자는 총 27명, 피해 금액은 약 30억원이다. 게다가 전 씨가 재벌 3세라고 속이기 위해 거주했던 잠실 레지던스 시그니엘이 3개월 단기 렌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청조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그는 정신 상태를 구분하는 'PDM'에 따라 전청조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PDM(Psychodynamic diagnostic manual)은 우리말로 '정신 역동적 진단 매뉴얼'이다. PDM은 그가 어떤 증상을 가졌는지보다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에 집중해 정신 상태를 분류하는 진단 가이드다. 현재 2판(PDM-2)이 최신판으로 정신건강의학계에서 활용된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이코패스' 하면 살인·폭행 등으로 남을 해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극악범죄자를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은 꼭 연쇄살인·폭행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만 한정하지 않는다. A 교수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 일부는 자기 직종에서 인정받거나 존경받기도 한다"며 "그 대신 주변에서는 '매우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재벌 3세'를 사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씨(27)가 1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서울송파경찰서는 이날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와 결혼을 발표한 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씨를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2023.11.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PDM에서 분류한 사이코패스 성향의 특징은 다양하다. ▲다른 사람을 속이고 이용하는 걸 즐기거나 ▲권력을 중독적으로 추구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며 무관심하다. 또 ▲새로운 자극에 대한 욕구가 남들보다 높고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걸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과도한 믿음 ▲다른 사람은 약하고 이기적이고 불명예스럽다는 생각도 이들의 가치관이다. A 교수는 "이런 성향의 사람은 다른 사람을 능숙하게 속여 사기꾼으로 불릴 만하다"며 "그런데도 피해 본 사람의 감정에 관심을 갖지 않아 기회만 되면 밥 먹듯 남을 속이고 사기 치는 일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사이코패스 성향의 사람은 주변 사람·환경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한다. 이들은 자기 주도적이어야 하고, 이기적인 특성도 띤다. 또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본인에게 쓸모없다고 느끼면 그 사람에게 쉽게 흥미를 잃는다. A 교수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전청조를 보면 누군가를 계속 속이고 이용하며, 다른 사람을 속이는 데 아무런 가책이 없고, 이를 후회 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면에서 사이코패스 성향과 매우 겹친다"고 분석했다.


만약 전청조가 경찰에서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받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A 교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라고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경찰에서 진행하는 사이코패스 테스트는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폭력성·공격성이 강한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진단할 수는 있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은 이보다 더 큰 범위로, 꼭 그런 공격성이 없는 경우가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 씨가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3.11.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이코패스 성향은 의학적으로 치료될까. A 교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이런 성향의 사람에게 불안·분노·우울감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일상이 방해될 정도로 심하거나 이 증상을 다스리고 싶어 할 때 약물 치료로 증상을 줄이는 데는 도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이런 치료를 받으려면 자기 모습을 직면하고 돌아보려는 욕구가 강해야 하는데, 이들은 그런 욕구가 낮아 치료를 받아들일 자세를 갖추기 쉽지 않아서다. 자신이 불편해하지 않는 경향이 커 만약 또 기회가 되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은 유전될까? A 교수는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도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는 학계에서 인정된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 중에서도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성향이 강한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경우 충동성과 공격성은 세로토닌 수용체의 기능 이상과 관련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범죄를 반복하는 사람에게서 뇌의 전두엽·변연계 연결망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거나, 뇌 기능이 결핍된 경우가 적잖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환경적 요인도 사이코패스 성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A 교수는 "어릴 때 가족이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충분히 공감받지 못하거나 학대 같은 비인간적인 양육 환경, 부모가 약물에 중독된 가정에서 자라면 유전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더 잘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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