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기강' 잡기 나선 삼성 반도체, 근태부정신고제 도입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3.12.01 10:02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임직원끼리 서로의 근태 부정을 신고하는 '근태부정신고제'를 도입한다. 반도체 부문 적자가 지속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근무 기강 다잡기에 나선 것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피플팀(인사팀) 명의로 반도체(DS)부문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근태 부정 신고제 도입 공지가 내부 인트라넷에 올라왔다.

'DS부문 워크 스마트 도입을 위한 근태부정센터 도입'이란 제목의 해당 공지에는 "11월 30일부터 실명과 소속을 밝히고 사례를 제보해달라", "피신고자에게 익명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피플팀이 해왔던 직원 근태 부정 적발을 동료 직원들끼리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근태 부정 신고제 도입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최근 몇년간 호황에 직원들 근무 기강이 해이해졌으니, 실적이 부진한 지금이 분위기를 다잡을 타이밍이라는 긍정적 여론은 일부다.

직원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감시하게 만드는 문화가 조장돼 조직문화 자체를 병들게 만든다는 의견이 다수다. 직원 A씨는 "서로 물어뜯으라는 건가,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치졸하고 졸렬한 회사의 방식이 직원들을 아프게 한다"고 비판했다. B씨는 "직원 사기를 진작하려면 잘하는 직원들에게 기여한만큼 보상하는 방식을 써야지,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방식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피신고자의 익명성이 사실상 보장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C씨는 "피신고자가 신고자를 색출하는 경우도 있을텐데, 실제로 신고안했더라도 신고자로 오해받아 직장내 괴롭힘 당하면, 인사팀이 책임질 수 있냐"고 지적했다.

신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불만사항이다. 공지사항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부정 사항인지, 같은 그룹원끼리만 신고할 수 있는지 등의 기준은 명시되지 않았다. D씨는 "제외시간을 찍어놓고 노는지, 안넣고 노는지 어떻게 알고 신고할 수 있느냐. 산책하고 있는 사람은 죄다 신고하면 되느냐"며 "어떤건 괜찮고, 어떤건 부정인지 확실한 기준을 밝히라"고 말했다. 이어 "부작용과 오남용을 생각하지도 않고 일단 진행시키는 것이냐"며 "잘 나가는 에이스 죽이기로 악용되는 것은 아니냐. 현실판 게임이론"이라고 비판했다.

피플팀을 비롯한 사측에 대한 비난의 화살도 빗발친다. 피플팀이 할 일을 미루면서, 같은 직원끼리 신고하는 제도를 만들어 현실판 팬옵티콘을 만든다는 얘기다. 팬옵티콘은 감시자의 존재를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도, 언제나 끊임없이 수용자를 감시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감옥을 말한다. 또 다른 직원은 "제도 혁신 목표를 내세웠지만, 회사의 진짜 의도는 초과근무 줄여서 인건비를 줄이는 것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DS부문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적자가 12조원을 넘어서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DS 피플팀은 지난 7월에도 '삼성인 우리 함께 지켜요'란 제목의 근무 기강 확립을 위한 '군기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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