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III Batch-II'를 완성하는데는 김인득 기감(53)과 이영준 기정(44)의 손길이 필수다. 이 잠수함은 핵잠수함을 제외한 디젤 추진 잠수함 중 최장의 잠항시간을 자랑한다. 수직발사관 등의 무장체계도 갖췄다. 어떤 수역에서나 자유롭게 잠항하면서 폭넓은 작전이 가능한 전략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이 최첨단 잠수함을 완성하려면 34년차 용접 달인 김인득 기감을 거쳐야 한다. 김 기감은 HY80강으로 수직·수평발사관을 제작하는 작업을 한다. 그는 1989년 용접봉을 잡은 이래 오로지 잠수함 건조만 해온 업계 최고의 장인으로 불린다. 이 과정을 통해 '장보고III Batch-II'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잠수함으로 거듭날 수 있다.
수직 발사관을 탑재하는 역할은 이영준 기정이 맡는다. 발사관 하나의 무게만 5톤이다. 길이는 10m에 이른다. 한 개도 아닌 여러 개를 완벽한 수직으로 잠수함에 탑재해야 한다. 열 변형까지 고려해서 작업을 해야 한다. 동일부위에 3번 이상 수정작업을 하게 되면 HY80강의 성분이 변하기 때문에 실수를 해서도 안 된다.
김 기감은 "발사관 제작은 1mm 이상의 오차가 발생하면 안 된다"고, 이 기정은 "1~2mm의 오차와 싸우는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고난도 기술과 정밀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란 뜻이다.
이 기정은 "길다란 발사관 부위마다 두께가 다르고 용접을 하는 잠수함 선체 접합 부위 두께도 다르다"며 "발사관 여러 개를 같은 조건으로 정밀하게 설치 용접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장보고III Batch-II'를 글로벌 시장에 적극 내새우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안보수요에 대응하고, 무인·첨단 기술과 함께 해외 생산 거점도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지난 5일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 당시 한화그룹 전시장을 찾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발걸음을 멈춘 곳도 한화오션의 3000t급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Batch)-II' 모형 앞이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두다 대통령에게 이 잠수함의 △긴 잠항시간 △차별화된 무장능력을 중점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추진 잠수함을 제외한 현존하는 디젤추진 잠수함 중 최강의 작전성능을 가졌다는 것이다. 폴란드 정부는 잠수함 2∼3척을 새로 도입하는 '오르카(ORKA) 사업'의 입찰을 연내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장인들이 흘린 땀의 결실인 '장보고-III 배치(Batch)-II'는 전세계 바다를 누빌 준비를 마쳤다. 김 기감은 "이런 발사관을 만드는 게 대한민국에서 우리 반 직원들만 가능하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이 기정은 "내가 하는 일이 국가에 직접 공헌한다는 자부심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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