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였던 그 기업, 갑자기 적자?…"장부상 손실, 오히려 투자 기회"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 2023.12.01 05:30

#며칠 전 A씨는 투자하던 기업 재무제표를 보고 놀랐다. 2분기까지만 해도 흑자였다가 3분기 갑자기 순손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적자 원인으로 파생상품거래손실을 꼽으면서 실제 현금유출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적자 재무제표에 실망한 A씨는 투자를 지속할지 고민이다.

최근 3분기 실적발표를 한 기업들 중 대규모 파생상품거래손실로 적자상태에 빠진 종목들이 나오면서 투자자들 사이 혼선이 빚어지고 주가도 출렁인다. 그러나 환율 등 실제 파생상품 투자로 인한 것이 아닌, CB(전환사채)·BW(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 등으로 회계상 손실이 발생한 기업은 본질가치에는 이상이 없는 만큼 주가 하락을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29일 나인테크는 지난 3분기 당기순손실 12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액은 19억원이다. 3분기 순손실은 105억원 규모 파생상품 평가손실 탓이다. 파생상품 평가손익은 순이익에 반영되기 때문에 영업손실 대비 순손실 규모가 컸다. 다만 3분기 누적 매출은 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지난 28일에는 한스바이오메드가 121억원 규모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알렸다. 9월 결산법인인 한스바이오메드는 이로 인해 지난해 연간 당기순손실이 220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일부터 한스바이오메드 주가는 사흘 연속 내림세다.

엠로도 지난 11월 6일 91억원 규모 파생상품평가손실을 알렸고 인벤티지랩(158억원), 스피어파워(50억원), 비투엔(38억원), 자비스(19억원) 등이 대규모 파생상품평가손실을 입었다. 이들이 언급한 파생상품 평가손실은 진짜 손실은 아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CB에 부여된 파생금융상품을 공정가치로 비교한 데 따른 것으로, 장부상 손실에 그친다.


이들 기업은 올해 이차전지, AI(인공지능) 열풍 속 한차례 주가가 급등했던 경험이 있다. 이 시점에 과거 발행했던 CB나 BW를 샀던 투자자가 주식 전환 권리를 행사하면서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시세차익이 발생해 좋지만 K-IFRS에 따르면 CB에 부여된 파생금융상품을 공정가치로 비교해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이에 회사 재무제표에는 주가 상승으로 인한 CB 전환가격과 주가 간 차이가 손실로 반영되는 것이다. 나인테크의 경우 2021년 발행했던 제2회 CB와 2023년 발행한 3회차 CB 투자자들이 올해 8월18일과 21일 주식청구권을 행사했다. 이중 8월21일 전환한 투자자의 경우 나인테크 종가(6520원) 대비 주식 전환가액이 4075원(2회차), 3474원(3회차)으로, 각각 수익률이 60%, 88%에 달한다. 투자자는 이득이지만 회계에서는 이를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반영하기 때문에 재무제표에서 적자로 표기된 셈이다. 그러나 실제 현금 유출이 없기 때문에 성장성 높은 기업의 경우, 이로 인한 주가 하락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 엠로의 경우 해당 공시 여파로 지난 11월 7일과 8일 이틀간 주가가 10% 가량 하락했지만 이후 이날까지 30% 상승했다. 나인테크도 전날에는 부진한 실적 발표 여파로 주가가 약보합 마감했지만 이날 반등해 4.93% 올랐다. 다만 CB나 BW 발행이 너무 잦을 경우 기업 돈줄이 마르거나 경영권 관련 악용 가능성이 있고, 기존 주주 입장에선 주가 희석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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