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공채 2~4기와 경력직원을 주력 승진 대상으로 삼았다. 국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1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은 빗나갔다. 3급 시니어 팀장의 부서장 발탁과 여성 해외사무소장 선발 모두 금감원 출범 이래 최초 사례다. 금감원의 뿌리깊은 기수 문화를 극복하고 성과주의 조직문화를 자리잡게 하겠다는 이 원장의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 역대 최초 검찰 출신이자 최연소 금감원장인 이 원장의 파격 행보는 인사에서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정기인사 외에도 4~5번의 수시 인사를 단행했다. 이 원장의 잦은 인사 스타일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관료적 조직이 긴장감을 느끼는 효과도 가져왔지만 피로감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부서장이 교체되면 실무진들이 적응기간을 거쳐야 하고 업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도 한다.
이번 인사로 모든 부서장이 이 원장(1972년생)과 같은 1970년대생으로 교체됐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본부 부서장 승진자 15명이 1971~1975년생이다. 생물학적 나이에 기반한 세대교체는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인 성과주의와 다소 배치된다. 젊은 나이가 능력의 하나로 고려된다면 성과주의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자 막강한 권한이고 무거운 책임이다. 이복현 2기 체제의 주인공으로 부상한 부서장들 뿐 아니라 이 원장 자신도 이번 인사의 적절성을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시기, 금감원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윤곽을 드러낸 젊은 금감원이 힘을 발휘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이 원장의 타임 테이블에는 기간이 얼마로 적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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