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파리 결전 …사우디 잔치할 때 고개 숙인 한국 대표단

머니투데이 파리(프랑스)=최민경 기자 | 2023.11.29 18:48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 앞에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의 만찬 초대권/사진=최민경 기자
"한국이 문화적으로 똑똑하게 홍보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돈 앞에선 글쎄요. 사우디는 이미 돈을 많이 뿌린 걸로 알고 있는데 얼마나 먹혔을 지가 관건이죠."

프랑스 파리 우버 기사 베니서 알라우이씨는 지난 28일(현지시간)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투표 전 유치국이 어디가 될 지 묻자 이같이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투표를 앞두고 에펠탑 근처에서 리야드 2030 전시회를 여는 등 막대한 돈을 쏟은 만큼 현지에서도 한국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사우디는 한국에 한 표도 빼앗길 수 없다는 강한 자세로 임했다.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장인 '팔레 데 콩그레 로비에 오찬을 마친 BIE 회원국 대표단이 입장하면 각국 대표들에게 '인사 먼저하기' 경쟁은 물론 한국측과 인사한 대표단을 즉시 데리고 나갔다. 한국 관계자들이 '부산'을 외치면 사우디는 '리야드'를 힘껏 외치는 등 치열한 신경전도 벌였다.

총회장에 마련된 기자실에서도 사우디 언론의 반응은 남달랐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최종 프레젠테이션(PT) 발표가 진행될 때는 조용했던 바년 사우디 언론은 자국 연사들이 PT를 끝낼 때마다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전날 '팔레 데 콩그레'로 향하는 길은 부산엑스포를 홍보하는 차량용 전광판, 부산엑스포 아트카, 부산엑스포 택시와 버스 등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철수한 상태다. 반면 사우디는 투표가 끝나고 도심 한복판에서 엑스포 리야드 개최를 자축하는 광고를 크게 걸었다.


사우디는 투표 직후 팔레 데 콩그레 앞 길거리에서 엑스포 개최 축하 만찬 초대권도 뿌렸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묵은 프랑스 파리 르 그랑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만찬을 열었다는 후문이다. 한 현지 교민은 "신난 사우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 받기 싫다 해도 초대권을 주겠다고 했다"며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씁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6일에도 파리 외곽의 옛 비행선 격납고에서 BIE 회원국 대표단을 매료시키기 위한 호화로운 연회를 열었다. 빛과 소리를 사용한 송에뤼미에르 수중 공연, 고급 식자재로 만든 음식과 함께 각국 대표단에 투자 기회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우디 '오일머니' 물량 공세에 각국 대표단이 한국을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우디는 전날 엑스포 유치 투표에서 119표를 받아 29표를 받은 한국을 90표 차이로 이겼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정부 대표단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부산시는 2035년 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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