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자신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내어주는 것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 2023.11.30 08:50

[웰빙에세이] 인색한 나눔과 얄팍한 친절에 대한 반성

읍에서 요가를 마치고 버스 타고 돌아가는 길. 터미널을 떠난 버스가 100미터쯤 지나 교차로를 도는데 할머니 한 분이 이 버스가 왜 이쪽으로 가냐고 합니다. 다목리 쪽 버스를 타야 하는데 사창리 쪽 버스로 잘못 타신 겁니다. 별수 없이 차에서 내리는 할머니를 도와 주섬주섬 짐을 챙겨 드리는데 이 봉지, 저 봉지 짐이 여럿이고 아주 무겁습니다. 마침 오늘이 장날이라 장을 많이 보신 거지요. 허리 굽은 할머니가 이 짐을 다 들고 되돌아가기가 무리일 듯싶습니다. 순간, 고민했지요. 같이 내려서 터미널까지 모셔 드려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나도 한 시간을 기다려 다음 버스를 타야 합니다. 잠깐 주저하는 사이에 할머니는 내리고 버스는 횅하니 출발했습니다. 할머니가 마음에 걸려 줄곧 찝찝했지요.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핸드폰을 버스에 두고 내린 겁니다. 그 핸드폰을 찾느라 두어 시간 마음을 졸이며 다시 읍내에 다녀왔습니다. 차라리 할머니를 도와 같이 내렸으면 개운하게 다음 버스를 타고 왔을 것을! 아무래도 벌을 받은 것 같았지요. 속으로 반성하고 다짐했습니다. 누군가를 도와야 할 땐 마음도 더 내고, 시간도 더 내고, 수고도 더 해야겠구나. 내가 너무 인색했구나. 내 친절은 아주 얄팍하구나.

이게 어제 일입니다. 오늘 아침, 책상에 앉아 <게리 주커브의 소울 스토리>를 펼쳤습니다. 요즘 읽는 책이지요. 그런데 곧바로 한 구절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나눔은 그저 친구에게 차를 빌려주거나 돈을 빌려주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내어주는' 것이다."


저는 영혼의 신호를 믿는 편입니다. 내 영혼은 언제든 나에게 꼭 필요한 신호를 보내고 있을 겁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보내고, 못 알아들으면 조금 따끔하게 보내고, 그래도 못 알아들으면 아주 세게 보낼 겁니다. 내 영혼은 어제부터 연발로 세 번의 신호를 보내는군요. 처음에는 할머니, 다음에는 휴대폰, 그다음에는 한 구절의 글. '나눔은 자신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내어주는 것'이라는 게리 주커브의 글은 이렇게 끝납니다.

"주기 쉬운 것만 남에게 준다면 당신은 성숙해질 수 없다. 그것은 마치 텃밭에 가득 열린 토마토를 남들에게 나눠주는 것과 같다. 소중한 것을 나누는 것은 당신이 좋아하는 토마토가 몇 개밖에 없을 때도 남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신의 영혼은 그런 식의 나눔을 원한다."

맞아요. 맞다구요. 내 영혼도 그런 식의 나눔을 원한다고 어제부터 세 번이나 신호를 보냈다구요. 처음에는 가볍게, 그다음엔 조금 따끔하게! 만약 두 번째 신호까지 못 알아들었다면 세 번째 신호는 아주 세고 아팠을 겁니다. 다행히 오늘 신호는 가슴을 울리는 쪽이로군요. 감사! 앞으로 누군가를 돕고 무언가를 나눌 때는 나에게 중요한 어떤 것을 내어주는데 인색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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