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에게 있어 '건강권'은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선 안 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그러나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은 부족한 의료 인프라로 인해 건강권을 지속적으로 박탈당하며 의료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이 발표한 '2022년 공공보건의료통계'에 따르면, 서울과 지방의 지역의료 격차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등을 일정 시간 내에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기준시간 내 의료 이용률'을 살펴보면 응급실 기준시간 이내(1시간) 이용률이 서울은 90.3%인 데 비해 전남은 51.7%에 그쳤다. 지역응급의료센터 기준시간 이내(30분) 이용률 역시 서울은 88.9%였고 전남은 32.5%에 불과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기준시간 이내(90분) 이용률도 서울은 96.3%였던 반면, 충남은 50.2%였다.
지방의 의료서비스 불균형 문제도 심각했다. 상급종합병원 관내 이용률이 서울은 95.9%인데 반해 경북, 세종, 제주는 아예 없다. 산부인과 60분 이내 이용률은 서울 95.6%에 달하지만, 강원은 38.1%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이 처한 열악한 의료 접근성과 의료서비스 불균형 문제가 단순한 지역의료 격차 문제를 넘어 '지방소멸'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올해 한국경제인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의 41.1%가 미래에 지방을 떠나 수도권의 이주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들의 20.4%가 이주 사유로 보건·의료시설 등의 접근성 미흡을 꼽았다.
과거 한 여론조사(2021년)에서는 비수도권 거주자의 46%가 의료복지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공무원연금공단의 '귀총귀촌 실행여부조사(2021년)'결과에서 은퇴자 공동체 마을 입주자의 귀농·귀촌 포기의 두 번째 사유로 의료문제(15.5%)를 손꼽는 등 지역의료 격차는 단순한 사회적 문제를 넘어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이렇듯 지방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 문제는 지방소멸을 가속하는 주범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실현하기 위해선 지방의 의료 인프라 확충을 통해 지역의료 격차가 지방소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조속히 끊어내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등을 바탕으로 한 지역·필수의료혁신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단순히 수도권·광역시에 대다수 소재한 기존 의대의 정원만 늘려서는 지방의 의료인프라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
기존 의대 정원 증원을 넘어, 의료 취약지역에 소재한 지방 국립대학에 공공의대와 국립대 병원을 신설하는 등 지방 공공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과감한 지역·필수의료혁신 정책만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전 국민의 건강권을 보편적으로 보장하는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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