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처법 유예와 로드맵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 2023.11.29 05:06
내년 1월27일로 다가온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앞둔 중소기업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바라보며 따뜻한 손길을 바라지만 큰 기대는 없다.

5인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수는 83만여개로 전체 기업의 98% 이상을 차지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처법이 유예되지 않을 경우 대응 계획을 묻자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사업 축소·폐업 고려' 응답도 16.5%를 차지했다.

법적 조력을 받을 능력과 시간이 부족한 사업주는 사고 조사와 재판 기간 동안 기존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 사업주이면서 노동자인 이들은 더하다. 무대책으로 법을 어기는 길을 걷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직원은 하루 아침에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인다.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들이 중처법 유예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다. 중처법 유예가 안전 유예를 부추기는 것도 아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도 50인(억)미만 사업장의 안전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적잖다.

'2년 유예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2022년 1월 27일 법이 시행될 때 50인 미만 사업자 적용은 이미 2년 유예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또다시 '유예 필요성'이 제기되는 현실은 정부의 대응 부족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국민 보호와 정부 정책 집행 상황 등을 감시해야 하는 국회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부랴부랴 지난 9월 2년 유예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정부 사과와 대책 등을 요구하며 정치적 공세 메뉴로 올려놨다.

당장 2달밖에 남지 않았으니 책임 공방이나 탓 하는 것은 미뤄두자.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와 국회가 듣는다면 '유예'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데 겉모습은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 하다.

실제 정부는 '2년 유예'에 따른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예가 결정되면 지원책 등을 마련하겠다는 심산이라면 순서가 잘못됐다. 중소기업의 중처법 준비를 위한 2년 로드맵을 제시하며 유예를 설득하는 게 맞다. 유예와 정책 대비가 동시에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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