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가장 유명한 인류 화석 '루시'

머니투데이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 2023.11.27 02:02
권기균 박사(과학관과 문화 대표)
1974년 젊은 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은 국제 아파르 조사단(16명)의 탐사대장으로 에티오피아 아파르 분지에서 인류화석을 찾는 작업을 3년째 하고 있었다. 1973년부터는 아파르 분지 중에서도 하다르 지역을 정밀하게 조사해왔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하다르는 먼 옛날 호수 바닥이 말라붙은 곳이다. 아파르 분지의 사막 한복판에 있어 사방에 바위와 자갈과 모래가 널려 있다. 330만년 전부터 250만년 전 사이에 형성된 이곳은 천혜의 화석 발굴지다. 지층두께 150m에서 280m 사이에 4개의 층이 있다. 특이하게도 여기에서는 화석이 지표면에 노출된 채로 발견된다. V자형 계곡이기 때문이다. 하다르는 사막이라 거의 비가 오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내리면 폭우가 쏟아진다. 하룻밤 새 6개월치나 쏟아붓는다. 이 빗물들이 골짜기를 세차게 흘러가면서 주변 흙을 깎아낸다. 그리고 빗물이 빠지면 새로운 화석들이 표면으로 드러난다.

1974년 11월24일 아침, 동물과 식물화석을 조사하러 온 대학원생 탐사대원 톰 그레이가 커피를 마시러 도널드 조핸슨을 찾아왔다. 그는 전날 못 가본 곳으로 뼈를 찾으러 함께 가자고 했다. 그래서 둘은 캠프에서 6㎞ 떨어진 162지점으로 함께 갔다. 거기서 두어 시간 열심히 찾았지만 원하는 걸 찾지 못했다. 정오쯤 되니 온도가 43℃까지 올라갔다. 캠프로 돌아가려다 한 군데만 더 둘러보기로 했다. 그때 비탈 중간쯤의 뭔가가 도널드 조핸슨의 눈에 띄었다. 호미니드의 팔 조각이었다. 그 바로 옆에서 그레이가 작은 뒷머리뼈 조각을 주웠다. 또 몇 미터 옆에서는 넓적다리뼈 조각이 나왔다. 이어서 척추뼈 2개, 골반 일부, 턱뼈조각 2개도 나왔다.

탐사대원 전원이 그곳으로 몰려갔다. 3일 동안 뼈 수집작업을 했고 뼛조각 수백 개를 발굴했다. 비록 많은 것이 부스러기였지만 호미니드가 틀림없었다. 전체적으로 한 개체의 약 40%의 뼈가 발굴됐다. 한 개체에서 나온 뼈는 확실한데 그 개체가 무엇인지 예비조사에서는 알 수 없었다. 그와 비슷한 것이 전에는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석이 발굴된 곳은 하다르의 4개 층 중 가장 아래인 네 번째 층이었다. 이건 가장 오래된 화석이라는 의미다. 나중에 이 화석은 약 320만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자료에서는 318만년 전이라고 한다.

발굴한 화석들을 캠프로 가져왔다. 탐사대원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 상황을 도널드 조핸슨은 책 '루시, 최초의 인류'에서 이렇게 적었다. "캠프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날 밤 우리는 한숨도 자지 않고, 계속 떠들면서 맥주를 마셨다. 캠프에는 테이프리코더가 한 대 있었는데, 비틀스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가 흘러나왔다. 우리는 흥에 겨워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그 곡을 계속 들었다. 잊을 수 없는 그 밤 그 화석에게는 '루시'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 후로 그렇게 알려졌다. 공식 이름은 하다르에서 발굴된 화석에 붙는 식별번호인 'AL. 288-1'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자료나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맨 처음 화석 이름을 '루시'라고 부른 사람은 당시 같은 탐사대원이었던 여성 파멜라 앨더만이다.


루시는 20년 동안 '최초의 인류'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또 인류학에서의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화석이다. 인간으로의 진화의 시작이 '머리냐 다리냐'에서 두 발로 걸은 것이 먼저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조핸슨은 이 루시 화석을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 금고에 5년 동안 보관하며 연구를 계속했다. 루시에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학명이 붙은 것은 1978년이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던 비틀스의 노래에서 그 이름을 따왔기 때문에 루시는 금방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석이 됐다.

그래서 미국 NASA는 트로이군에 있는 5개 소행성을 탐사한 탐사선 이름을 '루시'라고 지었다. 그리고 2025년에 발사할 탐사선의 이름은 루시의 발견자 이름 '도널드 조핸슨'으로 정했다. 그만큼 루시는 가장 유명한 인류 화석이다.

사진은 [루시 복원 모형 사진]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인류의 기원 전시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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