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감독 경질→원클럽맨도 떠났다' 확실했던 SSG 방향성, 아마추어리즘은 옥에 티

스타뉴스 김동윤 기자 | 2023.11.25 06:31
김강민(오른쪽). /사진=SSG 랜더스
2023시즌을 마치고 벌어진 SSG 랜더스의 행보는 충격의 연속이다. 세대교체를 향한 방향성은 확실히 보였지만, 매끄럽지 못한 과정에서 보여준 아마추어리즘은 옥에 티였다.

최근 SSG에서 계속해 나오는 일들을 보고 있자면, 만화 같던 2022년 통합 우승으로부터 불과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꿈만 같다. 지난해 SSG는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이 조화를 이뤄 정규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1위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KBO리그 최초로 달성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한 이상적인 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1년 만에 하루하루가 다른 베테랑들이 부진에 빠지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삐걱거렸다. 그 결과 SSG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후 포스트시즌에서 4위 팀 NC 다이노스에 3연패로 탈락했고 프런트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시작은 SSG로 바뀐 후 첫 우승을 안겨준 사령탑인 김원형(51) 감독 경질이었다. 2023년 SSG에서는 불혹의 노장들이 필승조로 나서고 대타도 베테랑이 중용되는 등 젊은 선수들의 기용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 결과 SSG는 "팀을 쇄신하고 더욱 사랑받는 강한 팀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이에 구단은 당초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한 변화 범위를 뛰어넘어 현장 리더십 교체까지 단행하게 됐다"는 말과 함께 재계약 1년 차였던 김원형 감독과 일부 코치진과 계약을 해지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숭용(52) 전 KT 위즈 육성 총괄을 제9대 감독으로 선임했으나, 세대교체에 나선 SSG의 가시밭길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4년 만에 재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 선수 35인 명단에 묶이지 않은 김강민(41)이 한화 이글스에 4라운드 지명을 받아 팀을 떠나게 된 것.

김강민은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8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해 23년간 한 구단에서만 뛰어온 프랜차이즈 스타다. SSG서 5번의 우승을 함께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9회말 대타 동점 솔로포, 5차전 9회말 대타 역전 끝내기 스리런 등 결정적인 활약으로 MVP에 올랐다.

김강민. /사진=SSG 랜더스

불혹의 나이에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김강민이었지만, 세월을 피할 순 없었다. 올해는 계속해 부상에 시달린 끝에 70경기 출전에 그쳤고, 성적도 타율 0.226, 2홈런 OPS 0.627에 머물렀다. 시즌 말미로 갈수록 김강민의 은퇴 여부는 야구계의 화두로 떠올랐고 SSG가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운 뒤로는 더욱 뜨거워졌다. 실제로 2차 드래프트 직후 SSG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은 김강민이 은퇴한다면 언제쯤 은퇴 경기를 할지 논의할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이 오고 갔다.

여기서 SSG 구단의 아쉬운 대처가 몇 가지 나왔다. 먼저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김강민과 은퇴와 현역 연장에 관련해 확실하게 담판 짓지 못한 것이다. SSG 관계자에 따르면 김강민이 은퇴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으나, 되도록 현역 생활을 이어 나가길 바랐다. 구단도 그 뜻을 존중했고 기다린 것까진 좋았으나 확실한 답을 받지 못했고, 결국 다른 구단처럼 김강민의 이름 옆에 '은퇴 예정'이라는 별도의 표시도 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2차 드래프트를 맞이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다른 구단이 2차 드래프트에서 김강민을 선택했을 때를 대비한 플랜 B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선수가 결정하지 못했다면 다른 구단에서 선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호 선수 35인 명단을 짜야 했다.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면 선수와 충분한 공감대를 쌓았어야 했고, 23년간 팀에 머문 프랜차이즈 스타가 제외됐을 때 팬들의 마음을 헤아렸어야 했다.

그 후 대처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2차 드래프트 후 SSG는 김강민이 지명될 것이란 예상 자체를 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한화의 선택을 겸연쩍게 하고 스스로 현역 연장을 꿈꿨던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를 깎아내렸다. 주요 선수의 경우 보통 구단 간에 나누던 상호 교감이 이번엔 없어 당황한 점은 이해할 만하나, 보호 선수에서 제외한 순간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SSG 구단이 안이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드래프트 후 김광현, 한유섬 등 주요 선수들이 아쉬움을 나타낸 것도 이러한 구단의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원. /사진=SSG 랜더스

프랜차이즈 스타는 단순히 한 구단에서 오래 뛰었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떠났다고 해서 김강민이 SSG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닌 것도 아니다. 어느 구단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든 23년간 김강민이 SSG에서 쌓은 무언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붙잡지 못해 미안하다. 어디에 있든 우리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언제든 기다리겠다'고 말하면 그뿐이었다.

김강민은 이틀의 고민 끝에 24일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가기로 최종 결정했다. 한화는 25일 KBO에 제출할 보류선수 명단에 김강민을 포함시키고 4라운드 양도금인 1억 원을 SSG에 지불할 예정이다. 김강민은 "23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야구하며 많이 행복했습니다. 신세만 지고 떠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보내주신 조건 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을 잘 간직하며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을 내보려 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고 팬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세대교체의 칼을 빼든 이상 진통은 피할 수 없다. 이미 2차 드래프트 때 또 다른 베테랑 최주환(35)이 전체 1라운드 1번에 키움 히어로즈로 향했고, 김강민이 현역 연장을 선택한 날에는 또 다른 원클럽맨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이재원(35)이 18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SSG를 떠났다.

이숭용 신임 감독이 "육성은 1군에서 써야 이뤄진다"는 소신을 밝힌 이상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팬들은 혹시 모를 다음 이별에서는 이번과 다르길 구단에 기대하고 있다.

베스트 클릭

  1. 1 '젊은 대장암' 왜 급증하나 했더니…대학생들 달고 사는 '이 음료' 때문?
  2. 2 "친형과 아내가 만나는 것 같다"…이혼통보 받은 남편 '분노 사연'
  3. 3 "잠옷 같다" 혹평 토트넘 새 유니폼…손흥민이 입자 '반전'
  4. 4 땀 흘린후 "시원한 맥주 한잔" 찾더니…2030 결국 '이 병' 늘었다
  5. 5 8조2600억원→2800억원…줄줄이 무릎 꿇은 '미국 공매도 제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