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원이 인프라 깔고 민간 금융사가 서민금융 늘려야"

머니투데이 대담=이학렬 금융부장, 정리=이용안 기자 | 2023.11.27 08:22

[머투 초대석]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소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서민금융진흥원
"서민금융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 민간 금융사에 제공하고 대출 공급은 민간 금융사에서 맡아야 한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을 위한 자금공급에 민간 금융사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금원이 보증을 통해 공급하는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은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차주가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는 걸 막기 위한 '일시적 방파제'라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근본적으로는 정책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민간 금융사가 차주의 정보를 쌓아 자사 고객으로 끌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서금원은 민간 금융사의 서민금융 공급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이미 시작했다. 서금원은 고객의 비금융정보까지 활용한 서민 특화 신용평가모형(CSS)을 개발해 발전시키고 있다. 또 정책금융상품 이용자와 비이용자의 정보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고 있다. 이 원장은 "서금원이 쌓은 인프라를 민간 금융사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을 만나 서민금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고금리 기조로 인해 저축은행 등 민간 금융사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신용대출을 많이 줄였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으로 옮겨갔다. 내년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시는가.
▶고금리 기조로 조달비용이 크게 올라 실제로 올 상반기 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6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조9000억원 가량 줄었다. 이 가운데 신용점수 하위 20%인 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4조5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2조원 줄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책금융상품의 공급 규모는 2021년 5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도 6조8000조원 정도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어려운 경제 상황과 고금리 기조로 정책금융상품 수요는 꾸준히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민간 금융시장의 서민대출이 축소되면 불법사금융 시장이 확대될 우려가 있기에 서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금융상품을 충분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

-정책금융상품 관련 관심이 커지는 만큼 금융사들이 기부하는 규모를 늘려서 서금원의 역할을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사실 지금 서금원의 정책금융상품 공급은 일반 금융사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다. 금융사의 재무구조, 건전성 등의 상황이 좋을 때 취약계층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서금원의 보증을 통해 금융사가 직접 대출을 한 뒤 상환 과정에서 금융사가 차주 관련 정보를 갖고 자사 고객으로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바람직하다.

-민간 금융사가 서민금융 공급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달라.
▶서금원의 보증 대출은 취약차주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부실이 발생해도 대출원금의 10%만 손해를 보니 차주의 관리도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정책금융상품에서 연체가 나면 차주의 상태가 어떤지 등 서금원이 확인해야 하는데 대위변제는 3개월 뒤부터 가능해 단기연체가 발생한 경우에는 금융사가 따로 연락을 주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다. 또 서민금융을 보증상품에 의존하게 되면 금융사의 자체 서민금융 공급 역량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정책서민금융 상품 이용 고객을 분석해 자사 고객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보증대출 규모가 늘어나면 취약차주에 관한 심사능력을 기를 유인이 떨어지게 된다.

-현재 민간 금융사들의 서민금융 공급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금융사의 연체율이 올라 취약차주 대출을 통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금융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상호금융권의 경우 신용협동조합임에도 신용대출 취급 비중이 10% 수준으로 적은 것도 리스크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해서다. 또 국내 예금과 대출 시장 규모가 4500조원 정도 되는데 그 시장의 75%를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상호금융의 규모는 1000조원, 저축은행이 100조원 수준인데 취약차주를 위한 시장 자체가 작다.

-민간 금융사의 서민금융 공급 활성화를 위해 서금원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민간 금융사의 서민금융 공급 활성화를 위해 서금원은 서민금융 관련 인프라를 민간 금융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서금원은 고객의 비금융정보까지 포함한 서민 특화 CSS를 개발해 발전시키고 있다. 이를 올해부터 정책금융상품 심사에 적용했는데 이전보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의 범위가 확대됐다. 또 정책금융상품 이용자 100만명, 비이용자 100만명을 비교하는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정책금융상품 이용자에 관한 이해를 높이면 앞으로 정책금융상품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햇살론15 등 취약차주를 위한 정책금융상품의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정책금융상품은 서금원이 금융사에 보증을 하고 금융사가 취약차주에 대출을 내주는 구조다. 정책금융상품은 복지가 아닌 금융시스템 내에서 운영되는 상품이고 대출의 주체가 금융사인 만큼 결국 정책금융상품의 금리는 조달금리보다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또 금리 수준은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의 중간 신용금리에 맞춰져 있다. 만약 이보다 금리가 더 낮아지면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한 차주도 저축은행을 가지 않고 정책금융상품만 이용하려 할 수 있다. 이 경우 정책금융상품을 받는 대상이 늘어나 진짜 도움이 필요한 차주들이 배제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은 정부 복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특히 올해는 서금원이 취약차주에 직접 대출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을 출시했다. 파격적인 상품이었던 만큼 도덕적 해이 등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실제로 지난 9월 기준 미납률이 27.4%에 달하기도 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불법사금융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배경에서 만들어진 상품이다. 연체자도 이용할 수 있는데 한 달 월세나 전화요금 등 불가피하게 소액이 필요한 서민들을 위해 마련됐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차주가 반드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해 대면상담을 해야만 받을 수 있다. 차주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연체채권이 있으면 신용회복위원회와 연계해 채무조정을 권유하고, 기초생활 수급자라면 복지제도를 안내한다. 고민은 많지만 불법사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양지로 나오게 하는 게 상품 취지 중 하나다. 차주가 소액생계비대출을 받으러 왔을 때 채무 상담도 받게 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복지 제도도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서민들을 위한 대출 외에도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위해 청년희망적금, 청년도약계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중복 운영 우려도 크고 일부 상품은 예산을 다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두 상품은 중복 가입이 불가능하고 아직까지 청년희망적금 가입자가 200만명대를 유지하다보니 청년도약계좌 가입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내년 3월 청년희망적금 만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청년도약계좌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금융, 청년자산형성 등 서민금원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서금원이 나아갈 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서민의 금융생활이라는 관점에서 파이낸셜 헬스(Financial Health)라는 개념이 있다. 단순히 서민을 위한 자금공급뿐 아니라 자산운용, 카드사용, 보험 등 서민들도 보통 이상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다. 서금원도 현재 대출 보증 외에도 한부모가정을 위한 실손보험 등 다양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지원이 서금원이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또 서금원의 입장에서는 지원센터를 찾은 차주에게 상담을 통해 상황에 맞는 상품뿐 아니라 복지 제도도 안내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복위와 연계해 복합상담을 하는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담당자와도 매칭도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어려운 사람이 센터에 와서 상담을 받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상실감이나 박탈감을 가지고 센터를 나서지 않도록 답을 찾아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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