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경고장' 받은 핀플루언서… 해외선 속속 규제대상 편입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23.11.26 07:59

"(핀플루언서가) 불법 사익을 추구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형태의 것들은 미꾸라지가 물 전체를 흐리는, 엄단해야 할 시장교란 행위라고 생각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일부 핀플루언서들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수많은 지지자(팔로워 등)를 내세워 테마주에 대한 '묻지마 투자'를 조장하며 부당이득을 취하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투자정보 공유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만큼, 금융당국이 핀플루언서에 대한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복현 "유명세 이용해 서민 약탈한 범죄 2~3건 포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계법인 CEO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금융투자협회 70주년 기념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핀플루언서가 연루된 불공정거래 사건 2~3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핀플루언서들 유명세, 영향력을 이용해 특정 상장 종목을 추천하고 투자자들의 매수를 유도한 다음 본인들의 차명 계좌에서 매도하는 방식 등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서민을 기만하고 약탈적으로 저지른 범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시간 안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조사력을 집중하고 검찰 등 수사기관과 협조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사건은 공시조사 부문의 조사 1국과 3국에서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핀플루언서의 불공정거래 의혹과 허위사실 유포 행태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6월 불법 리딩방 집중 단속을 위해 금융투자검사2국에 유사투자자문업자 불법 행위 단속반을 설치하고,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했다. 단속반은 핀플루언서를 사칭해 투자자를 채팅방으로 초대한 뒤, 해외선물 및 가상자산 투자를 미끼로 수억원을 편취한 사실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금감원은 8월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불법 리딩방 관련 정보공유, 공동단속, 피해예방 등을 위한 공조 체계를 마련했다.



영향력 커진 핀플루언서… 작전·허위사실 유포 부작용


핀플루언서는 금융(Finance)과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합성어로 주식, 부동산 등 투자정보 콘텐츠를 제작 및 공유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인을 말한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와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선대인TV' 등이 대표적인 핀플루언서다.

2019년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촉발한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핀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졌다. 주식투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며 핀플루언서 채널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증권사 리포트 등 기존 투자정보 통로에 대한 불신이 컸던 점 역시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2509곳)의 개인투자자(주식 소유자)는 1424만명으로 2019년 612만명으로 3년 만에 133%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개인투자자 규모가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핀플루언서는 투자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하면서 주식투자 대중화와 경제지식 향상을 가져왔다는 평가와 동시에 불법 리딩방과 연계한 시세조종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는다. 잘못된 투자정보나 헛소문 등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핀플루언서를 사칭한 리딩방이 만연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커지는 핀플루언서 감독 필요성… 각국 '금융상품 홍보' 규제 적용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핀플루언서의 영향력을 고려한 세부적인 감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요 국가들은 핀플루언서의 금융상품 홍보에 초점에 맞춘 규제 도입에 속속 나섰다. 자본시장연구원이 9월 발간한 '최근 영국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금융상품 관련 홍보 지침안 발표 및 글로벌 현황'(홍지연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금융감독국(FCA)은 7월 소셜미디어에서 금융상품 홍보 지침안을 발표하면서 핀플루언서 활동과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 마케팅 등을 감독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럽 증권시장감독청(ESMA)은 1월 기업의 핀플루언서 협업 금융상품 홍보 행위를 감독할 때 해당 기업뿐 아니라 소셜미디어와 핀플루언서도 고려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 증권거래소(SEBI)는 8월 핀플루언서와 중개기관,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판매 관련 규정 위반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 역시 금융서비스 라이선스 없이 활동하는 핀플루언서의 불법 홍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홍 연구원은 당시 발간물에서 "핀플루언서의 활동 범위가 확대되고 영향력이 커져 믿고 투자하는 금융소비자가 증가하면서 투자 피해 발생 가능성도 확대됐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 및 소셜미디어의 다양한 활용 행태를 고려할 때 핀플루언서 관련 규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 연구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소비자법에 인터넷 금융상품 홍보와 관련한 규제 내용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핀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한 규제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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