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미운털 '콕'→661조 증발…中 유통 공룡의 몰락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 2023.11.25 09:30

[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가 찾아드립니다.

올해 알리바바 주가 추이.
"중국 은행의 전당포 사상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 이런 사상으로는 세계의 발전하는 금융 수요를 뒷받침할 수 없습니다. 기술력을 이용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용 시스템으로 전당포 사상을 대체해야 합니다"(2020년 10월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 포럼,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이 발언을 계기로 알리바바의 몰락이 시작됐다. 마윈 창업자의 발언은 빅테크 기업의 수장이 할법한 말이었으나, 문제는 비판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중국 정부였다. 당시 행사엔 왕치산 국가부주석, 이강 인민은행장 등 공산당 고위 관계자들이 있었고 알리바바는 수년 동안 정부의 규제라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시가총액이 3년 동안 661조 증발했다. 올해 들어 홍콩 증시가 대폭 하락했음을 감안해도 같은 기간 알리바바의 낙폭은 컸다. 알리익스프레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커머스 사업에선 성공을 거뒀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 등 굵직한 악재를 정면으로 소화한 탓이다.

지난 24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알리바바(HKG:9988)의 주가는 전일 대비 1.55% 내린 76.05홍콩달러(약 1만2747원)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는 2014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2019년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했다. 뉴욕 증시엔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됐으며 티커(종목명)는 BABA다.

당초 중국의 유통 공룡인 알리바바는 국내에선 창업자 마윈의 성공 신화로 알려졌다. 이른바 '흙수저' 출신이었던 마윈은 항저우사범대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영어 강사를 하다가 1999년 동료 17명과 함께 자본금 50만위안(약 9127만원)으로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알리바바가 내놓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 전자결제 플랫폼 '알리페이' 등은 중국인들의 생활양식을 바꿔놨다.

중국에서 마윈은 단순한 자수성가 기업인 이상이었다. "모든 사람은 성공할 기회가 있다",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걸 안다면 힘든 날을 견디는 건 어렵지 않다", "세상에 훌륭한 이념은 없고 착실한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미쳤다고 한다면 성공이 머지않았다" 등의 명언을 남기며 중국 청년들의 창업 의욕에 불을 지피는 명사였다.

알리바바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건 '문제의 발언'이 있었던 2020년 말부터였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IPO(기업공개)는 돌연 취소됐고, 다음 해엔 독점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182억2800만위안(약 3조 3284억원)의 벌금에 처해졌다. 대대적인 규제를 받으면서 마윈의 공개 행보가 줄어들자 '체포설'과 '실종설'이 돌기도 했다.


알리바바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20년 11월24일 270홍콩달러였던 주가는 3년 만에 71.83% 빠졌다. 시가총액도 약 661조3400억원 날아갔다. 3년 전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텐센트(HKG:00700)의 시가총액보다 많았지만, 지난 24일 기준 텐센트의 시총은 알리바바의 두 배가량이다.

올해 들어서도 알리바바의 주가는 여전히 약세다. 지난 24일 주가는 52주 최고가(1월26일, 118.5홍콩달러)에 비해 35.82% 빠졌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지난 7월 앤트그룹이 인민은행에서 71억2300만위안(약 1조 3005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때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는 점이다. 정부의 규제가 이제 마무리됐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었다.

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자회사의 상장 철회였다. 알리바바는 지난 3월 회사를 사업 부문에 따라서 6개 기업으로 분사한 후 개별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달 미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 등 사업 환경의 변화로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 부문을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으로 주가는 10%대 급락했다.

마윈 창업자가 자신의 지분을 팔겠다고 나선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마윈은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서 알리바바 지분 1000만주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매각 예정 주식의 시가는 60억위안(약 1조950억원)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내려가 지분 가치가 줄어들며 마윈은 당초 계획과 달리 주식을 1주도 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중국 증권가에서는 알리바바의 주가 전망을 밝게 본다. 이달 알리바바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한 중국 증권사 12곳 가운데 투자의견을 제시한 11곳은 '매수'(9곳), '비중 확대'(1곳), '강력 추천'(1곳) 의견을 제시했다. '강력 추천' 의견을 제시한 팅저촨 자오샹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본업인 전자 상거래 부문의 실적이 안정적이고 클라우드 컴퓨팅과 해외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라고 평했다.

베스트 클릭

  1. 1 "박지윤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 "최동석 막말 심해"…누리꾼 반응 보니
  2. 2 [단독]"막걸리 청년이 죽었다"…숨진지 2주 만에 발견된 30대
  3. 3 "제시 일행 갱단 같다" 폭행 피해자 주장에…재조명된 박재범 발언
  4. 4 최동석 "남사친 집에서 야한 영화 봐"…박지윤 "성 정체성 다른 친구"
  5. 5 "어머니 아프다" 돈 빌려 도박한 이진호…실제 모친은 '암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