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움직인 사랑..선화공주부터 윤심덕까지[신간]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 2023.11.24 09:59

[서평]사랑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

최근 발간된 책 '사랑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엔 고대의 소서노와 주몽부터 근현대의 윤심덕과 김우진까지 한국사에서 가장 아름답지만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15편이 수록돼 있다.

서강대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권경률)는 사랑 때문에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역사의 사례들을 한국사의 중요 사건들을 중심으로 모았다. 남녀의 사랑이 갖는 가치는 단순한 관심사를 뛰어넘는 무게감이 있다는 관점에서다. 역사를 사랑이란 거울에 비춰보면 의외의 모습이 보인다는게 저자의 해석이다.

백제 무왕인 서동은 무용담이 아닌 연애담, 즉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정을 통하고, 서동 서방을 밤마다 안는다네'란 외설적인 동요를 퍼뜨려 왕의 자리에 올랐다. 반면 낙랑공주는 조국인 낙랑국의 무기고에 들어가 자명고각을 망가뜨리면서 호동왕자와의 사랑을 한국사에서 가장 비정하고 서글픈 사랑 이야기로 만든 주인공이다. 결국 낙랑공주는 아버지의 손에 죽는다.

이성계와 이방원에게 신덕왕후와 원경왕후가 없었다면, 조선을 건국하거나 왕권 강화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이성계가 신덕왕후의 보좌를 받아 대업을 달성했듯 이방원도 원경왕후의 지원을 업고 왕좌를 차지했다.


고려를 세운 왕건이 호족들과 혼인관계로 연합한 것도 유명한 사례다. 삼한을 통합하고 고려를 건국하고 새 시대를 열기까지 왕건은 6명의 왕후와 23명의 아내를 얻었다. 제1비 신혜왕후는 유천궁의 딸이자, 왕건의 적처(嫡妻)가 됐다. 정주 유씨(柳氏) 가문은 군대를 먹이고 재울 만큼 재력이 풍부해 왕건의 최대 후원자 역할을 했다. 제2비 장화왕후의 집안은 군사력과 경제력, 신분 등 내세울 게 없었지만, 호족들의 협력을 이끌어내 왕건이 후백제와 결전을 치르게 했다. 제3비 신명순성왕태후는 유긍달의 딸, 제4비 신정왕태후는 패서 호족인 황보제공의 딸이었다. 제5비 신성왕태후는 사촌 누이였고, 제6비 정덕왕후는 또다른 정주 유씨(柳氏) 가문의 딸이었다. 이렇듯 왕건은 결혼동맹과 호족 연합으로 '삼한의 사위' 왕서방이 됐고, 충성스러운 후원자들을 장인으로 삼았다.

저자는 현재 월간중앙에 '사랑으로 재해석한 한국사'에 이어 '노래하는 한국사'를 연재하고 있다. △모함의 나라 △시작은 모두 사랑이었다 △조선을 새롭게 하라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 등을 썼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팟캐스트에 '역사채널 권경률'을 열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랑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권경률/인물과 사상사/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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