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개인 A가 가지고 있는 100억원짜리 건물을 신탁회사에 신탁한다고 생각해보자. 신탁의 수익자는 신탁의 이익(건물임대료)에 대한 수익자와 신탁의 원본(건물)에 대한 수익자로 구분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신탁의 이익에 대한 수익자는 A의 생전에는 A로, A가 사망하면 배우자로 정하고 신탁의 원본은 배우자 사망시 자녀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하는 신탁을 설정할 수 있다. 수익자 여러 명이 연속해서 설정되기 때문에 이런 신탁을 수익자연속신탁이라고 한다. A의 생전에는 신탁의 이익(건물임대료)에 대해 A가 세금을 내면 된다. 문제는 A가 사망했을 때 신탁에 대해 상속세를 어떻게 낼 것인지다. 배우자에게 귀속되는 신탁 이익의 가치는 30억원, 자녀에게 귀속되는 신탁 원본의 가치는 70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피상속인 A가 사망했을 때 상속세는 어떻게 과세해야 할까. 3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순위 수익권자인 배우자에게 상속세 전체를 과세하고 배우자 사망시 자녀에게 다시 상속세 전체를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문제는 배우자가 상속받는 재산가치는 30억원인데 이를 넘어서 100억원 전체에 대해 상속세를 부담시키는 것은 재산권 침해로 인한 위헌성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A 사망시 배우자가 상속세를 부담하되 자신이 받은 30억원에만 상속세를 부담하고 신탁의 원본 70억원에 대한 과세는 후에 배우자 사망 후 자녀에게 원본이 귀속될 때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조세회피가 가능해지는 문제가 있다. 즉, A가 건물을 직접 상속할 경우 상속인들은 100억원에 대한 상속세를 전부 부담해야 하지만 신탁방식을 이용할 경우 A 사망시 30억원에만 상속세를 내면 되고 70억원에 대한 상속세는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과세를 이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직접상속과 비교할 때 과세불균형 내지 조세회피가 발생할 수 있어 적절치 않다.
세 번째 방식은 A 사망시 배우자는 30억원에 대해, 자녀는 70억원에 대해 각자 상속세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각자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내기 때문에 조세회피는 없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자녀는 상속세를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자녀는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야 수익권을 취득해 이를 기초로 (신탁재산을 팔거나 담보로 대출하거나) 상속세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가든 논란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과세를 해야 하는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례 역시 전무한 상황이다. 실무적으로 아직까지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법 해석적 측면 그리고 입법적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제법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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