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수익자연속신탁과 상속세

머니투데이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 | 2023.11.24 02:02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1
요즘 들어 신탁, 특히 상속형 신탁의 설정이 부쩍 늘었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뜻이다. 신탁은 '계약'의 일종이다. 그러다 보니 위탁자와 수탁자 그리고 수익자 사이에서 신탁의 조건을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 A가 가지고 있는 100억원짜리 건물을 신탁회사에 신탁한다고 생각해보자. 신탁의 수익자는 신탁의 이익(건물임대료)에 대한 수익자와 신탁의 원본(건물)에 대한 수익자로 구분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신탁의 이익에 대한 수익자는 A의 생전에는 A로, A가 사망하면 배우자로 정하고 신탁의 원본은 배우자 사망시 자녀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하는 신탁을 설정할 수 있다. 수익자 여러 명이 연속해서 설정되기 때문에 이런 신탁을 수익자연속신탁이라고 한다. A의 생전에는 신탁의 이익(건물임대료)에 대해 A가 세금을 내면 된다. 문제는 A가 사망했을 때 신탁에 대해 상속세를 어떻게 낼 것인지다. 배우자에게 귀속되는 신탁 이익의 가치는 30억원, 자녀에게 귀속되는 신탁 원본의 가치는 70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피상속인 A가 사망했을 때 상속세는 어떻게 과세해야 할까. 3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1순위 수익권자인 배우자에게 상속세 전체를 과세하고 배우자 사망시 자녀에게 다시 상속세 전체를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문제는 배우자가 상속받는 재산가치는 30억원인데 이를 넘어서 100억원 전체에 대해 상속세를 부담시키는 것은 재산권 침해로 인한 위헌성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A 사망시 배우자가 상속세를 부담하되 자신이 받은 30억원에만 상속세를 부담하고 신탁의 원본 70억원에 대한 과세는 후에 배우자 사망 후 자녀에게 원본이 귀속될 때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조세회피가 가능해지는 문제가 있다. 즉, A가 건물을 직접 상속할 경우 상속인들은 100억원에 대한 상속세를 전부 부담해야 하지만 신탁방식을 이용할 경우 A 사망시 30억원에만 상속세를 내면 되고 70억원에 대한 상속세는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과세를 이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직접상속과 비교할 때 과세불균형 내지 조세회피가 발생할 수 있어 적절치 않다.


세 번째 방식은 A 사망시 배우자는 30억원에 대해, 자녀는 70억원에 대해 각자 상속세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각자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내기 때문에 조세회피는 없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자녀는 상속세를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자녀는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야 수익권을 취득해 이를 기초로 (신탁재산을 팔거나 담보로 대출하거나) 상속세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가든 논란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과세를 해야 하는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례 역시 전무한 상황이다. 실무적으로 아직까지 이슈가 되지는 않았지만 법 해석적 측면 그리고 입법적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제법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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