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22일(이하 현지시간) 리시 수낙 총리와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한영 간 미래 협력 방향을 담은 다우닝가(街) 합의를 채택하고 양국 관계를 기존의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다우닝가 합의에는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동 입장을 강조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 인도-태평양, 중동지역 정세 등 글로벌 현안에 공동 대응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양국은 국제사회에서 규칙기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주요 20개국(G20) 및 주요 7개국(G7) 등 다자 무대에서의 공조에도 뜻을 모았다.
특히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사이버 위협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아울러 합동 훈련 확대와 함께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순찰을 추진하는 등 국방·안보 분야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 사이버 공간을 포함한 전방위적 안보협력도 강화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런던에서 경제인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전 분야 9건을 포함한 31건의 기업·기관 간 MOU를 맺었다.
정부 간 MOU로는 △한영 FTA 개선협상 개시 공동선언문(한국 산업통상자원부-영국 기업통상부) △반도체협력 MOU(한 산업부-영 과학혁신기술부) △청정에너지 파트너십(한 산업부-영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원전협력 MOU(한 산업부-영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해상풍력 MOU(한 산업부-영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 △방산 공동수출 MOU(한 방위사업청-영 산업무역부)등이 체결됐다. 기업·기관 간에는 에너지·인공지능(AI)·방산·바이오·금융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총 31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구체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와 CFE(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추진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CFE 협력 확대를 위한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UN)총회에서 제안한 'CFE 이니셔티브'에 미국에 이어 '원전 종주국'인 영국까지 동참한 셈이다.
원전 협력과 관련해서 양국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핵연료 △운영·정비 △원전해체 △방사성폐기물 등 원전 전 주기에 걸쳐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국은 물론 제3국에서까지 대형원전과 SMR(소형모듈원전), 첨단원전의 개발을 위해 협력 기회를 모색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영국과의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정부가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CFE 이니셔티브의 글로벌 확산이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며 "원전 협력과 관련해서도 영국과 협의해 제6차 원전산업대화체를 조속히 열고 양국 기업·기관 간 신규원전 협의 추진을 지원하는 등 후속조치에 만전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우주 분야에서도 양국의 협력 수준이 격상됐다. 과학기술통신부는 이종호 장관과 미셀 도넬란(Michelle Donelan) 과학혁신기술부(DSIT) 장관이 '우주협력 MOU'를 포함해 한-영 디지털파트너십, 과학혁신기술 이행약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과 영국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우주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우주탐사, 우주산업, 우주 정책 등 양국 공통의 관심 분야에 대한 협력 절차를 체계화하고 이를 촉진하는 목적이다. 주요 협력 분야로는 우주탐사를 비롯해 산업, 인프라, 위성, 항법·시각, 통신, 지구관측 등을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 양국은 향후 공동 실무단을 구성해 공동연구와 전문가 교류, 교육 활동, 산업체 간 교류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국제 우주규범과 정책 등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양국의 문화적 경쟁력을 언급하며 공통점을 통해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우리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며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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