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도 엔비디아랑 손잡아… AI 신약개발,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 2023.11.22 15:42

로슈 자회사 제넨텍, 엔비디아와 AI 신약개발 업무협약
엔비디아의 생성형 AI 플랫폼 활용… 초기 후보물질 단계 집중
"신약 개발 진입장벽 낮아질 것… 의약품 비용 감소 기대"

다국적 제약사 로슈 그룹의 제넨텍이 엔비디아와 손잡았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제넨텍은 엔비디아의 생성형 AI 플랫폼에 자사의 신약 설계 알고리즘을 적용할 예정이다.

로슈는 전 세계에서 R&D(연구·개발)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제약사다. 제넨텍과 엔비디아의 협업은 AI 신약 개발이 글로벌 트렌드라는 걸 다시 입증했다. 2027년 약 5조원에 달할 AI 신약 개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국내외 경쟁이 치열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은 전날 엔비디아와 생성형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제넨텍은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 기술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AI 플랫폼인 '바이오네모'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제넨텍이 보유한 약물 개발 알고리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 역시 제넨텍의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자사의 플랫폼을 개선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협업 기간이나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엔비디아와 바이오기업의 협업은 앞서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엔비디아는 지난 7월 AI 신약 개발사 리커전에 5000만달러(약 650억원)를 투자해 주목받았다. 자체 AI 약물 발굴 플랫폼 바이오네모까지 만들어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넨텍도 앞서 여러 AI 신약 개발사와 협력해왔다. 자체적인 약물 개발 알고리즘을 보유했지만 이번 엔비디아와의 협업으로 이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협력은 초기 후보물질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보통 신약 개발 기간은 평균 10년 이상이다. 이 중에서 3분의1이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초기 단계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화합물의 조합은 10의30승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셀 수도 없이 많은 화합물 조합에서 약이 될 만한 후보군을 골라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엔비디아의 생성형 AI 플랫폼 기술과 제넨텍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합쳐 이 초기 단계 과정을 단축하겠다는 게 양사의 계획이다. 이를 통해 10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더 적은 비용으로 임상시험 진입 성공률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제넨텍의 모회사 로슈는 지난해 147억달러(약 19조원)를 R&D에 투자했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기업에서 가장 많은 돈을 R&D에 투자했다. R&D 투자 1등 제약사가 엔비디아와 협력한다는 건 의미가 크다. 그만큼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이다.

제약사가 IT 기업과 제휴를 맺고 신약 개발에 나서는 건 이제는 흔한 일이다. 백신 개발로 유명한 GSK는 제넨텍보다 앞선 2020년 일찌감치 엔비디아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터 'DGX A100'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노바티스는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와 5년 기간의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과 신약 디자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AI 관련 기업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는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장 최근에는 대웅제약이 지난달 31일 머크 라이프사이언스와 AI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JW중외제약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AI 플랫폼 '주얼리'와 '클로버'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처럼 AI 플랫폼을 이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주는 용역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주목받는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올해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8억8780만달러(약 1조1500억원)다. 연평균 45.7% 성장해 2027년 40억35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본격화하면 R&D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중소 바이오기업의 신약 개발 진입 장벽도 대폭 낮아질 것이다"며 "지금까지 대형 제약사 중심으로 이뤄지던 신약 개발 생태계도 무너질 수 있고, 제약사 간 경쟁이 유도되면서 의약품 비용 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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