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VC 양극화가 불러올 나비효과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23.11.22 14:24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지난 10월 서울 영등포구 기술보증기금 서울본부에서 열린 '벤처 캐피탈 업계 간담회'에서 루키리그 활성화와 관리보수 체계 개편 등 벤처투자 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벤처캐피탈(VC, 창업투자회사)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창업투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VC는 364개사로 총 벤처펀드 운용규모(AUM)은 56조5584억원이다. 이중 AUM(운용규모) 기준 상위 3%의 대형 VC 14곳이 전체 36%인 20조7000억원을 운용한다. 반면 하위 26%인 95개사는 AUM이 상위 3%의 100분의 1인 100억원을 밑돈다.

VC업계의 양극화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금리인상으로 출자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VC들이 펀드 결성에 애를 먹기 시작했다. 특히 중소형VC의 타격이 컸다. 그나마 열리는 출자사업들은 보수적으로 대형 VC들에게 출자했고, 대형VC들은 시장축소에 중소형VC들이 맡아오던 소규모 출자사업에까지 손을 뻗었기 떄문이다.

그 결과 투자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 새 라이선스를 반납한 VC의 숫자는 7곳에 달한다. 2019~2021년 연평균 4.7곳보다 32% 증가한 규모다. 심사역 인력 사이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VC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주니어 심사역들은 VC업계를 탈출해서 산업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산업계 인력들이 VC업계로 유입되면서 업계의 기술 전문성 등을 높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VC들의 양극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다양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무리 대형 VC라고 해도 심사역들의 숫자는 정해져있고 이들이 검토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다양한 VC들이 존재해야 더 다 다양한 스타트업에게 자금이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스타트업들은 지방 스타트업들이나 위험성이 큰 모험적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다. 한 대형 VC 관계자는 "대형 VC들은 투자규모가 큰 만큼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기업을 잘 알고 관리할 수 있고 수도권 스타트업들, 검증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투자를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의 VC업계 옥석가리기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목표를 저해하는 것은 분명하다. 마침 '지방 스타트업'이나 위험성이 큰 '딥테크 스타트업' 육성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스타트업 코리아 대책의 핵심 과제기도 하다. 스타트업 코리아 대책의 달성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VC업계의 양극화 완화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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