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근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관련 국방부 조치사항' 브리핑을 열고 "우리 정부는 국무회의 및 대북통지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늘 오후 3시부로 9·19 군사합의 1조 3항을 효력정지하기로 했다"며 "우리 군은 9·19 군사합의 이전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공중 감시·정찰활동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합의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전례는 존재하지만 우리 측이 이행 중단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당국이 1971년 체결한 '적십자 예비회담 진행 절차에 관한 합의서' 이후 현재까지 남북이 문서로 채택한 합의는 258건이 존재한다.
앞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따라 9·19 군사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했다. 해당 안건은 이날 오전 8시 열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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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北은 위성으로 정찰 능력 오히려 강화" ━
국방부가 효력 정지 대상으로 가리킨 9·19 군사합의 1조 3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관한 조항이다. 해당 조항에 따라 남북은 2018년 11월 1일부터 MDL 인근 상공에 모든 기종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시킨 상태였다.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MDL을 기준으로 동부지역(MDL 표식물 제646~1292호 구간)은 40km, 서부지역(MDL 표식물 제1~646호 구간)은 20km 내 비행이 금지됐고 헬기 등 회전익 항공기는 MDL로부터 10km, 무인기는 동부 15km 및 서부 10km 내 비행 금지가 남북간 합의됐다.
허 실장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이 우리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9.19 군사합의로 인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접경지역 북한군 도발 징후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까지 발사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군도 대북 정찰 능력을 높이기 위해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펠컨 9를 이용해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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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합의 '무용론', 일부 효력 정지로 …일각서 "9·19 효력 정지 '악수'" 반론━
그동안 신 장관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라인은 9·19 군사합의에 대해 대북 감시 능력을 약화시키며 북한발 안보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합의라며 '무용론'을 제기해 왔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 측의 9·19 군사합의 효력 일부 정지가 과민 반응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이번 정찰위성 발사는 명백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북한의 한반도 군사적 긴장고조 행위를 준엄히 규탄한다"면서도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악수 중의 악수"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대화 부재 속에 효력정지라 해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에 버금가는 악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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