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범위 기준 두고 '삐걱'…대만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실패하나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3.11.18 15:30

국민당·민중당, 17일 여론조사 검토서 이견
후보 등록 마감 24일까지 추가 협상 나설 듯
단일화되면 '민진' 라이칭더 이길 가능성 커
야권 승리 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친중 정부

내년 1월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야당 후보 단일화 계획이 결렬될 위기에 놓였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KMT)과 제2야당 민중당(TPP)의 각 후보 중 어떤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세울지에 대한 여론조사 오차범위를 두고 양당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왼쪽)와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 /로이터=뉴스1
18일 대만 중앙통신사·블룸버그통신은 여론조사 오차범위에 대한 대만 주요 야당의 의견 차이로 이날 오전으로 예정됐던 야당 단일화 후보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요 야당의) 대만 대선 공동 출마 계획이 결렬될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잉주 전 대만 총통(국민당), 국민당, 민중당이 각각 추천한 전문가 3명은 전날 마잉주 재단에서 야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 검토에 나섰다. 검토 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검토 대상이 된 여론조사 결과의 오차범위에 대한 국민당과 민중당 의견이 엇갈리면서 단일화 후보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당과 민중당은 지난 15일 총통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양당은 지난 7~17일에 실시된 각 여론조사 등을 바탕으로 허우유이(국민당) 후보와 커원저(민중당) 후보 중 총통 후보와 부총통 후보를 결정하고, 이를 18일 오전 10시(현지시간)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커 후보 캠프의 우이쉬안 대변인은 "전날(17일) 밤 여론조사 전문가 사이에서 오차범위 인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민당이 주장하는 오차범위와 민중당의 주장이 달랐다"고 말했다.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국민당은 설문조사의 오차범위를 ±3%포인트로, 민중당은 ±1.5%포인트로 생각하고 있다. 민중당은 국민당의 주장대로 ±3%포인트를 채택할 경우 오차범위가 ±6%포인트까지 확대돼 통계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만의 주요 야당이 국민당과 민중당이 대만 총통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여론조사 오차범위 관련 의견차이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 /사진=엑스(옛 트위터)

커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차범위 3%포인트는 가능하다. 하지만 저들(국민당)은 어제 6%포인트를 언급했다"며 "(후보 단일화로) 대선에서 라이 후보를 이겨야 한다. 그런데 오차범위 ±6%포인트는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으로, 우리에게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민중당은 검토 대상이 된 여론조사 9건 중 3건의 오차범위가 커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당 측은 문제의 3건을 포함해야 한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의 3건을 제외한 나머지 여론조사 6건의 경우 국민당의 허우 후보가 앞서는 결과는 5건, 커 후보가 우세한 결과는 1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중당 측은 '오차범위 ±1.5%포인트'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두 후보가 3대 3으로 동률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다만 국민당과 민중당의 후보 단일화 협상이 완전히 결렬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대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커 후보는 대선 후보 등록 마감 기한이 오는 24일 오후 5시(현지시간)까지라고 언급하며 "그전에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블룸버그는 "대만 현지는 물론 미국과 중국은 내년 대만 총통 선거를 향후 수년간 대만 해협의 긴장 상태를 결정한 중요한 선거로 보고, 이번 (후보 단일화) 협상에 주목하고 있다"며 "(총통 선거에서 야당 후보의 승리로) 대만에 중국 친화적인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30%대 초반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 2, 3위인 허우 후보와 커 후보가 단일화하면 누구든 라이 후보를 이길 거란 전망이 나왔다. 만약 야당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친중 정권이 들어서는 것으로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호재다. 2016년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한 이후 대만 정부는 대만 독립을 주장하며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4. 4 '청춘의 꿈' 부른 김용만, 자택서 별세…"한달전 아내도 떠나보내"
  5. 5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