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장률 "박보영, 놀라움의 연속이었죠" [인터뷰]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 2023.11.16 17:08
/사진=매니지먼트mmm


배우 장률(34)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첫 멜로 연기에 도전, 데뷔 10주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장률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찾아간 바, 이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정신병동'은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원작자 이라하 작가의 실제 정신병동 간호사 시절 경험담이 녹아있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완벽한 타인' 등을 만든 '히트 메이커' 이재규 감독과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남규 작가가 의기투합해 웰메이드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공개 후 시청자들의 호평을 불러 모으며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4위 및 28개국 톱 10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달성했다.


극 중 장률은 명신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황여환으로 분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동고윤(연우진)의 친구이자, 정다은의 은근한 지원군으로 존재감을 발휘한 것. 특히 장률은 2021년 넷플릭스 '마이 네임', 올해 티빙 '몸값 part.1' 등 강렬한 장르물 속 열연과 다른 부드러운 로맨스 연기에 첫 도전하며 흥미를 자극했다. 유능하고 부족함 없는 인물을 소화한 동시에, 민들레(이이담) 간호사에겐 한없이 다정하고 불도저처럼 직진하는 멜로로 쫄깃한 볼거리를 더한 장률이다.




싱크로율 100% 열연의 비결은 무엇일까. 장률은 "아무래도 의사로서 신뢰감을 드리려 노력했다. 반면 인간적으론 부족하고 민들레를 향한 마음도 서툴지만 순수하게 다가가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양면적인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라고 치열한 고심의 흔적을 엿보게 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참관하며 캐릭터를 구축하기도. 장률은 "선생님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를 주의 깊게 살폈다. 가장 크게 느낀 건 의사분들이 정말 힘들게,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신다는 거였다. 황여환 캐릭터가 작품 속에서 의사 경력이 있는 편이라 선생님들의 걸음걸이도 신경 써서 봤다. 병원에선 걷는 모습만 봐도 저 의사 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다 보인다고 하셔서, 템포까지 생각한 거다. 또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은 환자분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 교류하는 부분이 많이 와닿았다"라고 말했다.


장률은 "우리 드라마의 모든 캐릭터는 '성장'이라는 주제 안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황여환 또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순간을 그려내고 싶었다. '정신병동'은 시나리오가 정말 좋았고, 절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며 감정적으로 요동치게 만든 순간이 많았다"라고 '정신병동'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만큼 이입하며 찍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특히나 사랑하는 아내, 아이를 잃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는 최준기(김대건) 환자의 에피소드는 대본을 읽을 때부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너무 감정이 요동쳐서 내가 이 장면을 의사로서 카메라 앞에 존재하며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촬영을 앞두고 참관하며 인연을 쌓은 의사 선생님께 전화를 드린 적이 있다. '환자를 대하며 눈물을 흘려도 되나요'라고 여쭤봤더니 선생님이 '마음이 아프면 우셔도 된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게 저한텐 크게 힘이 되었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잘 써봐야겠다, 의사로서 잘 존재해야겠다 다 잡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장률은 "직업적인 무게도 담고 의사도 사람이니까 내 감정을 돌아보고 공감하며 성장하는 인간미까지, 그 적절한 순간을 찾아내려 노력을 많이 했다. 객관화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풀어나갔다"라면서 "저는 항상 제 연기에 아쉬움이 많다. 좀 다르게 표현했으면 어떨까, 늘 채찍질을 하는 편이다. 근데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부쩍 든 생각인데 감정적으로서도 배우로서도 그때의 날 받아들이며 배우 생활을 해나가야겠다 싶더라. 다은이 칭찬 일기를 쓴 것처럼 스스로에게 '잘했다' 얘기해 주고 싶은 마음이 요즘 들어 생기고 있다"라고 긍정적인 변화를 짚었다.


/사진=넷플릭스


특히 '정신병동'엔 장률의 의미 있는 '처음'이 담긴 만큼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멜로도 키스신도 처음이었다. 키스신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걸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감독님에게 가서 '이렇게 하는 거냐' 하며 연습해 본 적도 있다(웃음). 주변 스태프분들이 다 웃더라.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서는 들레에게 집중하고 감정에 집중하다 보니 아무 생각이 안 들더라"라고 진땀을 뺐던 키스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멜로 연기에 대해선 "워낙 채찍질하는 타입이라, 첫 도전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다. 어렵고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정말 들레라는 인물한테 최대한 빠져서 이입했다. 그리고 여환이라는 인물이 참 좋았다. 그 따뜻한 시선이. 여환의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분명히 민들레와의 로맨스에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얘기했다.



현실의 벽에도 흔들리지 않고 민들레에 거침없이 직진한 황여환. 실제 본인이라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에 장률은 "저는 여환이처럼은 직진하지 못할 거 같다. 실제론 무척 조심스러운 성격이라. 그래서 오히려 이런 조심스러움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툴고 부족하면서도 어떻게든 용기 내는 순간을 표현하여, 시청자분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 봐주셨으면 했다. 하지만 실제 장률은 그렇게 못 한다"라고 거듭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민들레에게 '어머니 버려요'라는 촌철살인 위로로 명장면을 남긴 장률. 이에 대해 그는 "저도 좋아하는 대사 중에 하나다. 참 어려운 얘기였다. 천륜이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자체로 책임감도 따르고. '정신병동'에 나오는 말처럼 우린 모두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있는 경계인들이다. 근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경계에 있을 때, 정신과 의사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황여환도 굉장히 고심을 많이 했을 거 같다. 황여환이 들레를 통해 든든한 존재로서 성장해 가고 있다는 걸 정말 잘 보여준 대사라고 느꼈다"라고 깊이 공감했다.


어렵게 커플이 성사됐지만 여자친구가 꿈을 찾아 떠나는 결말을 맞이한 바, 아쉬움은 없을까. 장률은 "저는 결말도 정말 좋았다. 아쉽다는 반응도 들었지만 들레와 여환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 해주신다는 느낌으로도 다가와서 좋더라. 지금의 결말이 좋은 건 여환이 들레를 내 옆에 두고 싶다, 쟁취하고 싶다가 아니라 이 사람의 꿈과 미래를 응원하고 언제나 나는 네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돼서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즌2에서 꼭 여환과 들레의 미래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많은 시청자분께서 사랑과 관심을 주시는 만큼 저도 '정신병동' 시즌2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박보영과의 호흡에 대해선 "너무나 놀라웠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해 눈길을 끌었다. 장률은 "박보영과의 작업은 굉장히 영광이었다"라며 "제가 낯을 좀 가리는 타입이다 보니까 처음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다른 배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초반엔 '내가 맞나' 확신을 갖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근데 박보영이 초반부터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기둥처럼 존재해 줘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박보영의 연기에 의지하면서 잘 적응해 나간 거 같다. 저도 아직 친하지 않은 사이일 때 여환이 다은에게 그런 것처럼 박보영에게 응원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려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도 만나면 박보영은 항상 밝고 주변 사람들을 알뜰살뜰 챙긴다. 진짜 아름다운 배우이구나,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구나 싶었다. 작품 끝나고 나서도 박보영에게 정말 멋있다는 얘기를 했다. 하얀병원에서의 연기도 진짜 놀라웠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간호사 송효신 역의 선배 이정은에게 감동했던 사연도 공개했다. 장률은 "우연히 이정은 선배님과 티타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냥 같이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그때가 촬영 후반부라 지친 순간이었는데, 몰아붙이는 유형의 사람인 제게 '지칠 땐 지친다고 말해라' 하며 곁을 내어주셨다. 배우로서 고민과 태도에 관한 질문엔 좋은 자문을 주시고. 선배님은 이렇게, 저렇게 해라는 말씀도 절대 안 하신다. '나는 이런 거 같아' 하며 얘기해 주시는데 그런 말씀들 속에서 자양분이 되고 뿌리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책도 추천해 주셨는데 이걸 읽으면서 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고, 사람들과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등 삶의 태도에 관해 조금씩 무기가 장착된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이정은 선배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단편 영화 '방관자'(감독 박범수·백석광)로 데뷔하여 어느덧 10년 차가 된 소회도 남겼다. 특히 올해 '몸값'으로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세계 무대에도 섰던 장률. 그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거 같다.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자체가 어려운데 좋은 감독님, 좋은 제작진, 좋은 주제를 다룬 작품을 많이 만났다. 시청자분들께 저라는 배우가 이런 모습들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드린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기쁘고 좋다"라고 감격에 젖었다.


장률은 "'마이 네임' 악역과 같은 배우인지 몰랐다"라는 뜨거운 호평에도 들뜨기보다 겸손하게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했다. 그는 "못 알아봤다'라는 반응이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고민이다. 이제는 알아보셔야 할 텐데, 나를 많이 알려야 할 텐데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어서(웃음). 매 작품 새롭게 봐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데 앞으로의 숙제들이 많은 거 같다. 더욱 그때그때 인물에 집중하려 한다"라고 열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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