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특별법,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기고]

머니투데이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 2023.11.17 05:25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요즘 내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크게 아프지는 않지만 여기저기 불편하다. 어쩔 수 없는 노화 현상이다. 젊은 날 미처 깨닫지 못한 건강의 소중함을 절감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걸으려 하고 먹는 것도 조심하며 건강을 챙긴다. 노후를 대비해 지출을 줄이고 저축도 하려고 한다. 몇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그러셨듯이 나중에 내가 병들어 아이들에게 버거운 짐이 되지 않길 바라면서.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후 원자력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크게 공헌했다. 값싸고 질 좋은 전기는 국가 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요금으로 전기를 풍족하게 쓸 수 있었다. 우리 국민 모두 원자력으로부터 직·간접적 혜택을 받았다.

모든 일에 대가가 따르듯 원자력을 이용한 대가로 사용후핵연료가 남았다. 다른 발전원도 마찬가지다. 석탄·석유·LNG를 태우면 온실가스가 나온다. 별생각 없이 환경으로 버린 결과 기후 위기 부메랑이 돌아왔다. 그나마 사용후핵연료는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남아있어 다행이다. 우리가 만든 폐기물을 스스로 처분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사용 후 핵연료 문제 해결을 후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 세대에서 풀어야 한다. 그것이 어려우면 최소한 실마리라도 줘야 한다. 원자력발전사업자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1다발당 3억2000만원,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1다발당 1300만원가량을 사용후핵연료 관리 재원으로 적립하고 관리·처분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재원과 기술개발은 후손에게 버거운 짐을 맡기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결정적 실마리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 확보다.

원전 주변 지역주민에게 부담을 가중해서도 안된다. 사는 곳 주변에 원자력발전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불편함을 안고 살았다. 해당 지역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떠안겨서는 안 된다. 이제 사용후핵연료의 굴레에서만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수십 년간 연구로 사용후핵연료를 장기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핀란드·스웨덴·프랑스는 국민과 지역주민의 합의에 기반해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부지를 확보했다. △핀란드는 2025년 △스웨덴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대 운영을 목표로 처분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부지를 찾을 차례다. 과거 9차례나 처분장 부지를 확보하려다 실패했다. 지역사회와 주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과학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주민 동의 기반하에 처분장 부지를 정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을 사용후핵연료 특별법에 담았다. 이 특별법이 제정돼야 본격적인 부지 확보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그런데 여야 정쟁의 대상이 돼 특별법이 국회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특별법은 우리 세대가 자식들에게, 국민이 원전 지역주민에게 더 이상 부담을 떠넘기지 않고 우리가 그리고 국민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약속과 진배없다. 그 엄중한 약속이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여야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베스트 클릭

  1. 1 "시엄마 버린 선우은숙, 남편도 불륜남 만들어"…전 시누이 폭로
  2. 2 '아파트 층간 소음 자제' 안내문... 옆에 붙은 황당 반박문
  3. 3 깎아줘도 모자랄 판에 '월세 4억원'…성심당 대전역점, 퇴출 위기
  4. 4 싱크대에서 골드바 '와르르'…체납자 집에서만 5억 재산 찾았다
  5. 5 '뺑소니 혐의' 김호중 공연 강행, 공지문 떡하니…"아티스트 지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