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레미콘믹서트럭도 민생현장입니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산업2부장 | 2023.11.16 05:10
올해는 2년에 한번씩 결정되는 레미콘믹서트럭의 증차 허용 여부가 결정되는 해이다. 레미콘트럭 증차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 할지 모르지만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엔 중요한 이슈다. 레미콘트럭은 무려 14년간, 단 한대의 증차도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럭이 충분하니까 증차를 허용하지 않았겠지 단정하지 마시라. 14년간 레미콘 공장수는 21.2% 늘어났고 생산량(㎥)은 14.2% 증가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가 시작된 2009년부터 레미콘트럭은 공급과잉이라며 증차를 불허했다. 정부가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겨 2년마다 레미콘트럭의 수요공급을 예측했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열어 결정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레미콘트럭 공급이 충분하다면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4년 동안 레미콘 가격은 5만6200원에서 8만8700원으로 57.8% 올랐는데 레미콘트럭 운임은 3만313원에서 6만9700원으로 130% 올랐다. 레미콘트럭이 넘쳐난다는데 번호판은 1대당 2000만~3000만원에 거래되는 시장이 생겼다. 건설업계에 있는 지인들은 건설 현장에 레미콘트럭이 제때, 충분히 들어오지 않는다고 늘 이야기했다.

의문은 지난 9월 감사원이 발표한 국토교통부에 대한 감사결과를 보고서야 풀렸다. "레미콘트럭 수급조절 제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레미콘트럭 수요는 늘어나는데 신규등록 금지정책이 지속되면서 현장에선 부정등록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국토부는 정책을 수정하지도, 불법행위를 차단하지도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토부가 2년마다 연구기관에 맡겨 진행한 수요공급 예측도 엉터리였다. 정확성과 일관성이 중요함에도 연구기관별로 분석방법과 기초자료는 제각각이었다. 연구를 담당했던 연구원은 '건설기계 임대시장에 믿을만한 데이터가 없어 분석결과를 신뢰하기 곤란하다'고 진술했다.

신규등록 금지로 통제된 레미콘트럭 등록대수를 시장의 정상적 수요로 가정하고 수급예측을 실시한 통계오류도 반복했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수요를 과소 추정해 왔다고 지적했다. 90분 내에 현장에 도착하지 않으면 굳어버리는 콘크리트 특성상 지역별 수급예측이 중요하지만 지역별 예측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건설기계관리법에 지역별 예측을 하라고 규정돼 있지만 무시했다. 심지어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자 연구방법론을 변경해 '초과공급이 예측된다'고 결론을 바꾼 경우도 확인됐다.


사실상 '공급과잉'이란 결론을 정해놓고 꿰맞춰 온 셈이다. 국토부는 감사원이 이런 감사결과를 내놓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감사 결과 발표 직전인 8월 같은 방식의 수급예측을 하고 레미콘트럭의 증차를 2년 더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충격적인 내용이었지만 레미콘트럭 이슈는 감사원이 함께 발표한 다른 감사결과에 묻혀 주목받지 못했다.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레미콘트럭은 양평고속도로, 집값통계조작 이슈에 밀려 국감장에서 단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다행히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를 정상화시킬 마지막 기회가 한번 더 남았다. 올해부터 건설기계 수급조절 결정은 국무조정실의 규제심사를 받아야 한다. 규개위 심사를 받기로 한 것도 9월 감사원의 지적으로 처음 시행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토부가 결정하면 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민생현장을 강조하고 있다. 레미콘트럭 문제도 시민의 삶과 직결된 이슈다. 레미콘트럭이 부족해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청약한 아파트의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레미콘트럭 운송료가 오르면 그만큼 건축비가 늘어나 분양가를 밀어올린다. 레미콘트럭 수급조절도 윤 대통령이 그토록 챙기는 민생현장이다.

김진형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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