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회사 'RE100' 요구, 수출기업 재생에너지 사용은 '생존'

머니투데이 창원·고성(경상남도)=배규민 기자 | 2023.11.15 05:00

SK에코플랜트, 태양광으로 만든 에너지 공급·각종 에너지 실증 사업으로 시장 선도

경상남도 창원시 동전일반산업단지 내 위치한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 전경/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지난 9일 찾은 경상남도 창원시 동전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축구장 하나 남짓한 크기의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 태양광 설비를 비롯해 전기를 저장하는 ESS, 수소연료전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뽑아내는 수전해기 등이 나란히 있었다. 여러 가지 실증이 이뤄지는데 전기차의 충전뿐 아니라 방전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에 눈길이 갔다.

현장에서 만난 오승환 SK에코플랜트 분산 에너지 담당임원은 "창원 산업구조에서 제조업 비중이 30% 정도인데 요즘에는 탄소배출 때문에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면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분산 에너지를 확충하고 필요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것도 그중 하나인데 이곳이 우리나라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는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인 창원에스지에너지가 운영 중이다. 창원 국가산단 입주기업 공장 지붕처럼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재생에너지 전기를 생산한다. 현재 산단에 입주한 중소·중견 4개 수출 기업에 2MW 용량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공급한다. 2층 통합관제센터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수요와 공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국내 최초로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다수의 기업과 1대 N 방식으로 직접 전력 거래계약(PPA)을 맺고 재생에너지를 공급한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현대정밀도 전기를 공급받는 곳 중 하나다. 현재 사용하는 전력량 중 28%를 태양광발전의 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 오정석 현대정밀 대표이사는 "RE100은 고객사의 권고가 아니라 요구사항이라 꼭 필요한 부분인데 신재생에너지는 초기 비용 부담이 있고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7~8년이 걸린다"며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를 통해서 5년 동안 고정 가격에 전기를 공급받고 인증서도 추가로 받기 때문에 수출 활동이 가능하고 경제적인 이득이 크다"고 설명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 글로벌 기업은 자체적인 RE100 달성뿐 아니라 부품, 소재 등을 공급하는 공급망 관련 기업에도 유사한 수준의 재생에너지 활용을 요구 중이다. 오 대표는 "RE100 달성을 위해선 직접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든지 인증서를 사야 하는데 일부 업체는 2025~2026년까지 RE100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RE100은 지구 환경을 위한 노력 뿐 아니라 미래 무역장벽으로 떠오른 셈이다.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는 유휴부지를 활용해 1.8MW 규모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 판매 수익을 활용해 기업에 제공하는 재생에너지 전기 요금 부담을 낮췄다. 최근 전기요금은 인상 추세다.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kW(킬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인상했다. 주택용과 소상공인·중소기업용 전기요금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번엔 동결했지만 향후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경상남도 고성에 위치한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SK오션플랜트 제1야드/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서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바다 너머로 주황색 초대형 크레인이 눈에 들어왔다.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SK오션플랜트의 42만m² 규모 제 1야드다. 2021년 11월 SK에코플랜트에 편입된 SK오션플랜트는 아시아 1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업이다. 해양 플랜트, 조선 등을 수행하던 야드는 이제 글로벌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지탱하는 하부구조물 제조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주력 생산품은 '재킷'이다. 고정식 해상풍력 중 수심 30m 이내의 얕은 곳에 곧게 설치되는 지지대 1개의 모노 파일과 달리 재킷은 지지대가 3개 또는 4개로 모노 파일과 비교해 안정성이 높다. 한 기의 높이는 최대 100m, 무게는 2000톤을 웃돈다. 이날 현장에선 커다란 대형 철판을 동그랗게 구부리는 'JCO 공정'이 한창이었다. 평평했던 철판이 알파벳 J자처럼 구부러졌다가, C자 모양까지 구부러지고, 결국 동그랗게 말려 끝과 끝을 이어 붙이면 재킷의 일부분이 된다.


전명우 SK오션플랜트 풍력생산본부장은 "용접 과정에서 미세한 공극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품질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재킷은 바닷물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부식 최소화가 필요한 만큼 초음파, 마그네틱 등 촘촘한 품질 검사 과정을 거쳐 통과한 강관만 재킷 제조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SK오션플랜트는 이러한 강관을 2000년 국내 최초로 국산화했다. 두꺼운 철판을 구부려 만든 초대형 산업용 파이프로 최대 지름 10m, 철판 두께 최대 150mm다.

JCO 공정 모습/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1야드에서 차로 15분 남짓 이동하자 노란 페인트가 칠해진 해상풍력 재킷 완제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51만m² 규모의 제2야드에서는 제1야드에서 생산한 강관(속이 빈 철강 봉)을 조립·용접해 재킷으로 전체 조립하고 배에 실어 수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명우 본부장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해상풍력 재킷은 100% 수출됐다"며 "이번에 제작한 것도 대만으로 수출하는 물량"이라고 했다.

5.6GW(기가와트) 수준 발주가 완료된 대만 해상풍력 시장에서 SK오션플랜트는 재킷 총 193기를 수주하며 하부구조물 분야 44%를 점유하고 있다. 물량 포화 해소를 위해 SK오션플랜트는 157만m² 규모 제3야드를 건설 중이다. 기존 1·2야드를 합친 넓이보다 1.7배 이상 크다. 현재는 일본과 대만이 주요 수출국이지만 향후 유럽, 미국 등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신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한 SK에코플랜트는 RE100 지원 역할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풍력의 경우 현재 개발 중인 사업 규모만 총 3.7GW다.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에서 수행 중인 국책사업을 넘어 자체 개발 재생에너지 사업만으로 국내 기업이 재생 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가능하다.

오승환 담당 임원은 "국내외 태양광과 해상풍력 자산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업을 연결하는 대표 RE100 플랫폼으로 입지를 다지겠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최대규모 직접 PPA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상남도 고성에 위치한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 SK오션플랜트 제2야드. 노란 페인트가 칠해진 해상풍력 재킷 완제품 모습/사진제공=SK에코플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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