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의 비급여 고지의무 위반 사항을 점검하도록 하고 있지만 단속한 건수는 100여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비급여 진료비용 등을 고지하고 인플루엔자(독감) A·B 바이러스 항원검사 등 보건복지부가 정한 가격공개항목은 사전에 환자에게 가격을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의료 현장에서 이런 의무가 잘 지켜지지 않는데도 단속이 잘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비급여 진료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의료법 제45조 제1항(비급여 고지) 위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의료법 제45조 제1항 비급여 고지의무를 위반한 건수는 2021년 94건, 지난해 128건, 올해(지난달 기준)는 116건이었다.
비급여 고지의무 위반 점검은 각 지자체에서 하는데 시도별로 위반 현황 점검 건수가 들쑥날쑥이다. 지난해 기준 경기(41건), 부산(39건), 서울(22건), 경남(12건) 순으로 단속 건수가 많고 나머지 지자체는 위반 단속이 한 자리수에 불과하다. 광주, 대전, 세종, 강원은 단속 건수가 아예 없다. 대구, 울산, 전북, 전남, 경북, 제주는 1건만 단속했다.
그나마도 비급여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점검도 민원이나 신고 등이 들어오는 경우에만 이뤄지는 실정이다.
이에 전체 의료기관 수와 실제 비급여 진료비 설명을 잘 하지 않는 의료현장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부와 지자체가 단속에서 손을 놓은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의 의료기관 수는 9만8479개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의료계 단체를 통해 비급여 고지의무 이행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리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필수의료 기피를 심화시키는 만큼 비급여 가격을 통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남 국장은 "완전 비급여 진료는 상관없는데 아파서 온 건강보험 환자한테 오픈되지 않은 가격에 비급여 진료를 끼워 팔기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직접 비급여 진료의 적정 가격을 매기도록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는 정부가 비급여 진료의 가격 범위를 정해 그 안에서 통제하고 일본은 건강보험환자 진료 시 비급여를 혼합해 진료하지 못 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소아과 의사 부족도 비급여 진료 비중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실손보험제도를 개선해 비급여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 민간의료보험은 가입자와 병원, 보험회사 간 3자 계약 형태로 이뤄져 있는데 우리는 병원이 계약에서 빠진 상태로 비급여 진료비에서 폭리를 취하고 비급여 가격 설정도 안 돼 있어 실손보험이 맨날 적자"라며 "실손보험을 3자 계약 방식으로 전환해 비급여 가격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