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운 남편, 양육비 4000만원 안 줘도…'집행유예'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23.11.12 16:10

양육비 미지급 비율 80%, 법 바뀌어도 변동 없어…형사고소해도 실형 선고 '0건', "아동 생존권과 연결시켜 보지 않기 때문, 전국 154만 한부모 가정 입장에선 절망스러운 판결"

/그래픽=뉴시스
남편이 외도한단 사실을 안 건 2017년 1월이었다. 9개월이 지난 뒤엔 결국 이혼했다. 아내 A씨 얘기다.

A씨와 남편 사이엔 세 자녀가 있었다. 당시 8살, 14살, 15살이었다. 홀로 아이들을 다 키워내야 했다.

가정법원은 한 아이당 양육비를, 매달 30만원씩 지급하라고 했다. 남편 B씨는 단 한 차례도 주지 않았다. 연락처까지 바꿔가며.

결국 양육비 이행 명령 소송을 냈다. 급여 압류가 진행되자 2019년 초 처음 양육비를 받았다. 158만원이었다.



4년간 법적다툼 거쳤지만…다 안 준 건 아니라며 '집행유예' 선고


/사진=뉴스1
그러나 이후에도 양육비를 또 안 줬다. 또 소송을 냈다. 1000만원을 나눠서 매달 100만원씩 지급하란 이행 명령이 다시 떨어졌다. B씨는 그래도 주지 않았다.

기나긴 법적 다툼이었다. 감치(경찰서 유치장,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여 집행하는 것) 소송을 냈다. 지난해 1월에 감치 명령이 내려졌다.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나도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4년간 법적 다툼을 한 뒤에야 '형사 고소'를 할 수 있게 됐다. 기나긴 싸움이었다. 마침내 올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받지 못했다 주장한 양육비는 총 4000만원이었다. 실형 선고가 내려지길 기대했다.

8일 드디어 재판 결과가 나왔다. 어땠을까. 실망을 넘어 절망이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 노민식 판사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모든 양육비를 미지급한 건 아닌 점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양육비 관련 형사처벌, 실형 선고 '0건'…"적당히 버티면 된단 시그널 주는 것"


/사진=뉴시스
4년을 싸우고, 양육비 수천만원을 못 받았음에도, 결과는 '집행유예'였다. 2년 전부터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한 번도 없다.

A씨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거쳤는데, 실형을 선고받거나 아니면 양육비라도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면서 "아이들을 생각했다면 이보다 무겁게 판결했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왜 이런 판결이 나올까.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10일 EBS 뉴스 인터뷰에서 "양육비와 관련해 사법부의 두 가지 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판사 중 어떤 분은 아동 생존권과 직결된 거라고 보지만, 또 다른 판사님은 양육비가 부모로서 도덕적 의무이지만, 엄밀히는 개인간 채권 채무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판사가 어떤 관점을 갖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밖에 없단 설명이다. 핵심 해결책은 양육비 이행 절차 간소화라고도 했다. 구 대표는 "이행명령 소송부터 형사 재판까지 평균 4~5년 걸린다. 중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이행 절차 간소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다며, 통과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도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등 이런 제재도 소용이 없어 형사 재판에 희망을 걸고 있는데, 집행유예 판결이 계속 나오는 것은 다른 양육비 미지급자들에게도 적당히 일부 지급하고 버티면 된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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