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강'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지하 터널을 두려워하는 이유[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 2023.11.11 06:00

편집자주 | 중동 최강을 자랑하는 이스라엘군이 지금껏 지상전 개시를 망설였던 것은 바로 하마스의 방대한 터널 네트워크 때문입니다. 독일의 전쟁사상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방어가 강력한 전쟁방식'임을 여러차례 강조했습니다. 공격하는 자는 이동을 위해 몸을 드러내야 하지만 방어하는 자는 몸을 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어자가 이용하는 대표적인 것이 참호이며, 이 참호의 극단적인 형태가 마치 '개미굴'처럼 파놓은 지하터널입니다. 하마스가 바로 이 '방어의 힘'을 극단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터널 전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효과를 보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만큼 하마스가 준비해온 터널망이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뉴욕매거진의 이 기사는 미 육군사관학교와 해병대의 군사전문가들을 취재해 작성한 것으로 터널 속 전투가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터널을 활용한 방어전술은 재래식에서 열위에 있는 북한도 관심이 많으리라 예상됩니다. 또한 지하철 등 지하시설이 많은 서울도 미래의 외적 침략에 대비해 군사적 관점에서 활용법을 연구해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Bing Image Creator

2주간 하마스에게 납치되어 있다가 풀려난 요차베 립쉬츠(85)는 하마스에 의해 이끌려 수 킬로미터를 걸었던 일을 "마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어마어마하게 긴 터널망"을 지나갔다고 묘사했다. 가자 지구의 층층으로 파인 터널망을 본 이스라엘인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제 많은 이스라엘인들은 이것을 직접 경험해볼 기회를 가질 것이다.

10월 27일부터 가자 지구 안으로 몇 킬로미터 진격해 들어간 이스라엘군(IDF)은 하마스가 수십 년 동안 조금씩 만들어온 정교한 지하 터널과 벙커의 미로와 싸워야 한다. 이 지하시설 안에는 하마스 전사들, 무기들, 그리고 아직 잡혀 있는 이스라엘 인질들이 있다. 이 정교한 지하터널은 그 길이가 수백 킬로미터이며, 어떤 지점은 깊이가 수백 미터나 된다고 한다. 하마스를 연구해온 군사전문가들은 이 터널망이 난공불락의 방어시스템이며 이스라엘이 수주간 이것을 겨냥해 미리 엄청나게 폭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으로 들어가 공격하는 것은 큰 비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본다.

지형상 가자 지구는 군사적 방어가 어렵다. 평평하고 산이나 구릉이 없는 해안가 평지로 길이 40킬로미터, 폭 12킬로미터이고, 한 면은 바다와 접하고, 다른 면들은 삼엄하게 군사화되어 있는 이스라엘 및 이집트 접경지대로 둘러쌓여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대해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우위에 있고, 하마스의 3만~4만 병력에 맞서 공군, 기갑, 야포와 함께 수십 만의 병력을 배치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우위는 가자의 촘촘한 시가지에서 이스라엘의 첨단 군대가 가지는 장점이 희석됨에 따라 그 숫자의 차이만큼 크게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건물들과 건물 잔해 사이에 몸을 숨긴 채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하마스 전사들은 엄청난 규모의 이스라엘군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입구가 사방에 있는 방대한 터널망을 추가한다면, 작전환경이 너무 까다로워져서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군사력을 파괴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것 같다.

"공격을 계획하는 사람들과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 모두에게 이것은 최악의 악몽입니다." 터널 전투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온 미 해병대의 워커 밀스 대위는 말한다. 고전적인 게릴라전 방식대로 이스라엘군은 자신의 장점이 최소화되고 상대방의 장점이 최대화되는 전투로 끌려들어왔다. "당신은 적이 만들어놓은 환경으로 끌려들고 있습니다. 이곳은 당신이 들어오고 그들이 지켜내기 딱 좋은 곳이죠."

가자 사람들은 2000년대 초 이집트 접경지대에 몇 개의 터널을 만들었는데, 무기와 물품들을 밀반입하기 위한 용도였다. 하지만 하마스가 권력을 잡은 2006년 이후 지상과 지하에 방대한 참호 네트워크를 만들기 시작함에 따라 터널 공사의 규모는 완전히 차원이 달라졌다. '가자 메트로'라고 불리는 거대한 터널망은 길이가 수백 킬로미터이며, 아마도 뉴욕 지하철의 400킬로미터보다 더 길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하마스가 공습 방어와 무기 수송, 대원 이동 등을 목적으로 가자지구 지하에 파놓은 터널인 '가자 메트로(Gaza Metro)'가 실제 전장이 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005년부터 파기 시작한 가자 메트로는 총연장 약 483㎞로 깊이도 지하 30m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군 정찰과 탐지를 피할 수 있도록 입구는 주로 주택, 예배당, 학교 같은 건물 맨 아래층에 뒀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하마스 터널 공사는 운이 좋게도 가자 지역이 지하수층이 매우 깊은 곳에 위치하고 지반이 단단하지 않아 손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매우 유리한 지형이죠." 웨스트포이트(미 육군사관학교) 현대전연구소에서 시가전 연구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존 스펜서의 말이다. 지반을 이루는 암석이 너무 단단해서 다이아몬드 코팅 드릴로 작업을 해야 했던 이스라엘 북쪽 헤즈볼라의 터널과 달리 가자 지역은 미숙련 노동자들로도 쉽게 터널 작업을 해낼 수 있다.


과거 여러 번의 무력분쟁에서 터널 작전을 펼쳤던 경험이 있는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지하 구조물이 어떤 모습인지 잘 알고 있다. 표준적인 터널의 크기는 높이 2미터 폭 1미터이고, 미리 만들어놓은 콘크리트 버팀재로 둘러싸여 있다. 많은 터널들은 지하 50미터에 만들어지지만, 어떤 것들은 70미터 깊이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런던 지하철의 가장 깊은 역보다도 깊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0.16킬로미터의 터널을 만드는데 보통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터널은 각 구간이 그 용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갖는다. 어떤 구간은 작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전기 조명과 상하수도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어떤 곳은 습기로 눅눅하고 전깃불도 없으며, 겨우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다. 또 큰 방들이 군데군데 만들어져 있어서 작업장, 발전기, 지휘소, 무기제작소, 창고시설을 수용한다. 지하 저장시설에는 수십만 갤런의 휘발유와 경유를 비축해두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의 10월 7일 기습에 허를 찔린 이스라엘을 보면, 터널의 실제 상황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의심이 간다. "이스라엘은 지금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하마스의 터널망이 훨씬 더 방대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밀스 대위는 덧붙인다. "실제 상황이 어떤지 감도 안 잡히는 곳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군대에게 악몽과 같은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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