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리듬의 재발견[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 2023.11.12 06:00

편집자주 | 혹시 '바이오리듬'이라고 기억하십니까? 1990년대에 마치 지금의 MBTI처럼 유행하던 개념인데 인체의 상태에 일정한 주기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비록 바이오리듬은 사이비과학이었지만 인체에 약 24시간 주기의 패턴이 있다는 관념(이는 동양의학의 기초이기도 합니다)은 꾸준한 연구를 통해 2017년 노벨상을 받게 됩니다. 생체 리듬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줄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본문에서 소개하는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오후에 맞으면 항체가 증가하는 반면 오전에 맞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우울증이나 치매의 완화 및 치료에도 생체 리듬을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밤샘 문화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데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한때 '저녁이 있는 삶'이란 캐치프레이즈가 화제가 된 적 있는데 이제는 '밤과 아침해가 있는 삶'도 추구해야 되지 않을까요?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픽=Bing Image Creator

4월 14일, 한 50세 스페인 여성이 안달루시아 언덕 70미터 지하에 있던 임시 거주지에서 나왔다. 베아트리스 플라미니는 이날까지 500일 동안 자연광도 들어오지 않고 뉴스도 들을 수 없으며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도 볼 수 없는 동굴에서 살아보는 실험을 하면서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다.

플라미니는 암벽 등반과 등산 분야에서 유명한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로 오랫동안 "경험한 사람이 거의 없는 일"을 찾아다녔다. 그라나다대학, 알메리아대학, 무르시아대학의 시간생물학자들이 보기에 플라미니의 탐험은 하루를 구성하는 일상적인 신호의 자극을 받지 않는 인체를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일상 생활의 알람시계, 업무 일정, 예약은 자유롭게 흘러갈 수 있는 자연의 세계에 경직된 틀을 씌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생태계에도 이와 비슷한 시계들이 넘쳐난다.

기원전 4세기에 알렉산더 대왕 휘하에 있던 한 배의 선장은 타마린드 잎이 밤에는 닫혔다가 해가 뜨면 열리기 시작해서 한낮이 가까워질수록 활짝 펼쳐지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보고했다. 13세기 중국의 의서 '자오유주침경'(子午流注鍼經)은 인체의 생명에너지를 뜻하는 기氣가 다양한 장기로 흐르면서 두 시간씩 열두 번 늘어나는 주기가 24시간마다 되풀이되는 중국 전통 의학의 원리를 설명한다.

1729년 프랑스의 과학자 장 자크 도르투 드 메랑은 미모사 푸디카(Mimosa pudica) 잎이 하루 동안 움직이는 양상을 연구하던 중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잎이 계속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년 후 독일의 동물행동학자 잉게보르크 벨링은 동물계에서도 비슷한 주기를 찾을 수 있다고 보고했다. '벌의 시간 기억에 관하여'라는 벨링의 논문은 하루의 다른 시간대에 맞게 훈련할 수 있는 집단 행동을 기술한다.

오늘날 우리는 태양의 청색 가시광선에 반응하는 망막 세포에서 입력 신호를 수신하는 시상하부의 뉴런 다발인 시교차상핵이 인체의 중추 시계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청색광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억제하고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활성 작용이 이루어지는 시기를 조절한다.

그러나 시계가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심혈관, 신진대사, 면역, 생식 계통을 포함한 인체의 여러 계통은 저마다 활성기와 휴지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말초 시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무수한 세포와 우리 몸 속으로 히치하이킹하는 미생물도 자신만의 시계가 있다.




지난 몇 년 간 대중에게 일주기(circadian rhythm) 과학 활용의 가능성을 알리는 팟캐스트, 건강 앱, 자기계발 SNS 영상이 급격히 늘어났다. 나로 하여금 젊고 새로운 시청자들이 이에 주목하고 있다고 여기게 만들었던 것은, 파티에 참석한 사람이 불안해하며 "내 일주기 리듬을 지키기 위해" 집에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는 다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밈이었다.

옥스포드대학교의 일주기 신경과학자 러셀 포스터 교수는 1980년대에는 비주류 과학이었던 분야가 "일주기 리듬이 생성되는 방식을 기계론적으로 정교하게 제대로 이해하는 단계"로 발전했다고 말한다. 포스터의 책 '라이프 타임: 생체시계의 비밀'은 뜻밖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의 폭발적인 인기를 보면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는 말한다.

한 예로 화제가 된 '최적의 아침 루틴' 유튜브 영상은 스탠포드대학의 인기 교수인 앤드류 후버만의 조언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으로, 흐린 날에도 기상 후 한 시간 내에 야외에서 햇빛을 보기를 권장한다. 인공적인 시계 집합체를 체내에 '동조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빛 노출이기 때문이다.

생화학자 울스 알브레히트와 그의 동료들이 고안한 '오케스트라' 모형의 비유를 차용해서 말하자면, 시교차상핵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비슷하다. 교향악단이 하나 되어 연주하면 조화로운 행복감이 뚜렷해지고, 기억력과 신체 기능, 면역력이 향상되며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의대생 대부분은 교육을 받는 5년 동안 일주기 리듬이나 수면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할 겁니다." 포스터는 말한다. 한편, "만약 내가 5년 만에 뇌졸중, [동기화된 일주기 체계의 잠재적 이점이기도 한] 암 발병 확률을 절반으로 줄이는 약을 개발한다면, 스톡홀름으로 가서 노벨상을 받게 되겠죠."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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