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혈당을 궁금해하는 상당수는 건강검진표에서 '공복혈당 수치'는 눈여겨보지만 '당화혈색소'는 넘긴다. 심지어 당뇨병 환자 상당수도 당화혈색소가 뭔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서울·경기 7개 대학병원에 검진을 위해 내원한 당뇨병 환자 249명을 조사했더니 18%(45명)만 당화혈색소를 알고 있었다. 자신의 당화혈색소 수치를 알고 있더라도 정상 범위를 알고 있는 사람은 8.4%(21명)에 그쳤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와 제약업체 노보 노디스크가 함께 실시한 '당뇨병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344명) 가운데 59.9%(206명)가 자신의 공복이나 식후혈당 수치를 모른다고 답했지만 '당화혈색소'에 대해서는 무려 73.6%(253명)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그중 당화혈색소((HbA1c)는 혈액 속에 포도당(혈당)이 많아져 적혈구에 있는 혈색소(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달라붙은 상태를 말한다. 혈액에는 수명이 120일 정도인 적혈구가 존재하는데, 이 적혈구 안에 있는 혈색소가 포도당과 결합한 게 당화혈색소다.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에게서 당화혈색소 수치가 증가한다. 당화혈색소는 지난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관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쉽게 말해 2~3개월간의 혈당 성적표인 셈이다. 여느 혈당 검사는 식이·흡연·커피·운동 등 음식·환경으로 인해 혈당이 변하고, 그로 인해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당화혈색소 검사는 최근의 운동, 음식 섭취에 영향을 받지 않아 혈당 조절을 평가하는 유용한 기준으로 사용된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5.7% 미만일 경우 정상, 6.4% 이상일 경우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다. 집에서 스스로 측정할 수 있는 공복혈당과 달리, 당화혈색소는 전문검사 기기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병원에서 측정해야 알 수 있다. 당뇨병으로 이미 진단받았거나, 진단받지 않은 사람 모두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당화혈색소 수치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분비내과 문신제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대개 자가혈당측정기를 사용해 혈당을 관리하는데, 이는 단기간의 생활 변화만으로 환자들이 방심하기 쉽고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며 "평소 자가혈당측정기로 혈당을 관리하더라도 1년에 4~6회는 당화혈색소를 검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꾸준한 혈당 관리가 필수적이다. 혈당 관리에 실패하면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환자 83명 가운데 46.9%가 진단 후 5년 내 합병증을 경험했으며, 그중 눈의 망막 이상이 가장 많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핏속에 너무 많은 당 성분이 단백질과 결합해 '당화 단백'을 형성하는데, 이게 콩팥 혈관을 굳게 만들어 당뇨병성 신부전증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당화혈색소를 1%만 낮추면 당뇨병 치료와 관련된 사망 위험을 21% 낮아진다. 또 당뇨병 합병증인 하지 궤양과 살이 썩는 말초혈관질환은 43%,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나 당뇨병성 신증 등 미세혈관 질환은 37%를 줄일 수 있다.
당뇨병의 중요한 위험인자는 '비만'과 '가족력'이다. 최근 서구화한 식습관, 운동 부족으로 비만 인구가 늘고 있는데, 체중이 늘수록 혈당·혈압·콜레스테롤도 증가하기 때문에 당뇨병이 악화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곽수헌 교수는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당뇨병이 있으면 자녀의 당뇨병 발생 위험이 약 30% 증가한다"며 "만 40세 이상 성인이거나 30세 이상이면서 비만, 고혈압,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가족력 등이 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당뇨병이 없는지 정기 검사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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