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우리는 아직도 애니메이션 하면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뽀롱뽀롱 뽀로로'나 '아기상어'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것에 만족해왔다. 잘 알듯 이런 애니메이션은 영유아용이다. 다른 세대로 확장하기에는 한계가 이미 충분했다. 우리도 많은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지만 일반 영화채널이 아니라 키즈채널에 한정된다. 애니메이션은 영국의 영어덜트픽션(Young Adult Fiction, YA)처럼 기성세대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세대 포괄성을 지녔다. 이는 특히 '겨울왕국' 이후 최근 할리우드 흥행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에 이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흥행에 성공하고 재즈 소재의 '블루 자이언트'라는 애니메이션까지 들썩인다. 이런 흥행에는 기성세대나 젊은 세대 모두 반응하는데 아날로그 정서와 판타지 세계의 감수성을 모두 색다르게 버무렸기 때문이다.
콘텐츠 자체의 내용보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창작활동 모델이다. 줄여서 '미하 크리에이터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직접 만화를 그리는 작가고 애니메이션 감독이며 경영자다. 지브리오스튜디오를 만들었으며 경영자에 머물지 않고 80대에도 다시 작품을 창작했다. 노익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영원한 청춘이다. 이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도 자신이 직접 원화를 그렸고 2017년부터 직접 스태프를 모아 6년에 걸쳐 진두지휘하며 제작했다. 우리의 만화작가 현실을 본다면 매우 모범적인데 만화작가 자신이 관련기업을 세우고 자신의 애니메이션을 계속 다양하게 창작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기공룡 둘리'의 김수정 작가가 있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자신이 기업을 세우고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해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김수정 모델은 '아기공룡 둘리'에 머물렀다. 더는 다른 IP 확장에 미치지 못했다. 새 캐릭터와 스토리로 애니메이션을 창작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검정 고무신' 이우영 작가의 사례는 너무나 뼈아프다. 작가가 자신의 저작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고 법적 갈등의 괴로움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더 다양한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지만 그것이 더는 진척될 수 없는 길로 치달았다. 이런 참극은 팬들에게도 매우 애석한 일이다.
작가가 작품활동 지속으로 팬들에게 선순환하려면 그들이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장인(匠人)형 콘텐츠 기업가가 돼야 한다. 국가의 인력육성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기능적인 작가를 넘어 장인작가를 육성하고 기업가로 활동할 수 있는 역량함양에 집중해야 한다. 라이선스 창작품만이 아니라 다양한 파생 콘텐츠 IP를 생산할 강소형 콘텐츠 리더들로 키워야 한다. 더는 포털형 웹툰이 외형적 성장을 한다고 우리의 관련 콘텐츠기업이 촘촘히 뒷받침된다고 볼 수 없다. 문화적 다양성이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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