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FP 배터리, 한 번만 쓰고 버릴 건가요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3.11.09 04:06
'더 기아 레이 EV'의 모습. 구매 보조금을 통해 2000만원 초반에도 구매할 수 있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그룹 내 최초 전기차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재활용요? 언젠가 스터디 할 수 있겠지만, 삼원계(NCM·NCA)가 우선이죠."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있어 삼원계 부문이 먼저 자리 잡은 후에 LFP 부문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 대부분의 입장이 이와 비슷하다.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재활용'은 필수적인 요소다. 삼원계 기준 니켈, 코발트, 망간과 같은 값비싼 광물의 경우 재활용을 통해 90% 이상 회수할 수 있다.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 모빌리티'로 거듭나는 데 있어 핵심적 개념인 셈이다.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관련 사업에 나서는 이유다.

문제는 LFP 배터리의 경우 재활용이 어렵다는 데에 있다. 저가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며 국내 배터리 3사가 향후 3년 내 LFP 양산을 계획하는 등, 공급이 늘어날 예정이지만 재활용 기술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LFP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도 폐배터리를 그냥 매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FP 재활용의 발목을 잡는 것은 낮은 경제성이다. 삼원계에 들어가는 코발트의 경우 톤당 가격이 3만 달러를 훌쩍 넘는다. 반면 LFP를 구성하는 철의 경우 톤당 100달러를 좀 넘는 수준이다. 자본을 들여 재활용 과정을 거쳐봐야 남는 게 없다. LFP 재활용 기술 개발이 뒷전으로 밀린 까닭이다.


그렇다면 다 쓴 LFP의 경우 그냥 버려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배터리를 10년쯤 쓰고 묻는다면, 그 전기차를 '친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중국과 달리 좁은 국토를 보유한 대한민국이 LFP를 대량으로 버릴 장소를 찾을 수는 있을까. 여러 가지 질문이 따른다. 이미 2018년 무렵부터 국내에 도입한 LFP 탑재 중국산 버스의 배터리가 쓰레기로 풀릴 시점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모두 손을 놓고 있다면 LFP 쓰레기 대란은 언젠가 우리가 지불할 비용이 될 수밖에 없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급히 성장하다 보니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다져야 한다"고 했다. LFP를 준비하는 모든 기업들은 '폐배터리' 문제를 간과하면 안 된다.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 혹은 재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미리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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