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건너뛴 상속과 증여

머니투데이 김용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2023.11.06 05:00

[the L]화우의 웰스매니지먼트팀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상속·증여의 기술'

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아이가 성공하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필수라는 말이 있다. 할아버지가 가진 부의 이전으로 손자녀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얘기다.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자산을 상속 또는 증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자녀에게 상속·증여하고 그 자녀가 다시 손자녀에게 순차 상속·증여할 수 있다.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직접 재산을 유증 또는 증여하는 방법도 있다. 후자는 세대를 건너뛴 상속·증여로 '세대생략방법에 의한 재산의 무상이전'에 해당한다.

세대를 건너뛴 상속 또는 증여에 대해 통상적인 순차 상속·증여와 동일하게 과세를 하면 조세포탈의 방법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어 현행 세법은 이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를 할증과세한다. 상속세나 증여세의 산출세액에 30%를 가산해 납부하게 하고 만일 상속인이 미성년자이고 받은 재산의 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40%를 가산해 납부해야 한다.

할증과세의 이론적 근거는 '1세대 1회 과세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세대를 건너뛰고 재산을 무상취득하는 자의 경우 대부분 연령이 어려 재산을 적정한 투자에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민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중간에 생략이전되는 세대가 부담했어야 할 조세부담을 회피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이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피상속인의 자녀가 사망했거나 상속결격이 돼 손자녀가 대습상속하는 경우에는 할증과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손자녀가 조부모로부터 직접 재산을 무상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모를 대신해서 조부모로부터 재산을 무상취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1세대 1회 과세원칙'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민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상속개시 전에 모두 사망했거나 상속결격된 경우 그 손자녀들은 대습상속을 하는 것으로 본다. 상속세가 할증과세되는 것은 피상속인이 그 자녀가 생존하고 있는데도 손자녀에게 재산을 유증한 후 사망해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또는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해 손자녀들이 직접 조부모로부터 본위상속을 하는 경우다.

생전에 자녀들에게 증여를 마치고 사망한 경우 상속개시 전 일정 기간 동안 사전증여재산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시켜 합산과세한다.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그 사전증여재산에 대한 증여세액을 공제하도록 한다.

조부모가 세대를 건너 뛰어 손자녀에게 증여해 할증과세가 이뤄지고 나서 자녀가 사망하고 나중에 증여자가 사망해 손자녀가 대습상속을 하게 된 사례가 있다. 상속세에서 공제할 증여세액에 세대생략 증여에 따른 할증가산액이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됐다.


A는 B, C라는 자녀가 있다. A는 B가 생존하고 있을 때 B의 자녀 b에게 현금 등을 증여했고 b는 할증과세에 따라 증여세 산출세액에 30%의 할증가산액을 포함해 납부했다.

A가 사망해 상속이 개시됐는데 A에 앞서 B가 사망하는 바람에 B의 자녀들인 b가 삼촌인 C와 함께 공동상속했다.

과세당국은 b가 납부했던 증여세액 중 세대생략 증여에 따른 할증가산액을 제외한 나머지 증여세 산출세액만을 공제해 b에게 상속세 부과처분을 했다. 이에 대해 b는 할증가산액도 증여세액공제의 대상이라는 이유로 불복했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서울고법은 사전증여재산 합산과세에 따른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될 증여세액에 세대생략 증여에 따른 할증가산액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세대생략 증여로 할증과세가 되었더라도 그 후 증여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된 시점에 수증자가 대습상속을 한 경우 상속세 할증과세를 할 수 없고, 수증자 겸 상속인에게 별도의 불이익을 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할증가산액도 증여세액공제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손자녀로서 대습상속에 따라 상속인이 된 납세자의 상속세를 산정할 때 세대생략 증여에 따른 할증가산액의 공제 여부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해 주는 것이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증여세액공제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 결론은 대습상속이 아닐 때 피상속인이 손자녀에게 재산을 유증한 경우나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해 손자녀들이 직접 조부모로부터 본위상속을 하는 경우 등 상속세 할증과세가 적용되는 때에도 마찬가지로 봐야 할 것이다.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는 경우 일정 비율만큼 할증과세되는 측면은 있으나 두 번 상속이 이루어지는 것에 따른 세액과 비교해 절세효과가 있다. 손자녀에 증여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상속이 개시되더라도 할증가산액에 대해 증여세액공제를 인정하므로 실질적으로 할증과세 자체가 두 번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절세를 위해서는 세대를 건너뛴 증여도 고려할 만하다.
김용택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사진제공=화우
[김용택 변호사는 조세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분야다. 화우의 조세전문그룹 및 웰스매니지먼트팀 파트너 변호사로서 각종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관련 사건 외에도, 해외자산 관련 상속세, 자본거래, 가업승계 관련 증여세, 지방세 환급 및 추징, 대기업 조세포탈 관련 사건 등을 수행했다. 서대문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을 역임한 바 있고, 한국세법학회 회원, 한국신탁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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