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30m 광산 와르르…"221시간 만에 탈출" 두 광부의 기적[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23.11.04 05:40

편집자주 |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서울=뉴스1) =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2.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2년 11월 4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의 아연 채굴 광산 제1 수직갱도가 붕괴해 매몰됐던 광부 2명이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사고 발생 221시간 만의 생환이다.

봉화 광산 붕괴 사고는 2022년 10월 26일 오후 6시쯤 발생했다. 같은 해 8월 29일 같은 갱도, 다른 지점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광부 1명이 숨진 지 2개월 만에 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고 당시 갱도 내부에선 작업조장과 보조 작업자 등 7명이 레일을 설치하기 위해 굴 모양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는 굴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업 중 토사 약 900톤이 수직 아래로 떨어졌고, 지하 190m에 있었던 베테랑 작업조장과 입사한 지 4일밖에 안 된 보조작업자 2명이 매몰됐다.

당시 지하 30m에서 작업 중이던 2명은 전기가 끊기는 등 이상징후를 느껴 자력으로 빠져나왔고, 다른 3명은 토사에 휩쓸려 갇혔다가 광산업체 측에 구조돼 미처 피하지 못한 나머지 2명만 고립됐다.

업체는 남은 2명을 구조하기 위해 밤샘 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했고, 사고 14시간도 더 지난 27일 오전 8시30분쯤에야 119에 신고했다. 고립된 작업자 가족에게도 뒤늦게 통보해 비난받았다.

(봉화=뉴스1) 공정식 기자 = 3일 오전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 현장에서 한국광해광업공단과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 군, 소방 등 구조반 관계자들이 천공기를 이용해 확보한 지하 170m 지점에 내시경을 넣어 고립 작업자들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22.1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소방 당국은 사고가 발생한 제1 갱도와 연결된 제2 갱도를 통해 갇힌 이들을 구조하기로 했다.

제2 갱도 지하 140m까지 내려간 뒤 수평으로 진입로를 뚫는 작업과 동시에 매몰 장소로 예상되는 지점을 수직으로 뚫고 내려가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고, 빠른 구조를 위해 발파 작업도 진행했다.

인력 130여 명과 장비 30여 대를 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갱도 내 쌓인 암석과 토석이 많아 고립 지점까지 진입로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재난·재해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난 후에도 구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봉화=뉴스1) 공정식 기자 = 경북 봉화 광산 매몰 사고 10일째인 4일 오후 광산구조대와 소방구조대가 고립된 광부 2명을 구조하기 위해 갱도 내부에 쌓인 암석을 제거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2022.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 사이 갱도 아래 고립된 두 사람은 추위와 배고픔과 싸워야 했다.

이들은 커피믹스 30봉지를 조금씩 물에 타 밥처럼 먹으면서 버텼고, 커피믹스가 다 떨어졌을 때는 암벽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셨다. 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과 마른나무를 이용해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고, 서로 몸을 밀착해 추위를 견뎠다.

이들은 광부끼리의 끈끈한 인간애에 기댔다. 동료들이 포기하지 않고 구조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텼다. 두 사람은 탈출구를 찾아보기 위해 괭이로 갱도의 막혀 있는 구간을 약 10m가량 파내보기도 했다.

그러나 고립 열흘째 되던 11월 4일. 헤드 랜턴 배터리가 바닥나자 두 사람은 처음으로 "이제 희망이 없다"고 말하며 절망감을 느꼈다.

오래지 않아 어디선가 "발파!"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고립됐던 두 사람은 수평으로 갱도 진입로를 뚫고 있던 동료와 소방대원을 마주했다.


(봉화=뉴스1) 최창호 기자 =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만인 지난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2.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두 사람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두 발로 걸어 갱도 밖으로 나왔다. 221시간 만에 마주한 빛이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지하에 갇혀있었던 만큼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눈을 가린 채 들것에 실려 안동병원으로 이송됐다.

(안동=뉴스1) 공정식 기자 =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생환해 안동병원에서 치료 중인 작업반장 박모씨(62)가 5일 오후 병실에서 망막 보호를 위해 안대를 착용한 채 휴식하고 있다. (박씨 가족 제공) 2022.1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열흘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굶은 상태임에도 두 광부의 건강 상태는 양호했다. 탈진과 환각, 환시 등 공황장애 증상을 보였지만 집중 치료를 받으며 빠르게 회복했고,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이들은 구조된 지 1주일 만에 퇴원했다.

당시 매몰됐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진 광부 박정하씨는 광산업은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는 구조 직전 헤드램프가 나갔을 때 두려움 등으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뉴스1) 공정식 기자 =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의 생환'을 이뤄낸 광부 2명이 11일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했다.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퇴원을 앞두고 병원 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2.11.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산 붕괴 사고 그 후…원청 대표 등 5명 불구속 송치


지난 2월 정부는 봉화 광산 붕괴 사고 이후 비슷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광산안전 종합대책'을 내놨다.

5인 이상 갱내광산은 매몰·화재 등 사고가 날 경우 긴급 대피할 수 있는 '생존박스'라는 대피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갱도 안 장거리 광역통신장비 보급, 갱도 밖 재해예방 시설·장비 보급, 광산 자체 구호대 표준 매뉴얼 보급 등도 포함됐다.

광산 안전시설 지원 예산도 지난해 64억원보다 72% 늘어난 110억원이 책정됐다.

경북경찰청 전경. /사진=뉴스1

광산 붕괴 사고와 관련한 경찰 수사도 이뤄졌다. 경북경찰청은 봉화 아연광산 갱도 붕괴사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광산 운영업체를 상대로 법 위반 사항과 과실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1일 경북경찰청은 매몰 사고를 낸 원청업체 대표 A씨와 하청업체 대표 B씨 등 5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 검찰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 등 5명은 지난해 10월 봉화군 아연광산 지하 수직갱도에서 노동자 7명을 매몰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같은 곳에서 갱도가 붕괴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를 낸 혐의도 받는다.

이 사건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A씨 등 5명에게 광산안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바 있으며, 대구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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