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주주총회에 상정된 주주제안 현황을 보면, 점진적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해 142건에서 올해 상반기(올초~5월31일) 195건으로 늘어났다. 하반기를 합산하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동기간 소액주주연대·개인주주 합산 제안 기업은 16개 순증했다.
소액주주연대와 개인주주의 주주제안 비중이 높아지면서 안건 역시 다변화하고 있다. 배당, 이사·감사 보수 한도 제안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 기간 자사주 매입·소각 안건은 3배 이상 증가했다. 전자투표제 도입, 대주주 3%룰, 지분행사 플랫폼의 등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주총장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PC, 모바일 등을 활용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시스템 '케이-보트(K-VOTE)'의 올해 사용 건수는 지난해 규모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매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용 기업은 947곳으로 2018년 483곳과 비교해 두배 넘게 늘었다.
간편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 주주행동주의의 확산을 돕고 있다. 특히 지난 수년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각 기업은 전자투표제를 자발적으로 채택했다. 전자투표제 실시 기업의 경우 감사 등의 선임 시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하도록 상법이 개정된 것도 주요했다.
'대주주 3%룰'도 힘을 더했다. 이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장치다. 2020년 12월 상법 개정으로 만들어진 '감사위원 분리선임제'가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감사위원은 선임 초기부터 3%룰을 적용해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올 초 남양유업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일부 승리한 것이 그 사례다. 당시 남양유업 오너 일가 지분율은 53.08%에 달했지만,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은 차파트너스(지분율 3.07%)가 추천한 감사가 이사회에 입성에 성공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를 모아 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소액주주 결집 플랫폼 '액트(Act)'다. 이상목 액트 창립자가 소액주주 대표를 맡았던 DB하이텍 등 다수 종목에 대한 안건을 소액주주들이 직접 논의하고 투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대표는 "20%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서면을 다 모아서 주총장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며 "우리나라 주주운동의 맹점이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들이 5분이면 자신의 의견을 간편하게 표현할 수 있다 보니 많이 사용해주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뭉치기만 하면 소액주주들도 충분히 목소리를 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액트가 그 과정을 돕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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