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검사 월급 320만원…"일만 많아" 법복 벗고 로펌행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조준영 기자 | 2023.11.03 09:30

[MT리포트]인력난 검찰, 수사가 흔들린다

편집자주 | 검찰이 인력난에 허덕인다.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간부에 비해 실제 수사를 하는 일선 검사가 부족한 역피라미드 구조가 굳어진 지 오래다. 검사 1인당 사건 수는 유럽국가 평균의 4.5배, 일본의 2.4배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검찰의 인력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어렵게 검사됐는데 "관둘래요"…막내급도 법복 벗는 이유



올해도 법복을 벗은 평검사들이 두자릿수에 달한다. 지난해에 이어 수사 경력을 쌓은 '실무 검사' 다수가 로펌 등으로 빠져나갔다. 검찰 안팎에서는 과로 등 근무 악조건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머니투데이가 법무부로부터 확보한 '최근 5년간 퇴직 검사 수' 자료에 따르면 매년 검찰을 떠난 검사가 2019년 111명, 2020년 94명, 2021년 79명, 2022년 146명에 이어 올해는 10월 현재 기준 123명으로 집계된다.

특히 검사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평검사들의 사표가 최근 부쩍 늘었다. 퇴직 검사 중 10년차 이하 평검사는 2019년 19명, 2020년 21명, 2021년 22명에 머물다 지난해 2022년 41명으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는 10월 현재까지 35명의 10년차 이하 평검사를 검찰을 떠났다. 검사 재직 연수 4년 이하의 막내급 검사가 사표를 낸 사례도 지난해와 올해 각각 12명, 11명으로 2020년 4명, 2021년 6명의 2배가 넘는다.

법조계에서는 예전보다 검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슷한 연차의 대형 로펌 변호사와의 보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는데 서울 등 인기 많은 검찰청에서 계속 근무하는 '귀족 검사'를 막기 위해 3년 이상 수도권에 연속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향(京鄕) 교류' 원칙으로 2~3년마다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불편까지 감수해야 하면서 특히 젊은 법조인들 사이에서 검찰이 더이상 '0순위'가 아니라는 얘기다.

차장검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맞벌이하는 법조인도 많아지다 보니 '빨리 변호사를 시작해 수입을 올리고 전문성을 쌓자'고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아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초임 검사 월급은 공무원 봉급 제도에 따라 약 320만원으로 비슷한 연령대의 변호사들보다 현저하게 낮다.

검찰 내부에서는 좀더 은밀한 분석도 나온다. 간부급 검사는 늘어나고 실무를 담당하는 젊은 검사들은 이탈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된 젊은 검사들이 더 빠르게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 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개인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고 '워라밸'을 더 챙기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서 검찰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사건 증가에 따른 과로도 검찰 기피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하급자나 연소자에게 존칭을 쓰고 저녁 회식과 과음 문화를 없애는 등 검찰 조직 문화가 많이 수평화됐지만 지휘 체계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수사 특성상 일반 기업보다 문화가 경직됐다고 느낄 수 있다"며 "과로할 수밖에 없는 업무 현실도 인력의 효율적 운용, 증원 등을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가 육아휴직하면 사건 수사는 누가…10년째 동결된 검사 정원


④"검사 인력 부족, 인원 증원하면 해결"

법무부는 검찰의 역피라미드 구조를 해소하고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검사증원을 꼽는다.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되고 형사사건이 더 복잡해지면서 늘어난 검사의 업무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2014년 이후 10년째 동결된 검사정원(2292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검사정원법 설명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사 정원 220명을 2027년까지 5년간 단계적으로 늘리는 계획을 수립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는 40명씩, 2026년부터 2027년까지는 50명씩 증원한다는 방침이다.


설명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변화된 공판환경 대응, 사건처리 지연 등을 증원 필요성으로 꼽았다. 우선 2015년 대비 2020년 구공판 건수와 재판기간 모두 20% 넘게 늘면서 건당 기록 쪽수, 평균 공판기일 횟수 모두 증가추세다. 현재 공판검사 1인당 1.68개 재판부를 담당하면서 재판에 주5일 참여하고 있는데, 검사를 늘려 담당재판부를 1.19개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법원이 인권보장과 절차준수를 엄격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늘면서 수사기간이 6개월 초과된 장기미제사건은 2016년 1703건에서 2021년 2503건으로 증가했고, 평균 사건처리 기간도 같은기간 18.16일에서 22.9일로 크게 늘었다.

특히 검사는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휴직에 따른 별도 정원이 인정되지 않아 대체인력 고용이 불가능하다. 즉 육아휴직자 증가, 휴직기간 장기화에 따른 인력공백이 생기면 남은 검사들이 이를 오롯이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휴직인원은 2014년 64명에서 지난해 93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내에서도 검사증원에 대한 요구가 높다. 비수도권지역의 한 부부장검사는 "일선에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허리급 검사들이 없어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 사람도 없는데 증거와 관련해 법원이 더 엄격하게 보니 똑같은 사건이어도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되고 있다"며 "검사정원이 늘면 문제는 한 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검찰의 인력운용 방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대검찰청이 일선청의 검사와 수사관들을 파견받는 등의 방식으로 정원 외로 인력을 초과 운용하는 문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작성한 법무부 결산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대검은 2022년말 기준 검사정원(68명), 검사외공무원 정원(515명)을 각각 10명, 159명 초과해 운영했다. 앞서 2020년 감사원도 대검에 대한 정기감사를 통해 인력운용 부적정 문제를 지적했지만, 이같은 정원초과 현상은 2015년말부터 현재까지 8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보통 일선청 검사들은 대검 검찰연구관으로 파견돼 각 부서에서 기획업무를 맡거나 다시 중요수사팀으로 파견을 간다. 수사와 공소유지 업무를 실제로 담당하는 일선 검찰청 입장에선 인력부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운용 방식이다.

지역 검찰청에선 한 명의 검사가 파견돼 남은 검사들에게 사건배당이 몰리면 '방이 터진다'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파견을 간 검사가 갖고 있던 사건이 같은 부서 다른 검사실로 재배당이 되고, 결국 미제사건들이 잔뜩 쌓이게 돼 업무수행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마약, 스토킹, 전세사기 등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범죄대응방안 마련, 형사법 개정 등 대검이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업무가 증가하고 있다"며 "정원증원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는 한편, 업무지원 규모를 필요 최소한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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