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뛸 검사가 없다" 간부만 수두룩…젊은 검사들 떠나는 이유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정경훈 기자 | 2023.11.03 08:00

[MT리포트]인력난 검찰, 수사가 흔들린다

편집자주 | 검찰이 인력난에 허덕인다.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간부에 비해 실제 수사를 하는 일선 검사가 부족한 역피라미드 구조가 굳어진 지 오래다. 검사 1인당 사건 수는 유럽국가 평균의 4.5배, 일본의 2.4배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검찰의 인력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단독]10명 중 4명이 간부…"발로 뛸 검사가 없다"


#검사 10명 가운데 4명은 관리자급에 해당한다. 2013년 10명 중 3명 수준이었던 고검검사급(차장·부장) 이상 비중이 올해 10월 기준 10명 중 4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2014년 이후 검사정원이 동결된 가운데 전체 검사인원 중 간부들만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10년차 이하 평검사들은 검찰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41명이 나간 데 이어 올해 10월 기준 이미 검사 35명이 옷을 벗었다. 검찰에 들어온 지 1~4년밖에 되지 않은 막내급 검사들만 11명이 올해 검찰을 떠났다.

검찰이 인력난에 허덕인다. 범죄수법 고도화로 사건은 복잡해지고 피의자 인권보장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수사업무의 질적부담이 늘었지만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수사기간 장기화 등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간부급 검사 비율의 상승추이를 보면 검찰의 인력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엿볼 수 있다. 1일 머니투데이가 법무부로부터 받은 '2013년 이후 전체 검사 인원 중 고검검사급 비율'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9.8%였던 간부비율이 2014년 27.1%로 소폭 하락한 이후 △2015년 28.8% △2016년 31% 등으로 꾸준히 상승해 올해 10월 기준 39.2%를 기록했다. 11년 만에 간부비율이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검찰이 간부 비대화 조직이 돼가는 것은 간부 자리는 그대로인데 검찰 신규 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기수별 신규임용 인원은 2000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사법연수원 29기 출신 136명을 시작으로 △30기 144명 △31기 140명 등 40기까지 꾸준히 100명 이상이 검찰로 들어왔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임용인원은 두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 변호사시험 11회 합격자 67명과 올해 12회 합격자 76명이 신규검사로 임용됐다.

법무부는 이처럼 신입 검사가 줄어든 데 대해 당해연도 검사 정·현원과 결원, 그리고 지원자 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고검검사 이상 검사 비율이 늘어난 데 대해서는 2013년 이후부터 고검검사급 진입 기수 재직 인원이 고검검사급 사직인원과 신규임용 인원에 비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직을 부여받지 못한 고검검사급 검사는 고등검찰청에서 항고사건을 담당하거나 부부장검사로서 지방검찰청·지청에서 일반검사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다"며 "보직이 미부여된 고검검사급 검사의 업무효율을 높이고 일반검사 비율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간부비율이 꾸준히 상승한 이면에는 젊은 검사들의 탈출러시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뽑는 검사도 줄어드는데 한창 일을 할 평검사들의 퇴직규모도 커졌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퇴직 검사 중 10년 차 이하 검사 수는 △2019년 19명 △2020년 21명 △2021년 22명 △2022년 41명 △2023년 35명(10월 현재 기준)이다. 이중 재직 연수 4년 이하의 막내 검사의 퇴직은 같은 기간 △8명 △4명 △6명 △12명 △11명으로 나타났다.

공판중심주의는 강화되고 형사사건이 더 복잡해지면서 검사의 업무부담은 늘고 있다. 2015년 대비 2020년 기소 건수와 재판기간 모두 20% 넘게 늘면서 건당 기록 쪽수, 평균 공판기일 횟수 모두 증가하고 있다. 현재 공판검사 1인당 1.68개 재판부를 담당하며 주5일 재판에 참여한다.

여기에 정치권 관련 대형사건에 투입되는 파견검사도 많다보니 부족한 인력을 전체 청 단위에서 효율적으로 운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10월엔 전국 검찰청에서 업무정체 현상도 가중된다. 고검겁사급 이상 검사 인사시기(7~9월)와 법무연수원 교육 중인 신임 검사들이 일선 청에 배치되는 시기(11~2월) 사이에 끼어 평검사가 크게 줄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고검검사 인사 이후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형사부 인원이 반토막 나는 등 공판부를 제외한 모든 부서의 검사 수가 1~2명씩 감소했다. 전세사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중앙지검 형사8부는 이번 인사로 2명이 줄었다가,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다른 청에서 인력을 파견받는 등 다수 형사부에 충원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배당 한달에 200건…손 부족한 검사들 "한계 내몰린다"


②평검사 업무량 폭증 →장기미제 사건 증가…피해는 국민이


"모두가 열심히 일해도 누구든 한계를 체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지방검찰청과 지청 근무 여건에 대해 수도권 지역의 A차장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범죄가 점점 복잡해지고 수사 중 챙겨야 할 법률 절차는 늘어난 반면 실무를 담당할 평검사는 줄면서 일선 검사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렸다는 얘기다.

A차장검사는 "언론에서 주로 정치인이나 기업인 수사가 주목받으니까 검찰 하면 특수부·공공수사부가 전부인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의 검사는 민생사건을 다루는 형사부나 공판부 검사들"이라며 "검찰 수사의 80~90%를 차지하는 이런 사건을 담당할 인력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성적인 검사 인력 부족은 사건 대비 검사 수에서도 확인된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는 148만2433건이었다. 형사부 검사 1명이 매달 150~200건의 사건을 맡았다. 유럽국가 평균의 4.5배, 일본의 2.4배다. 검찰청의 불이 24시간 꺼지지 않는 이유다.

문제는 최근 들어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평검사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평검사 수는 2013년 1336명에서 2015년 1433명으로 늘었다. 2014년 말 개정 '검사정원법' 시행에 따라 검사 총원이 확대된 결과다. 하지만 '반짝' 증가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수는 2019년부터 올해 10월 현재까지 최근 5년 간 △1398명 △1406명 △1385명 △1329명 △1294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평검사 비율은 2013년 71.2%에서 현재 61.8%로 지속 감소했다. 그렇지 않아도 강도 높은 업무 부담이 더 커지는 추세인 셈이다.

범죄 유형과 내용이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사건마다 수사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점도 검사들의 짐을 키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발달로 범죄 과정에서 익명성이 강화되고 사기 사건만 봐도 가상화폐 기술을 이용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수사 환경의 변화에 따른 업무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력 20년 이상의 검찰 간부는 "사법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예전보다 변호인을 선임하는 사건 관계인들이 늘었고 수사 과정에서 제출하는 서류도 많아졌다"며 "재판절차 진술권 보장, 구조금 제공 등 피해자 지원 절차가 다양해지면서 검사들의 손이 바빠졌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사건이 잇따르면서 이어진 파견 근무도 일선 현장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형 사건에 차출된 검사가 담당했던 사건을 남아있는 검사들이 떠안으면서 업무량이 늘어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평검사로 근무하다가 올해 2월 퇴직한 김규현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는 "평검사들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파견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꼭 필요한 파견만 이뤄지도록 지휘부가 적절히 판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만성적인 수사인력 부족이 결국은 수사와 재판의 질적인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3~4년 전부터 지적됐던 재판 지연에 이어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과 맞물려 수사 지연도 흔한 일이 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차장 검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요즘 수사와 재판의 지연은 '심각하다'는 말로 설명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예전엔 검사가 경찰로부터 송치된 사건을 일정 기한(4개월) 안에 처리하지 못하면 장기 미제로 분류하고 불이익을 줬는데 지금은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지연에 따른 피해가 너무 커서 승소해도 변호사만 웃고 당사자는 상처만 남을 뿐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개발도상국 시절처럼 소수 인원의 과로에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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