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월급 2배, 근무 시간 절반" 호주 흉부외과가 인기 있는 이유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11.02 15:36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제55회 추계 학술대회]

"한국의 흉부외과 수술 현장에서 흉부외과 의사와 체외순환사 간 협동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막한 '제55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아시아태평양체외순환학회(APELSO·에이펠소)의 존 F. 프레이저 학회장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이자 호주 크리티컬케어리서치그룹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흉부외과 의사 수가 급감하고 체외순환사가 정식 직종으로 인정되지 못해 혹한을 맞이한 것과 달리, 호주·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선 흉부외과 의사와 체외순환사 모두 '인기 직종'으로 꼽힌다.

2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추계 학술대회 현장에서 만난 존 F. 프레이저(사진 왼쪽) 아시아태평양체외순환학회장과 정재승(중환자실장)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한국과 호주의 흉부외과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그에 따르면 호주의 흉부외과는 인기 직종으로 꼽힌다. 호주의 흉부외과 의사는 일한 만큼 경제적 보상이 뒤따른다고 한다. 일단 호주의 국립병원과 사립병원의 보상체계가 각각 다른데, 사립병원에서 일하는 경우엔 보험을 통해 환자에게 받을 수 있는 비용이 달라진다. 마치 개인사업자처럼 일할 수 있어 경제적 보상이 크다는 것. 그것에 따라 내(흉부외과 의사)가 얼마나 일할지는 선택사항이라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흉부외과 의사는 한 병원에서 속한 상태에서 계속 일해야 하고, 수술 종류별 받을 수 있는 수가도 정해졌다.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정재승(중환자실장) 교수는 "호주의 흉부외과 의사는 급여 수준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흉부외과 평균 임금보다 2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환자 1명당 수술부터 퇴원하기까지 내는 총의료비만 따지면 호주가 우리보다 3배가량 높다. 미국의 경우 흉부외과 수술을 진행하면 의사·병원·수술실에 각각 내야 하는 비용이 따로 책정돼 있다.

정 교수는 "호주도 우리나라처럼 포괄수가제(DRG)를 운영하는데, 예컨대 관상동맥 우회술을 진행하면 국가에서 얼마의 수가를 지급한다"며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그렇게 지급하는 돈이 우리보다 매우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열린 대한심장혈관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아시아태평양에크모학회(APELSO·에이펠소)의 존 F. 프레이저 학회장이 에크모(인공 심폐기를 응용한 기계)를 이용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호주의 흉부외과 의사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근무 시간이 우리보다 절반도 채 안 될 정도로 적다는 것이다. 호주 흉부외과계는 전문의든 레지던트든 근무 시간이 1주일에 최대 40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정 교수는 "쉽게 말해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으면서 일은 비교적 적으니 흉부외과 의사가 넘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전문의의 근무 시간 제한이 아예 없다. 레지던트가 없거나 레지던트 근무 제한 시간 이외의 시간까지 전문의가 충당해야 해 주 100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흉부외과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전공의 특별법에 따라 주 88시간을 넘겨선 안 되지만 실제로는 100시간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2022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의 주 평균 근무 시간은 77.7시간으로, 과목별로는 흉부외과(102.1시간), 외과(90.6시간), 신경외과(90.0시간) 순으로 많았다.


수술장에서 흉부외과 의사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직종인 '체외순환사'에 대한 법적 보호망도 호주와 우리나라 간의 간극은 크다. 존 F. 프레이저 학회장은 "호주에선 체외순환사가 당연히 합법적으로 인정받는 직종"이라며 "주로 이공대생이 체외순환사가 되지만, 사립병원에선 의사가 담당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호주의 체외순환사는 국립병원에선 월급을 받고, 사립병원에선 자신이 일한 만큼 청구해 보상받는 시스템을 갖췄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체외순환사가 흉부외과의 그림자처럼 숨어지내고 있다. 정부에서 정식 직종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런 직종이 있는지조차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모르고 있다고. 실제로 지난달 2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체외순환사에 대해 들어봤는가"라고 묻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국감 때 이와 관련해서 질문할 것이라고 (머니투데이 기사를 통해) 접하면서 처음 들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존 F. 프레이저 학회장은 "심장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흉부외과는 선택 의료가 아니라 필수 의료"라며 "심장 질환이 전 세계 1위의 사망원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심장을 수술하는 집도의이든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이든 간호사든 흉부외과 영역은 필수 의료 중의 필수 의료"라며 "한국의 흉부외과가 어려움에 봉착해있다고 들었지만, 지금보다 더 발전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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