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손 내밀고 "술 한잔"…尹대통령이 달라졌다, 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안채원 기자 | 2023.11.01 05:41

[the300]국회서 '낮은 자세'…"탁월한 친화력, 잘 전달됐으면" 시각도

먼저 손내민 尹 vs 앉아서 악수한 野 의원들…누가 웃을까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5부요인 사전 환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10.31.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11년째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갔다. 지난해 헌정사 최초의 제1야당 시정연설 보이콧(거부) 탓에 올해는 대통령의 직접 참석이 불투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결국 국회를 찾았다. 시정연설뿐만 아니라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 오찬까지 연이어 가지며 소통했다.

자세는 낮았고, 연설 내용은 담백했다. 현장 중심, 소통 강화라는 대통령실의 기류 속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달라진 분위기가 시정연설에도 반영됐다.

당초 우려도 많았다. 참모들은 국회 사전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어떻게 나올지, 본회의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신사협정에도 불구하고 돌발 사태가 터지지 않을지 걱정이 적잖았다.

지난해 10월 우리 정치사에서 대통령 시정연설이 시작된 지 1만2440일(약 34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이 퇴장해버린 채 연설이 진행된 다음 날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헌정사 관행이) 어제부로 무너졌다. 앞으로는 정치상황에 따라서 대통령 시정연설에 국회의원들이 불참하는 이런 일들이 종종 생기지 않겠나 싶다"고 한탄했다.

이날 다행히 고성과 파행은 없었다. 민주당 의원 50여명이 본회의장 밖에서 국정 운영 전환을 요구하는 피켓 침묵시위를 펼쳤지만 거기까지였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10.31.
윤 대통령은 작심한 듯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서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을 향했다. 단상으로 걸어오면서 통로 양쪽을 번갈아 가면서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고개를 돌리는 등 애써 외면하거나 앉은 채로 악수를 받아도 윤 대통령은 인사를 계속했다. 나갈 때도 본회의장을 돌면서 야당 의원들을 찾아 손을 내밀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는 입장과 퇴장 때 모두 악수했다.

연설 내용은 경제와 민생에 집중됐다. 미래세대를 위해 건전재정 기조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점, 약자보호와 첨단산업·과학기술 투자 강조, 경제 중심 외교와 저출산 극복을 위한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 역설, 그리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거론하면서 야당을 공격하는 발언은 없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성과에 대한 자화자찬도 자제했다. 민주당에서는 '반성 없는 맹탕 연설'이라는 혹평이 나왔지만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야당을 자극하지 않고 예산안과 국정 방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거쳐 11년째 유지돼온 '대통령 직접 시정연설'의 전통을 이어갔다. 예산안에는 세법 개정안이 따라붙는다. 국민에게 세금을 요구하기 앞서 국정 운영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를 찾아 직접 연설하는 '원칙'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 이전에는 지켜지지 않았다. 앞선 대통령들은 취임 첫해 등에만 직접 연설을 하고 이후엔 대개 국무총리를 대신 보냈다.

이날을 계기로 소통도 본격화했다. 운 대통령은 사전 환담에서 여야 대표단과 함께 이재명 대표를 만난 데 이어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오찬도 나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통과된 법들에) 거부권 행사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쓴소리도 했지만 윤 대통령은 "하신 말씀은 제가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경청의 자세를 보였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10.31.
이날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보여준 일련의 모습은 현장과 소통을 강조하는 최근 정부의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과 내각에 직접 민생 현장을 찾아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는 은행 대출 갚느라 허덕이는 소상인들의 처지를 언급하면서 '은행 종노릇 하는 것 같다'는 적나라한 목소리도 전했다.

여권으로서도 윤 대통령의 변화가 반갑다. 국민의힘에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출범해 관심을 모으고 김기현 대표가 '김포시 서울 편입' 카드로 화제를 집중시키는 등 이슈 주도권을 가져온 상황에서 대통령이 소통의 자세를 보이는 점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결국 민생을 향한 진정성이 중요하다"며 "낮은 자세로 소통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대통령과 여당의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진정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소통방식 등을 의식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강한' 이미지와 달리 인간관계에서는 섬세하고 친근한 윤 대통령의 본래 스타일이 발현되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탁월한 친화력, 따뜻한 마음이 이 만남을 계기로 국민과 우리 국회에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尹대통령, 국회서 "술 한 잔하면 여야 없다더라…저녁 모시겠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국회 상임위원장단,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의 오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오찬에 앞서 윤 대통령은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10.31.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상임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어느 상임위원장이 '술 한잔하면서 대화하니 여야가 없다'고 말하더라. 저녁을 모시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한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국회 상임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오늘 이 자리가 국회의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런 만남을 정례화하면 좋겠다"고 제안하자 이같은 뜻을 밝혔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이후 김 의장,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그리고 국회 상임위원장 17명(장제원 과방위원장, 이상헌 문체위원장, 박정 환노위원장, 서삼석 예결위원장, 권인숙 여가위원장, 신동근 복지위원장, 김교흥 행안위원장, 김철민 교육위원장, 김도읍 법사위원장, 백혜련 정무위원장, 김태호 외통위원장, 소병훈 농해수위원장, 김민기 국토위원장, 박덕흠 정보위원장, 이재정 산자위원장, 한기호 국방위원장, 김상훈 기재위원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역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를 시작하며 "우리 상임위원장님들을 다 같이 뵙는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며 "오늘 정부의 국정운영, 국회의 의견 등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 주최 국회 상임위원장, 정당 원내대표와의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23.10.31.
상임위원장들은 윤 대통령에게 소관 분야의 현안을 설명하고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상임위원장들의 건의를 잘 경청하고, 일부 건의 등에 대해선 즉석에서 답변하기도 했다.

이날 한 상임위원장이 정부의 내년도 R&D(연구개발) 예산에 대해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R&D 예산 지출 조정 이유와 향후 확대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상임위원장이 미국 내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 문제를 제기하자 윤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지도부를 포함해 미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이 문제를 제기했다"며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치면서 "오늘 상임위원장들을 다 뵙고 좋은 말씀을 경청했다"며 자리를 만들어 준 의장과 상임위원장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위원장님들의 소중한 말씀을 참모들이 다 메모했을 뿐만 아니라 저도 아직은 기억력이 좀 있기 때문에 하나도 잊지 않고 머릿속에 담아 두겠다"며 "국정운영과 향후 정부 정책을 입안해 나가는 데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잘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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