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강서구 우장근린공원 힐링체험센터. 등산복에 선캡을 쓴 40대 윤명희씨가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더니 이곳에 마련된 황톳길 안으로 들어갔다. 이씨는 차가운 촉감에 깜짝 놀라더니 꾸덕한 황토를 여기저기 눌러대며 금방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거의 5개월 동안 비오는 날에도 이곳에서 와서 매일 매일 걸어다녔다"며 "맨발 걷기를 하면 기분도 좋고 명상도 된다. 불면증도 있었는데 황톳길 걷고 난 뒤에 잠이 엄청 잘 온다"고 말했다.
최근 숲과 공원에서 맨발로 부드러운 흙길을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맨발이 땅과 만나면 몸 안의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전국에는 맨발 걷기 열풍이 한창이다. 서울시 역시 '맨발 걷기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하는 등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입구에는 황톳길 이용 수칙과 효능 등을 적어 놓은 안내판도 있었다. 구청은 △걷기 전 간단한 스트레칭 △신발 벗고 맨발로 이용하기 △발에 상처가 있을 땐 이용 금지 등을 강조했다. 황톳길은 체내 노폐물을 분해해 자정 능력이 좋고 피부미용에도 좋다고도 했다. 척추와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되고 발과 하체 근육을 강화시켜 신경 기능을 자극시킨다고도 안내했다.
━
암환자도 빠진 '맨발 걷기'…전문가 "의학적으로 효과 증명된 것 없어…상처·감염 주의해야"━
구강암 진단을 받았다는 20대 최모씨 역시 "항암 치료 때문에 난자 보호 주사를 맞아왔는데 그동안 호르몬 억제 때문에 생리가 멈췄다"며 "그런데 맨발 걷기 시작하고 3일 만에 생리가 다시 시작됐다. 황토에 닿는 피부 부분도 염증이 완화됐다"고 말했다.
황톳길 옆에 마련된 등산로를 맨발로 걷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서 왔다는 70대 이모씨는 "파상풍 예방 접종도 미리 맞고 왔다"며 "산책로는 풀뿌리, 돌뿌리가 많아서 잘못 걸으면 많이들 다친다. 그래서 처음엔 이렇게 사뿐 사뿐 걷다가 적응이 되면 활기차게 걸어도 된다. 돌이나 낙엽들 일부러 밟고 그러는데 그러면 기분도 상쾌하고 좋아진다"고 말했다.
정비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기존에 건강한 사람들은 맨발로 걷는 게 큰 문제는 없지만 기존에 발 관련해서 질병을 겪고 있던 분들은 가급적 걷지 않는 걸 추천한다"며 "특히 당뇨를 앓고 계신 분들은 발쪽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맨발로 걷다가 상처가 나면 감염 되는 경우가 있어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용 서울대학교 재활의학과 교수는 "황톳길 맨발 걷기가 건강에 좋은지 아직까지 의학적 연구를 통해 증명된 건 없다"며 "항암 치료 하는 중에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감염이 취약해 상처가 날 위험이 있으니 이 때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