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아니고 성별확정 수술"… 성 정체성, 몸으로 찾아주는 이 의사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3.10.31 17:32

[인터뷰] 김결희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 교수

여성에서 남성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타고난 성(性)을 바꾸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트랜스젠더'다. 우리나라 의술이 세계적 수준을 달리고 있지만, 성전환 수술만큼은 국내에서 미미하다. 이 수술을 진행하는 병·의원이 불과 다섯 군데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을 선진화한 의술을 접목해 아시아의 성전환 수술 성지로 자리매김하려는 곳이 있다. 바로 2년여 전 강동성심병원이 개소한 LGBTQ+센터다. 이곳 김결희(성형외과) 교수는 "성전환 수술이 아닌 성별확정 수술"이라고 강조했다. 왜일까.
김결희 강동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Q. 성전환 수술이 아닌, 성별확정 수술로 부르는데.


"흔히 성전환 수술이라 부르지만 '성별확정 수술'이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기존의 성을 바꾼다는 개념보다는 그 사람에게 맞는 성을 찾아준다는 의미에서다.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에서 올해 트랜스젠더 진료의 세계적인 가이드라인(WAPTH SOC 8판)을 번역했고, 공식적 한글 명칭은 '성별확정 수술'이다. 많은 사람이 트랜스젠더를 생각할 때 트랜스여성(남→여), 트랜스남성(여→남)만 생각한다. 이것도 이분법적인 사고다. 내 정체성이 꼭 남성이거나, 여성이 아닐 수도 있다. '제3의 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이분법적 성별 분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논바이너리'라고 하며, 그 이외에도 다양한 성별 정체성이 존재한다. 가령 환자의 성별 정체성을 존중해 두 가지 성을 모두 다 가져갈 수 있도록 성확정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다. 자신이 지닌 성염색체가 XX 또는 XY이더라도 내부 또는 외부 성기가 정형적인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 정의에 규정되지 않는 성징을 가진 인터섹스도 있다. 성확정 수술은 성별 불편감, 성별 불일치감에 대해 의학적으로 개입해 환자 삶의 질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의학적 인터벤션이 꼭 필요한 영역이다."


Q. 성별확정 수술 문의가 늘었나.


"그렇다. 정확한 규모를 알려줄 수는 없지만 2년여 전 센터를 개소한 이후 성확정 수술을 새로 받으려는 사람뿐 아니라 태국 등지에서 성확정 수술을 받은 사람, 한국에 사는 외국인 퀴어(성소수자)도 늘고 있다. 아시아에서 성별확정 수술이 가장 많은 나라는 태국인 건 맞다. 태국에 성별확정 수술 건수가 많다는 이유로 술기도 좋을 것이라 여기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성확정 수술을 위해 태국행을 선택한다. 하지만 태국은 '미세 수술' 같은 최신 의술 면에서 한국보다 뒤떨어진다. 의술은 한국이 월등하게 앞서 있다. 태국에서 값싸게 수술받고 귀국한 후, 합병증에 시달려 재수술받으려는 문의가 많은 이유다."


Q. 합병증은 어떤 게 있나.


"가장 흔하면서도 심각한 합병증은 '요도 협착'이다. 트랜스남성을 위한 음경 형성 수술(음경형성술) 시에는 음경과 음낭뿐만이 아닌 소변이 지나가는 길(요도)도 만들어야 한다. 트랜스남성 소변이 흐르는 파이프다. 요도는 소변이 모이는 방광에서 시작하는데 여성은 상대적으로 요도가 짧고, 남성은 성기 끝까지 길게 이어진다. 음경형성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의사의 숙련도와 술기에 따라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LGBTQ+센터에선 팔·허벅지·배·사타구니 등 다양한 부위에서 조직을 채취해 둘둘 말아 튜브 형태로 요도를 만든다. 조직을 가져온 부위는 다리 부분에서 피부를 채취해 피부이식을 시행한다. LGBTQ+센터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음경형성술 방법 중 가장 합병증률이 낮은 수술 방법을 이용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를 보인다. 기전이 다르긴 하나 수술 후에도 성감을 느낄 수 있으며, 미세수술을 통해 혈관과 신경을 접합하기에 새로 형성된 음경은 촉감을 가진다. 트랜스여성의 성별확정 수술은 음경과 고환·음낭을 제거하고 외부 생식기와 내부 생식기를 재건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내부생식기 즉 신질(새로운 질)을 만드는 것은 환자의 선택을 존중해 결정한다. 신질이 일단 재건되면 그 길이와 내경을 유지하기 위해 수술 후 일정기간 동안 '다일레이션'이라는 후관리를 해야 한다. 해외에서 수술받는 경우 설명을 잘 듣지 못해, 자신에게 맞는 수술 방법을 선택하지 못하거나, 질 협착 등의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성감을 느끼는 기전은 수술 전과 다르지만, 혈관과 신경을 이으면서 성기에 촉각이 생긴다. 성감도 느낄 수는 있다."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에 마련된 성소수자 다학제 진료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Q. 환자들이 프라이버시에 민감해할 것 같은데.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외모에 부합하지 않는 이름을 가진 경우가 있다. 병원 대기실 같은 공개된 장소에는 이러한 이름을 부르는 경우 당황스러울 수 있기에 센터에는 환자가 원하는 닉네임으로 불러드린다. 예컨대 '크리스 님' 이런 식이다. '크리스 님'이 성별확정 진료가 아닌 다른 진료를 받더라도 그가 성 확정 수술받았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개인 정보 관리에 철저하다. 예약할 때는 실명으로 해야 하지만 닉네임을 따로 이야기하면 전자 의무기록시스템에 등록해둔다. 어느 진료과에 가든 닉네임이 같이 뜬다. 우리 센터는 '엘라이닥터'라는 제도를 운용한다. 병원 내 모든 진료과에서 성소수자를 전담하는 의사가 따로 배정되는 시스템이다. 그 전담의가 해당 성소수자의 진료권을 철저하게 보장한다."


Q. 성별확정 수술 전 어떤 과정을 거치나.


"성별확정 수술 전, 세계트랜스젠더 보건의료전문가협회(World Professional Association for Transgender Healath, WPATH)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해당 개인이 성별확정수술을 받을 요건이 됐는지 확인한다. 성별 불일치에 대한 정신의학적 진단을 확인하며 이러한 진단에 영향을 미칠 다른 정신의학적 요소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성별확정 호르몬 치료의 경우, 수술 전 약 6개월의 치료 기간을 권고하고 있으나 본인이 원하지 않거나 자신의 의학적 상태가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는 예외다. 이러한 요건을 확인하는 이유는 성별확정 수술이라는 돌이키기 어려운 변화 전에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충분히 탐색하고, 신체적 또한 정신적으로 준비하기 위함이다."


Q. 성별확정 수술로 어디까지 가능한가.


"트랜스여성의 질은 피부이식, 점막 이식, 복막, S상 결장(대장 일부)으로 만드는 방법들이 있다. 트랜스여성의 경우 튀어나온 목뼈(갑상연골)를 축소할 수 있다. 음성(목소리)은 개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대표적인 수단이기에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부합하는 음성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원할 수 있다. 트랜스남성은 남성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목소리가 비교적 쉽게 굵어진다. 반면 트랜스여성은 여성화 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음색이 변화하지 않기에 음성 여성화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보이스 트레이닝과 함께 이비인후과 후두전문의에게 음성 여성화 수술을 받게 되면 수술 후 음색을 올릴 수 있다. 트랜스남성에서는 가슴조직을 절제하고 흉부를 남성의 형태로 재건하는 가슴 절제술(탑수술)을 시행한다. 트랜스여성에는 유방 보형물이나 자가 지방이식을 통해 여성의 가슴에 부합하는 볼륨을 더한다."


김결희 강동성심병원 성형외과 교수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Q. 성별확정 수술 전용 센터를 만든 배경은.


"성별확정 수술엔 성형외과뿐 아니라 비뇨의학과·이비인후과·정신건강의학과 등 타 진료과와의 협진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개원가 두세 군데에서 성 확정 수술 일부를 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특히 성기를 재건할 때 미세수술 술기가 필요한데, 각 과의 전문적인 의술이 투입돼야 가능하다. 실제로 개원가에서 성기 재건 수술을 받은 사람의 상당수가 불만족을 표했는데, 시설·인력이 부족하고, 다학제 진료가 불가능해서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 가슴 성형에 대한 미세수술 술기를 공부했고 태국·벨기에 등에서 성별확정 수술법을 배웠다. 미세수술을 성별확정 수술에 도입해 높은 퀄리티의 합병증 낮은 방식으로 수술한다. 현재 의학계에서 합병증이 가장 낮으면서, 안전하고 검증된 방법으로 수술한다고 자부한다. 태국으로 가는 아시아계 성소수자들이 한국으로 오는 게 꿈이다."


Q. 해외 의료계에선 성별확정 수술이 활발한가.


"그렇다. 과거엔 유럽이 위주로 성별확정 수술이 발달했고 빨리 성장했다. 그런데 최근엔 미국이 엄청 빠르게 크고 있다. 미국은 성별확정 수술받기 위해 주를 건너가야 했지만, 지금은 주마다 큰 병원 내엔 성별확정 수술 센터를 대부분 갖췄다. '이퀄러티 인덱스'라는 인증제도도 생겼다. 각 병원 직원들에게 성소수자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성소수자를 위한 화장실을 갖췄는지, 성소수자 대응법이 있는지 등을 하나하나 인증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대학병원에서 성확정 진료를 보는 게 필요하다. 나라가 낙후되면 다수만을 위해 살지만, 선진국은 소수자까지 배려한다. 우리나라도 그 정도로 발전됐다. 그리고 성소수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소수가 아니다. 가시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다. 그들이 가진 인간의 권리,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런 권리를 지켜주는 건 종교나 개인적 신념과 상관없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그들을 인정해야 한다."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 내 화장실은 성별, 성별 불편감과 관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Q. 한국 의료계가 성별확정 수술을 발전시키려면 어떤 게 필요한가.


"트랜스 남성에게 필요한 질 폐색술은 질 입구와 안쪽 점막을 제거하고 붙이는 방식인데, 이는 산부인과에서 그간 질암 환자에게 시행해오던 것이다. 의사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성별확정 수술은 이미 의사들이 자기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술기를 접목하면 된다. 외국인 환자 유치면에서도 이 의술을 육성해야 한다. 아직 태국은 수술 비용만 보면 저렴하지만, 에이전시 비용과 호텔 숙박비, 항공료, 2~3차례에 걸쳐 받아야 하는 수술, 수술 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국에서 수술받을 때보다 비슷하거나 더 비쌀 것이다. 한국의 젊은 의사들이 성별확정 수술 분야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Q. 성별확정 수술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음경형성술을 받은 트랜스남성(여→남)이 고속도로 화장실에서 남자와 똑같이 서서 소변을 보고 감사하다고 한 적이 기억난다. 밖에서 보기에 외형이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서서 소변을 본다는 자체는 남성이 된 그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인 것이다. 질 재건 수술받은 트랜스여성(남→여)이 수술 후 질이 막히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아파하긴 했지만, 자신의 성에 부합한 기관(질)이 생겼다는 점에 안도하는 표정이 생각난다. 그런 과정을 보면서 이 수술이 갖는 의미를 느낀다. 일부 성소수자들은 수술 자체가 위험하고 성별확정에 관련된 수술을 모두 받아야 한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성별확정 수술은 의학계에서는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수술 방법의 하나며, 성별확정 관련 수술은 자신의 성별 불일치감을 해소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범위에서 시행 받는 것이 옳다. HIV 감염인도 안전하게 성별확정 수술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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