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이사회, 4시간 넘게 격론…이유는?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정한결 기자 | 2023.10.30 18:46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은 화물부문 분리 매각 시 회사 경쟁력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논란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분할돼 매각되면 합병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고, 이 상황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배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은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도 연매출 3조원을 넘게 올린 알짜 사업이다. 당시 상황이 특수했다고는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7800억원의 매출을 냈다. 화물사업이 아시아나항공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화물사업부를 분할 매각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화물사업 매각이 항공사 해체나 다름없다며 합병을 반대해왔다. 전임 아시아나항공 사장단은 "화물사업 분사는 생존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부결 요구 성명서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주력 화물기 9대가 노후화했고, 조종사 등의 반발로 화물사업 분리 매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 해외 경쟁당국의 요구에 따라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과 운수권을 반납할 경우 '국부 유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번 결정이 회사 이익에 반하는 식으로 흘러가면 이사회에 배임 책임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분리매각이) 부결되면 전체 딜이 무산될 확률이 커져서 이와 비교하면 (가결이) 상대적으로 배임 이슈가 적다"고 했지만, 논란이 있는 만큼 격론이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내이사였던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전무의 사임 역시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진 전무가 사의를 표하기 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는 화물 분리 매각 등에 대해 찬반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대 입장을 내보였던 진 전무가 사임하는 형식으로 강하게 의사를 표현했고, 이것이 이사회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분석된다.아시아나항공은 2019년 이후 실적이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아시아나의 전직 사장단 역시 '아시아나항공이 채권은행에 지난 7월 차입금 7000억원을 상환 완료하는 등 독자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최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지원을 끊기는 어렵다. '매각이 무산되면 추가 지원은 없다'고 압박했으나, 한진해운처럼 아시아나항공이 청산 수순을 밟을 경우 역풍을 피할 수 없다. 청산하게 되면 투입된 3조6000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 역시 완전히 날아간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적 자본 확충이나 자본 구조조정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여기에 화물사업부 매각을 승인한다고 하더라도 마땅히 살 회사가 없다는 점, EU에서 합병 승인을 내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격론이 오간 것은 그만큼 분할매각 시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라며 "추후 또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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