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스타트업 축제가 필요한 이유

머니투데이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 2023.10.31 02:03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몇 해 전 방영된 드라마 '스타트업'을 보면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남녀 주인공이 모여 화려한 '네트워킹 파티'를 하는 모습이 종종 나왔다. 현실에선 드라마 주인공 같은 창업자나 투자자, 파티의 화려함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네트워킹과 그 이상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스타트업 행사가 실제로 진행된다. 또한 이런 행사들은 축제나 파티 형태라고 하더라도 놀고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적 스타트업 행사 중 하나인 핀란드 '슬러시'(SLUSH)의 경우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창업가들이 직접 조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전후 세계 금융위기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런던 금융가와 핀란드 최대기업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취업길이 막힌 핀란드 대학생들은 스스로 창업가 커뮤니티인 '알토이에스'(AaltoES)를 만들고 '슬러시' '스타트업사우나'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북유럽의 '스타트업 천국'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해가 뜨지 않는 겨울의 핀란드에서 열리는 '슬러시'는 전세계에서 2만명 이상의 스타트업과 생태계 구성원이 모여 스타트업 피칭과 콘퍼런스, 공연과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축제로 성장했다.

'슬러시'의 영향을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은 명확하다. 핀란드벤처캐피탈협회(FVCA)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외국에서 핀란드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이 약 5배 성장했고 '슬러시'에는 매년 2000명 이상의 벤처투자자가 참석해 벤처투자 측면에서 후발국이던 핀란드가 유럽의 선두주자로 성장했다고 한다. 또한 스타트업에 대한 핀란드의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스타트업 창업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확산했을 뿐만 아니라 우물 안 개구리 같던 핀란드 생태계의 글로벌화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매해 수천 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 노출되고 핀란드의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 투자자와 연결됨으로써 창업가정신 확산에 큰 역할을 하게 됐다. 현재 핀란드 중등학생의 절반 정도가 창업을 진로로 고민할 정도라고 한다. 세계행복지수 1위인 복지국가 핀란드가 혁신성에서도 수위를 다투게 된 배경에는 스타트업 축제의 영향이 크다.

이 외에도 프랑스 '비바테크놀로지', 영국 '테크위크' 등 각 나라의 스타트업 축제는 생태계를 견인하고 글로벌로 성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 분야의 글로벌 행사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다양한 주체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와 다양한 생태계 구성원의 투자와 협력을 통해 성장한다. 투자자, 멘토, 비즈니스파트너를 확장하는데 효과가 가장 좋은 것이 글로벌 행사다. 두 번째로 이런 행사를 통해 최신 정보 및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최고 수준의 인사이트를 보유한 스피커들과 유망한 스타트업 창업가와 만남을 통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거나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에 더해 드물지만 직접적인 투자나 계약을 하는 망 외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가 11월에 열린다. 바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관하는 '컴업'(COMEUP)이다. '세상에서 가장 스타트업다운 축제'를 모토로 유망한 스타트업들의 피칭과 글로벌 콘퍼런스, 글로벌 기업들과의 오픈이노베이션, 네트워킹 파티 등을 즐길 수 있다. 올해로 5회째인 '컴업'은 29개국에서 참여하는 행사로 성장했다. 특히 미국, 유럽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세네갈 등 다양한 국가로 참여가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가 함께 준비한 축제 '컴업'이 우리 스타트업이 글로벌 도약하는 촉매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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